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nbob(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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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향해가는 페이크 : 다이빙라인<단델re:ON>
향해가는 페이크 다이빙라인 글_허영균 re:ON 관람 후의 감상을 적기 위해 한참 후에 책상에 앉았다가 이 공연을 만든 이들은 누구인가 뒤늦게 궁금해하게 되었다. 창작집단 다이빙라인은 2019년을 시작으로 을 제외하고도 일곱 편이 되는 작품을 발표했다. 의 제목을 받아 보고는 한글과 영어를 혼합하여 중의적인 표현을 담아내려는 표기에 재미있는 감상을 품었는데, 이전 작품들에서도 적극적으로 기호를 사용해왔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어떤 동일성이랄까에 반가움을 느끼게 되었다. 문구/텍스트지만 기호성을 품고 있는 이들의 제목은 웹에서 무수히 보았으며, 생성하고, 스러진 이미지를 향해가는 어떤 것 같다. 동시에 ‘동시대적’이란 표현을 쓰지 않아도, 아주 동시대적인, 우리 시대의 것만인 폐쇄된 시간감 또한 느끼게 한다...
2023.12.28 -
[리뷰]기택 님, 다시 뵈어 반갑습니다! : <故 임기택 님의 9개월이 2023년 9월 14일 00시 00분 별세하였기에 삼가 알려드립니다.>
기택 님, 다시 뵈어 반갑습니다! 글_배선희 ‘그 사람 요즘 어떻게 지내지?’ 연락할 사이는 아니지 싶다가도 문득 소식이 궁금한 사람들이 있다. 올해 내게 기택 님은 ‘그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극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반갑게 인사 나누던 기택 님이, 인스타를 켤 때마다 프로필 사진의 동그란 테두리가 빨갛게 빛나며 반짝이던 기택 님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는데, 나는 그가 요즘 통 안 보인다는 사실을 한참이나 지나서야 알아차렸다. 사람들은 종종 SNS를 지우기도 하니까, 기택 님도 인스타를 지우셨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에게 아주 오랜만에 DM을 받았을 때, 사뭇 놀라고 당황하였다. “제가 지난 9개월여 동안 잘 못 지냈는데요(?) 다행히 이제 어느 정도 일상생활은 가능할 정도로 회복이 되어서 가까..
2023.12.15 -
[인디언밥 11월 레터] 익숙한 투쟁
다들 바쁘시지요. 요즘처럼 바쁜 날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주변에도 다들 일정이 많아 보여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요. 10-11월의 꽃말은 지원사업 발표 정도로 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여름 축제를 마치고 세 작품의 연극에 PD로 합류했습니다. 화이트칼라 사무직처럼 하루 6시간씩 꾸준히 일하기 시작한 지 2주 만에, 또 새벽까지 잠들기 어려워졌습니다. 익숙한 일입니다. 기분이 안 좋아 화분을 샀습니다. 키울 줄을 몰라 잔뜩 말렸다가 물속에 담갔다가 한 끝에 겨우 두 화분 중 하나만 살려냈어요. 누구는 자꾸 죽여봐야 한다고 했지만 아직 익숙해지긴 쉽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창작자분께 공연 소식을 받았습니다. 저도 그날 공연이 있어 못 갔지만 안부를 나누는 시간은 소중했습니다. 잘 지내..
2023.11.07 -
[리뷰]영화가 보여질 때: <영화의 사도들>
영화가 보여질 때 글_박동수 리뷰에 앞서 아프리카 영화에 관해 잠깐 이야기해보자. 기나긴 식민지 역사 속에서 아프리카 각국은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의 영화적 대상이거나, 제국주의적 프로파간다를 위한 영화만이 생산되거나, 프랑스령 식민지의 경우처럼 영화제작 자체가 금지되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하나둘씩 독립하기 시작한 1960~70년대가 되어서야 독립적인 영화제작이 시작되었으며, 영화사가들은 우스만 셈벤(Ousmane Sembène)의 (1966)을 최초의 아프리카 영화로 꼽는다. 이후 (1972)의 사라 말도로르(Sarah Maldoror), (1973)의 지브럴 좁 맘베티(Djibril Diop Mambéty), (1987)의 슐레이만 시세(Souleymane Cissé) 등이 등장했고, 아프리카 작가주..
2023.10.10 -
[리뷰] 변방을 모험하기 : 관객 1인의 2023 서울변방연극제 극장 밖 정주행 일기 <2023변방연극제>
변방을 모험하기 : 관객 1인의 2023 서울변방연극제 극장 밖 정주행 일기 리뷰 김기일 *필자는 어떤 계기로 2023년 7월 7일부터 7월 23일까지 진행된 ‘2023 서울변방연극제’의 모든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다. 보았던 모든 공연이 인상 깊었지만, 정주행한 관객의 입장에서 특별히 오래 마음에 남았고, 또 내 안에서 나만의 특별한 서사가 그려졌던 극장 밖 작업들의 기록을 남겨보고자 한다. 어쩌면 이 글은 비평보다는 기행문, 리뷰보다는 관객 1인의 체험 혹은 모험담이다. #1 2023년 7월 8일, 변방농장 @고양찬우물농장 내 텃밭 ‘마요문명’ “자연 환경으로부터 인간이 완벽히 보호되지 않습니다. 가령, 모기, 벌레, 더위 등이 공존합니다.” 비가 오지 않을까 걱정했다. 사실 나는 공연 예매 확인 문자..
2023.10.05 -
[기획연재] 있어요, 있습니다. 여기. 독립예술집담회 13th with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시대에게 쫓겨나기]
있어요, 있습니다. 여기. 4. 독립예술집뒷담회 13th with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시대에게 쫓겨나기] 예술계 동료들이 공간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들리는 시절입니다. 지대 상승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 얘기가 아닙니다. 기관장이나 담당자가 바뀌고 정책이 바뀌었다든지, 사실 원래 기관의 소유의 공간이고 이제 새 쓰임을 찾겠다든지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그 이유들 앞에선 공간을 조성하기까지의 맥락도, 그 공간을 꾸려온 예술가들의 노고도, 시민성 그 자체도 바람 앞의 촛불 같습니다. 문득, 자본에게 쫓겨나는 것을 넘어 한 시대에게 쫓겨나는 기분이 듭니다. 인디언밥 기획연재 는 독립예술에게 필요한 ‘창조적 공유지’와 비슷한 역할을 해온 공간들이 어떻게 지금 예술가들을 쫓아내고 있는지 살핍니다. 그..
2023.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