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nbob(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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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끓는 소리들과 가동하는 현장 <닻올림 연주회_147>
끓는 소리들과 가동하는 현장 리뷰 글_윤태균 2010년 이후 한국 전자음악계의 모든 흐름들을 이 지면에서 한 데 엮어내는 것은 분명 큰 무리이다. 그렇기에 나는 여기서 몇몇의 현상들만을 엮어 한국 실험/전자음악 현장으로 맥락짓고, 이 미약한 단문의 말미에는 실험/전자음악의 형식과 감상을 서술하고자 한다. ‘씬’이라 통칭되는 예술에서의 현장은 사람, 공간, 관계, 작업, 기관, 조직이 서로 얽혀 각자를 침범하는 느슨한 경계 내부로 정의된다. 각 요소들은 서로에게 우위를 가지지 않지만, 현장의 여러 궤도를 가능케 하는 강력한 중력장들을 거론할 수는 있다. 2010년 이후 한국의 실험/전자음악 현장의 중력장들은 기관과 공간이다. 물론 이전부터 지속된 산발적인 행사들과 공연들에 실험/전자음악 작업들이 등장하기는..
2022.08.17 -
[프리뷰]올해도 프린지 하나요?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2>
“올해도 프린지 하나요?”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2 프리뷰 프린지 사무국 “올해도 프린지 하나요?” 프린지를 경험한 사람들은 매년 여름 당연하게 찾아오는 프린지를 기다린다. ‘프린지’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1998년 시작되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쉼 없이 매년 열려온 독립예술축제의 약칭이다. 심사나 장르에 대한 제한 없이 누구나 신청만하면 자유롭게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곳, 동료 예술가를 만나고 현재의 예술생태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프린지의 모습이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활발한 네트워킹의 장이었던 프린지조차 그 장력이 약해진 듯하기도 했다. 프린지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축제의 거점공간이었던 월드컵경기장과 문화비축기지를 떠나, 신촌·신수·망원·연희의..
2022.08.11 -
[리뷰]인류세의 한복판에서 푸른 지구를 외치는 세 명의 카나리아 <블루 플래닛 – 바다> @보안1942
인류세의 한복판에서 푸른 지구를 외치는 세 명의 카나리아 @ 보안1942 리뷰 조아라 나에게 있어 바다는 여러 이야기가 쌓여있는 메타포적인 공간이자 모든 것을 품고 있으면서도 비어있는 空의 공간이다. 바다로 둘러싸인 푸른 지구,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우주의 무수히 많은 별과 존재 속에서 작은 점에 불과하다는 점을 종종 환기하곤 한다. 인간과 자연이라는 이분법적인 세계를 넘어서 모든 생명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회복하고, 어떤 실천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인간은 인간중심의 사고의 틀을 넘어서 공생의 삶을 살 수 있을까? 2013년 ‘공연창작집단 뛰다’와 인도 아티삭티에서 레지던시를 할 당시 나는, 연습실 공간이 순간 고래 뱃속처럼 느껴졌던 기억을 바탕으로 라는 희곡을 썼다. 의 첫 문..
2022.07.25 -
[리뷰] 결정하지 않는 것도 당신이기에<비둘기처럼 걷기>@TINC
결정하지 않는 것도 당신이기에 음이온 리뷰 글_임다영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길에서 비둘기를 마주친 적이 있을 것이다. 구우- 구우- 소리를 내면서 목을 까딱거리며 걷거나, 이따금씩 공중을 푸드덕거리며 날아다니는 존재를 말이다. 음이온의 는 우리의 일상에서 친밀한 존재인 비둘기에게 50대 남성이 한쪽 눈을 쪼아 먹히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본인은 이 글을 통해 의 경계 넘나들기와 열린 결말의 함의를 살펴보려 한다. 주인공인 남자는 쪼아 먹힌 한 쪽 눈으로 비둘기가 보는 세상이 보인다고 주장한다. 그런 남자의 말에 의사, 가족, 행인 등의 반응은 제각기 다르다. 의사는 정신과를 권하며 믿지 않는 눈치고, 도를 믿냐는 행인은 남자가 새처럼 보인다고 말하는 와중에, 가족은 그래도 그의 말을 믿어..
2022.06.29 -
[리뷰] 꾹 눌러 담은 트렁크의 흔적을 들추며 <케샤, 레로, 케샤>
꾹 눌러 담은 트렁크의 흔적을 들추며 리뷰 글_김은한 좋아하는 일본 아티스트의 곡 중에 ‘어차피 내일이 계속된다면 / 추억은 필요 없어 / 이 발을 무겁게 하는 슬픔은 / 시궁창에 흘려보냈다’라는 대목을 흥얼거리곤 했다. 이번에 관람한 공연은 이 대목을 떠오르게 했다. 조바심을 내느라 어디로도 내디딜 수 없는 막막한 현실. 아랑곳하지 않고 나아가 보는 마음을 일깨워준 를 돌이켜본다. 코로나가 주춤하며 공연예술계에도 다시 활기가 돌아오는 듯하다. 여러 축제와 행사가 조심스럽게 다시 시작되었고, 많은 참여자가 그간의 시간을 떨쳐 보내듯 즐기고 있다. 꽉 찬 극장은 이제 한 칸 띄어 앉기보다는 비좁아졌지만, 생기가 돈다. 물론 힘든 시절이 완전히 지났다고 말하기엔 이르다. 공연예술을 둘러싼 삶은 늘 만만치 않..
2022.06.10 -
[인디언밥 6월 레터] 더 많이 갖고 싶어요
더 많이 갖고 싶습니다. 아주아주 부자가 되고, 장비든 공간이든 필요한 건 다 있는 데다, 친구도 많고 인기와 영향력도 있고, 이게 다 내 거여서 아무도 안 주고 혼자만 갖고 싶습니다. 울면서 떼쓰거나 사람들을 설득할 필요도 없이 이미 제게 있는 게 당연했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이 갖고 싶습니다. 축제 하나를 마치고 4월 레터를 쓰고, 다른 축제 하나를 더 마치고 6월 레터를 씁니다. 아마 8월 레터도 마찬가지겠죠. 일상적인 공간에 스며들어야 하는 작업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가 관리하는 공간을 빌려서 쓰는 작업도 있었습니다. 남의 공간을 빌려 쓰다 보니 이해되지 않는 순간도 많았습니다. 점심시간에 잠깐만 공간을 보고 가겠다는 요청에도 단호하게 거절하는 모습엔 화가 났어요. 심지어 같은 문화재단의 다른 부..
2022.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