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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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극단 골목길 「아침드라마」 - 무심하면 죽는다
극단 골목길「아침드라마」 - 무심하면 죽는다 글_ 강여사 “무심하면 죽는다.” 이 말은 누구를 향하는가. 극의 끝 부분, 죽은 아들은 아비에게 “사방이 불타고 있어요! 여기 이 불길이 보이지 않아요? 아버지!”라고 묻는다. 아비는 내가 뭘 모른 척 하느냐며, 불길이 대체 어디에 있느냐고 절규한다. 그리고서 극은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술집에 주저앉아 취한 채로 잠이 들어버린 아비는 잠이 깬 후 다시 친구—서로 친구로 착각해 친구가 되어버린 친구—를 만난다. 친구는 첫 장면에서 방화범이 했던 말을 이제 자신이 내뱉는다. “무심하면 죽는다고 했지.” 아비의 몸에 친구의 칼이 꽂히고 마룻바닥과 친구의 얼굴은 이내 피로 물든다. 친구는 아비의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성냥불을 킨다. 그리고 암전. 극이 시작할 ..
2011.01.04 -
[리뷰] 런닝머신 위의 아버지 - 극단 성북동 비둘기 「세일즈맨의 죽음」
런닝머신 위의 아버지 - 극단 성북동 비둘기 「세일즈맨의 죽음」 글_조형석 다소 연극무대로 보기 어려운 장소. 사방이 노출시멘트로 되어있고 말이 텅텅 울리는 지하. 관객들 사이에 단지 런닝머신과 마이크와 조명이 놓여져 있을 뿐이다. 무언가 빠르게 진행된다. 숨 가쁘고 정신없다. 한 남자가 런닝머신 위에서 계속 뛴다. 무척이나 답답하고 빠른 비트의 음악이 반복된다. 그 뒤에는 밤의 도시를 달리는 차량들, 고층 아파트, 럭비 경기 모습, 많은 시계들 그리고 TV가 영상을 통해 반복 재생된다. 그 남자의 죽음을 애도하는 가족들이 나온다. 런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그 앞에서 그들은 제각각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하소연을 한다. 아버지로 보이는 그 남자는 다소 무덤덤한 표정이나 흐뭇하게 미소도 지었다가 인상도 ..
2010.12.15 -
[리뷰] 공통의 기억, 따돌림 - 파사 무용단 「서랍속의 시간」
공통의 기억, 따돌림 파사 무용단 글_가재 0 대형커튼이 걷히자, 책상이 반듯하게 줄 서있었다. 익숙한 교실의 모습. 1분단 세 번째 줄에 앉은 그가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그는 교복을 입고, 책상에 앉아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혼자인 채, 아무 말도 않고. 이리저리 따로 움직이던 팔다리는 결국 말 한마디를 빚어낸다. 점점 들려오는, 아니 내 살결에 닿아오는 몸의 소리. “나…, 왕따예요…….” 그렇게 침묵, 이 들리기 시작했다. 1 공연 은 내가 본 다섯 번째 무용 공연이다. ‘청소년 감성 프로젝트’란 부제가 달린 이 공연은 학교를 무대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누구나 가진 학창시절의 공통의 기억들을 되짚어가지만, 그 사이로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이질적인 기억 하나를 ..
2010.12.13 -
[리뷰]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 - 원더버드 공연을 보고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 - 원더버드 공연을 보고 글_ 조웅 도심속의 상큼한 페스티발을 지향하는 2010 GMF엔 누구더라...? 음... 아! teenage fanclub이 왔다. 그리고 이소라도 나왔고, 에...또 언니네 이발관, 일본에선 하바드havard(얘들은 하바드 출신인건가?) 가 왔다. 또 단골 출연팀인 페퍼톤스도 빼놓을 수 없겠지. 나는 2010 GMF에 갔었다. 하루만. "집에서 멀지만 오가는 피곤함을 견딜만큼 날 유혹한 팀은 누구였을까요?" 바로 바로 바로... '원더버드'. 하하 난 원더버드를 보러 GMF에 갔다. 원더버드가 누구인가? 신윤철과 고구마 박현준과 손경호이다. 서울전자음악단과 문샤이너스의 신윤철과 손경호를 제외하고는 사라져버린 그들의 과거밴드, 옛날밴드, 옛날사람이다. '삐삐..
2010.11.26 -
[리뷰] 2010한국마임 극장공연 리뷰 - 「감옥」첫번째 이야기
2010한국마임 극장공연 리뷰 「감옥」 첫번째 이야기 이야기꾼의 책공연 - 이야기가 있는 마임 "할아버지의 바닷속 집" 마린보이 - 나홀로 서커스 박이정화 - 사랑 쓰다 이슬길 - 몸짓시극1 '아름다움 안에서 함께 걷기를...' 글_ 조원석 “거리에 가로등불이 하나 둘씩 켜지고 검붉은 노을너머 또 하루 저물 땐 ~ ” “ 여보세요?” “ 동이니? 나야 원석이.” “ 웬일이야?” “ 연극보자고, 마임공연인데, 나 그거 보고 리뷰 써야 하거든. 그런데 네가 마임 하잖아. 좀 도와달라고.” “ 나 지금은 마임 안 해.” “ 그래? 몰랐어. 그래도 좀 도와줘. 나, 마임은 깡통이거든.” “ 알았어. 시간이랑 장소는 문자로 보내줘. 나 지금 바쁘거든.” “ 그래, 고맙다. 오래간만에 만나네.” “ 응. 이제 끊어..
2010.11.25 -
[리뷰] '점과 점을 연결하면 선이 된다' - 고재경의 「선Ⅲ」
'점과 점을 연결하면 선이 된다' 고재경의 「선Ⅲ」 글_ 이현수 1. 팜플렛: 광대의 표정 자신의 얼굴 사진이 실린 잡지를 얼굴에 대고는 실제 얼굴을 가리고 사진을 찍었다. 잡지 속의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는데 잡지 뒤의 얼굴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잡지의 얼굴과 광대의 몸이 하나로 연결되도록 교묘하게 사진을 찍었다. 만약 광대가 ‘수많은 표정 뒤로 진짜 얼굴을 감춘 이’라면 감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2. 제목: 선線 Ш '고재경의 마임워크숍' 시간에 배웠다. ‘점과 점을 연결하면 선이 된다’고. 점 하나하나를 볼 때는 잘 보이지 않지만 각각의 점과 점들을 연결하면 한 줄기 선이 된다. 선들이 된다. 가까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멀리서 보면 보이기도 하듯이, 좀 뒤로 가서 점과 점을 연결하고 보면 ..
2010.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