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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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출구와입구> "너의 연극을 해"
1. 극장 로비에 서서 표를 받는 초라한 휴겐트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관객들은 웃고 떠들며 입구로 들어간다. 그리고 공연은 시작된다. 두시간 남짓. 공연이 끝난다. 입구였던 극장 문은 이제 다시 출구가 된다. 관객들은 출구로 나오며 조금씩 달라져 있다. 우울했던 관객들은 즐거워졌고, 즐거웠던 관객들은 진지해졌다. 관객들은 배우들에게 꿈을 허락했고 그들이 보여준 세계에서 진실을 본다. 연극이 끝나면 마치 꿈을 꾼 듯, 극장 문을 나선다. 제목은 어떤 상징일까. 아니 말 그대로 ‘출구’와 ‘입구’ 그대로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2. 작품은 노트에 적어놓은 일련의 ‘사실’ 을 읊조리는 극작가(김은석 역)로부터 시작된다. 남아프리카에 공화국이 탄생하고, 이전의 국가는 소멸한다. 그러나 여전히 독재와 반민주적 ..
2009.11.22 -
[리뷰] 연극 <맥베드> "선과 악이 사라진 욕망"
김낙형 연출의 ‘맥베드’ 리뷰 - 선과 악이 사라진 욕망 전세 5천만원 다세대 주택에 사는 내가 김낙형의 ‘맥베드’를 보러 대학로로 간다. 김낙형의 ‘맥베드’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주인공 맥베드가 왕이 되고 싶은 욕망에 빠져 비극을 불러오는 이야기다. 나는 왕이 되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 2009년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 중에 왕이 되려는 욕망에 빠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렇다면 ‘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제 욕망만 남았다. 욕망은 나에게는 삶의 원천이다.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그런데 이 삶의 원천이 비극을 불러온다고 한다. 왜 욕망이 비극을 불러오는 걸까? 욕망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만일 욕망이 비극을 불러온다는 것이 옳다면 이 세상에는 온통 비극들..
2009.11.20 -
[2009한국마임] 한국마임, 꾸준히 그리고 새롭게
한국마임, 꾸준히 그리고 새롭게 어느덧 21회다. 매년 대학로에서 마임을 위한 무대를 만들겠다고 시작한 행사를 이제까지 이어온 한국마임협의회의 뚝심이 느껴진다. 작년 춘천마임축제가 20년을 맞았던 해에 특별한 무대가 있었는데, 한국마임의 초창기부터 활동한 다섯 명이 자신의 초기작을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그들은 공연이 끝나고 인사를 하면서 인상 깊은 세레모니를 선사했다. 다섯 명이 하나씩 씨를 심어 잎이 나고 꽃이 피는 모습을 소박한 움직임으로 보여주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마임이었고, 초창기엔 마임을 하던 그들도 이렇게 마임이 성장하리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는 ‘마임’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잘 알지는 못해도 스쳐지나가며 본 적은 있고, 공연을 본다하는 관객은 ‘판토마임’이든 ‘무언극..
2009.11.19 -
인디밴드들이 삼국연합에 말을 걸다 "니들이 고생이 많다"
글 반전 indiefeel 도대체 넌 누구냐? 11월 7일 토요일 오후 6시, 홍대앞 롤링홀에서는 '니들이 고생이 많다'라는 이름의 공연이 열렸다. 공연을 보러 가기 전, 연관된 몇 개의 커뮤니티에 정보를 얻기 위해 들렀다. 주최단체인 '문화네트워크 (주)홍대앞'을 비롯하여 삼국연합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커뮤니티 '소울드레서', '쌍코', '화장발'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이 공연은 정체는 무엇인지 파악이 힘들다. 커뮤니티를 통해 몇 가지 단서와 궁금증을 가지고 공연장을 찾았다. 도대체 넌 누구냐? 단서 1) 공연의 슬로건 중의 하나는 "인디밴드가 삼국연합에 말을 걸다"이다. 그렇다면 출연하는 팀들은 이 공연에 대해 어느 정도 취지에 동감하거나 공연의 정체를 알고 있는 것인가? 단서 2) 또 하나는..
2009.11.16 -
[2인극 페스티벌] 두 번째 이야기 "여섯 작품에 관한 릴레이 단상(斷想)"
[2인극 페스티벌 관람기] 두 번째 이야기 여섯 작품에 관한 릴레이 단상(斷想) 글 매버릭 ○ 극단 신기루만화경 (최명희 작ㆍ동이향 연출) ○ 극단 작은신화 (김숙종 작ㆍ최용훈 연출) ○ 극단 혼의 (조병여 작ㆍ김태훈 연출) ○ 극단 뚱딴지의 (김원 작ㆍ문삼화 연출) ○ 극단 앙상블 (이강국 작ㆍ반무섭 연출) ○ 극단 오늘 (강경은 작ㆍ위성신 연출) 10월 17일 토요일 3시. 첫 번째 두 작품, 와 은 나로 하여금 인디언밥에 2인극 페스티벌에 대한 뒤늦은 프리뷰를 쓰게 하고 나머지 작품들을 모두 봐야겠다는 맘을 먹게 한 공연이었다. 참고로 공연을 보면 거의 50% 이상을 잠에 취하는 친구와 함께 봤는데, 그 골치 아픈 관객, 하나도 졸지 않았다! 우리의 공통 의견, “오랜만에 ‘그냥 연극’ 보니까 참 ..
2009.11.13 -
[2인극 페스티벌] 첫 번째 이야기 "그들만의 매력적인 게임의 법칙, 2인극을 만나다"
[2인극 페스티벌 관람기] 첫 번째 이야기 "그들만의 매력적인 게임의 법칙, 2인극을 만나다" 글 매버릭 너와 나, 소통하거나 또는 불통하거나 베란다 수리공과 주부, 만화가와 방문 판매 영업사원, 과학자와 조수, 오래된 연인인 그와 그녀,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약을 파는 남자와 자살을 하려는 칼국수 집 배달원, 지하철역에서 만난 이미 죽었거나 죽음을 앞둔 부부. 2인극 페스티벌 여섯 작품에 등장하는 ‘관계’들이다. 너와 나, 또는 그와 그, 그와 그녀는 때로 서로를 오해하고, 위협하고, 갈등하고, 불신하고, 배신한다. 때로 오지 않을 것을 기다리고 기대한다. 때로 서로 헤어지거나 죽이고 죽거나 살리고 살거나 죽음을 위무(慰撫) 하기도 한다. 그래서 결국 소통하거나 불통하거나. 또는 이도 저도 아니거나. 의..
2009.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