indienbob(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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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4회 페미니즘 연극제 관람기 (상편)
제4회 페미니즘 연극제 관람기 (상편) 김민조 (프리랜서 비평가) 페미니즘 연극, 연대에서 연결로 2018년 연극계 미투 해시태그 운동의 해에 시작된 페미니즘 연극제가 어느덧 4회를 맞았다. 4년 동안 페미니즘 연극제를 둘러싼 한국 사회와 연극계의 지형은 숨가쁘게 바뀌어 왔다. 그 변화란 감히 페미니즘의 이름을 걸고 연극을 올리는 것이 점차 당연해져 가는 과정, 페미니즘 연극이 새로운 관극의 모드와 모럴을 갖춘 장르로서 정착되어가는 과정, 나아가 이 플랫폼이 배태시킨 양분이 연극제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과정이었다. 대학로의 한가운데에서 페미니즘을 외치며(제1회) 호기롭게 시작했던 연극제는 관객과 연극인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더 많은 연대를 상상하는(제2회) 방향으로 확장해 나간 것이다. 그러나 지난 4..
2021.08.26 -
[리뷰] 제20회 서울변방연극제 리뷰 : 비/인간의 윤리학을 탐사하기
제20회 서울변방연극제 리뷰 : 비/인간의 윤리학을 탐사하기 갈피 * 제20회 서울변방연극제 프로그램 중 ‘〈Connections〉(장지아), 〈재주는 곰이 부리고〉(원의 안과 밖), 〈요정의 문제〉(이치하라 사토코 X 김보경), 〈재난일기_어느 연극제작자의 죽음〉(이하 〈재난일기〉)(홍사빈), 〈I'm the church〉(정세영),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거리두기' 효과 창출을 위한 연출과 연기술 연구 - 코로나 바이러스를 中心으로〉(이하 〈베르톨트...〉)(극단 성북동비둘기)’를 관람하고서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좌우로 늘어선 건물들이 오가는 이들을 향해 환하게 열려 있는 걸 볼 수 있다. 거기에는 온갖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하다. 매끈하고 건강한 얼굴들이 혹은 또렷한 글씨가 ..
2021.08.17 -
[리뷰] 어떤 (좋은)거리감 <sonans:오이디푸스왕과 함께>
어떤 (좋은) 거리감 리뷰 @삼일로창고극장 글_김송요 왜냐면, 예전에 나는 공연을 보는 날, 어쩌다 이른 시간에 삼일로창고극장에 도착했다. 얼마나 이른 시간이었냐면 아직 티켓 배부도 시작되지 않았을 때다. 아 아직 티켓을 받을 수 없군요, 중얼거리고 머쓱하게 웃으면서 극장을 빠져나와 잠시 명동성당엘 갔다. 나는 불교지만 스무살 때 기독교미술 수업을 들으면서 마리아님을 좋아하게 되어서 명동을 지날 때마다 마리아님을 보고 간다. 그전까지만 해도 가톨릭 신자가 아닌 내게 마리아는 ‘예수님 엄마’였는데, 스무살에야 처음 수태고지 그림들을 보며 임신의 경위(?)를 알게 되었다. 젊은 여자가 대체 어떤 미래 무슨 상황이 펼쳐질 줄 알고 대뜸 저더러 애를 배라는 말에 ‘당신 뜻대로 되게 하소서’라고 말할 수가 있을까..
2021.08.09 -
[프리뷰] 그럼에도 계속할 것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1>
그럼에도 계속할 것 :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1 프리뷰 글_김민수 여름이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계절이다. 프린지(Fringe : 주변부)라는 단어도, 축제가 표방하는 ‘독립예술’의 의미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생경하지만,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24년간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매년 여름을 함께하며 여름을 대표하는 예술축제가 되었다. 특히 축제사무국이 예술가에게 공연을 의뢰하는 대신, 자유참가원칙 아래 모든 예술가가 심사받지 않고 작품을 올리는 이 축제는 그 특수성으로 인해 신진예술가의 등용문, 혹은 신작과 새로운 창작 과정의 발표 자리로 자리매김해왔다. 올해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가장 두드러진 점은 공간의 다변화다. 축제의 전성기와도 같던 홍대 앞에서의 시간을 뒤로하고 프린지는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향했다...
2021.08.03 -
[리뷰] 세계를 도는 회전문_제13회 광주비엔날레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
세계를 도는 회전문 : 나의 세계가 위협되지 않는다면, 운명은 흔들리지 않는다. 글_강정아 시대가 불온할 때, 신비주의가 성행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정확한 출처는 기억나지 않으나, 왠지 그럴듯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것은 세기말이 도래할 때 음모론은 출몰하기 때문이다. 인류세-자본세1, 기후 위기, 감염병으로 인한 거리두기는 우리의 일상을 마비시켰고 혐오와 폭력의 얼굴은 그림자로 숨지 않게 되었다. 기존에 믿었던 가치와 신념이 한순간에 절망으로 휩싸일 때 기존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있지 않은가. 그 이야기의 사실, 바탕, 출처를 알기보다는 그럴듯한 상황으로 넘기려는 경우도 많다. 왠지 하나부터 열까지 알아가기에는 피로하고 그것들을 다 알 필요도 없다는 생각도 하기에 세상 도..
2021.07.26 -
[인디언밥 7월 레터] BPM 119 정도로만 무더운 날
BPM 119 정도로만 무더운 날 여름입니다. 황당하지요. 뭘 했다고 2021년이 반이나 갔대? 하지만 돌이켜보면 모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름 시즌송을 낸지도 좀 됐으니까 한여름이 될 만했지-생각합니다. 아뿔싸 그건 작년이었다고요? 그럼 도대체 제 지난 시간은 어떻게 지나간 거죠? 선생님 저는 왜 통속의 뇌가 아닌 겁니까? 저에게 제발 행복한 전기신호를 흘려보내주세요! 죄송합니다, 편지의 도입부가 썩 정신없었지요. 요즘 일상이 이렇습니다. 벌여놓고 방치해뒀던 이들이 자꾸 문 앞에 찾아오는 기분이에요. 젠틀하게 문을 두드리며 “안녕하세요 선생님, 당신의 업보입니다.”하고 서있으면 문을 안 열수가 없잖아요. 하지만 얼른 문을 열어야한다는 생각만 하면서 문 앞에서 괴로워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만 바쁜 ..
2021.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