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 - 원더버드 공연을 보고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 - 원더버드 공연을 보고


글_ 조웅





도심속의 상큼한 페스티발을 지향하는 2010 GMF엔 누구더라...? 음... 아! teenage fanclub이 왔다. 그리고  이소라도 나왔고, 에...또 언니네 이발관, 일본에선 하바드havard(얘들은 하바드 출신인건가?) 가 왔다. 또 단골 출연팀인 페퍼톤스도 빼놓을 수 없겠지. 나는 2010 GMF에 갔었다. 하루만. "집에서 멀지만 오가는 피곤함을 견딜만큼 날 유혹한 팀은 누구였을까요?" 바로 바로 바로... '원더버드'. 하하 난 원더버드를 보러 GMF에 갔다.






원더버드가 누구인가? 신윤철과 고구마 박현준과 손경호이다. 서울전자음악단과 문샤이너스의 신윤철과 손경호를 제외하고는 사라져버린 그들의 과거밴드, 옛날밴드, 옛날사람이다. '삐삐롱스타킹'은 어릴적 티비에서 봤었고, 신윤철의 솔로앨범은 고딩시절 나의 mymy에서 늘어나 버린 몇 안되는 국산테입이었다. 문샤이너스의 손경호가 원더버드의  멤버였다는 건 이번에 알았다. 왜냐하면 나는 원더버드의 공연을 한번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 그들은 짧았다. 하지만 히트곡을 남겼다. 하드록 지향의 음악신에 브릿팝 스타일의 메인스트림 히트곡을 남겼다. 크라잉 넛이나 노브레인의 철지난 과격한 펑크가 아니라 동시대의 스타일로 말이다. 무엇보다 '블러'나 '오아시스'같은 밴드가 한국에도 있다는 재미가 컸다. (물론 신윤철의 기타플레이가 그들의 기타들 보다 낡아 있기는 했지만... 신윤철의 솔로앨범을 좋아했던 것도 '레드제플린'풍의 기타 스케일때문이었다.)


때문에 삐삐롱스타킹의 바보버스와 원더버드의 옛날사람은 그 시절 노래방에서 분위기 띄우는 곡으로 제격이었다. 팝송을 부르기는 뭐한 자리, 그렇다고 말을 달려보자고 소리지르기도 뻘쭘한 자리를 그 곡들이 메워 주었다. 생각해보면 그런 것들이 참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필요한 무엇을 생산해 내는 것 말이다. 과하게는 비행기를 만들어 준 사람이 고맙고, 기타를 만들어준 사람이나, 돈까스를 개발해낸 사람이 고마운 것처럼, 내가 친구들 앞에서 부를 만한 곡을 만들어준 사람이 고맙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건 그렇고. 원더버드가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얼마 후에 원더버드의 멤버들과 술을 마신 자리가 있었는데, 거기엔 귀국한지 얼마 안된 고구마(권병준)가 있었다. 권병준은 네덜란드에서 말하자면, 전자악기를 개발하는 기술자로 일하고 있는데, 지난 여름 한국에 와서 자신의 공연을 했었고, 그때 내가 어떤 인터뷰를 하게 되어 인사를 했으며, 당시에는 1년 후에 다시 오니 그때 보자고 했던 터였다. 근데 불과 두어달 만에 다시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갑자기 이게 왠일인가 싶기도 했다. 아무튼, 그 자리에서 권병준은 술에 취해 있었지만 밝았고, '오늘 합주를 했는데 너무 재밌더라'는 말을 했으며, 그래서 꼭 공연을 보러 오라고 했다.



 

주변에서 들리는 얘기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원더버드의 공연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고, 나 역시도 그 일원이 되어 시간에 맞추어 공연장을 찾았다. 몇 번 와봤지만, 멀다. 올림픽 공원에 들어와서도 어둑어둑하니 여긴가 저긴가... 좀 헤메다, 들어서니 이미 진행중이었다. 음. '저게 내가 처음 보는 원더버드의 앵글이구나'싶었다. 무대가 굉장히 큰데도 눈으로 보기에 균형이 좋은 밴드였다. 꺽다리 베이스형이 찰랑 찰랑 머리카락이 흔들리게 웃으며 연주를 했고, 드럼의 스마일 형은 역시 드럼세트 위에선 진지했다. 기타를 부둥켜안은 키타형은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입이 살짝 벌어진 채로 손들을 바삐 움직였으며, 가운데 서있는 보칼형은 표정이 잘 보였는데, 울 것 같기도 한 눈망울로 뭔가 추억에 어린 노래라는 듯 부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또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들일 테니까... 그 노래들이 말이다.









그들은 많이 늙었다. 저렇게 모아 놓으니 정말로 늙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저렇게 먼데도 그게 더 선명히 보였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이게 무슨말인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다른 사람이 늙어 보여서 기분이 좋았다니, 이상한 사람이네' 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나도 그게 뭔지는 정확하게 말해 줄 수가 없다. 신윤철의 낡은 기타가 그에게 더 잘어울려 보였으며, '그건 사랑이 아니야~'라는 노랫말이 지금의 모습과 목소리에 더 멋지게 들렸고, 드럼과 베이스는 그 악기들의 가장 큰 매력인 '여유'를 선보였다. '내게 왜냐고 묻는다면 그저 이런 것들이 말 할 수 있는 기분좋음의 까닭이겠죠.' 라고 대답 하겠다. 으흥.



그렇지만 아쉬운건, 이들은 그 동안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라는 사실이며, 우리에겐 오랫동안 곁에 있는 음악가들이 필요하고, 그 음악가들의 늙음을 마치 마당의 감나무가 늙어가는 것처럼 곁에서 보고, 또 계절마다 기다려 100년된 감나무의 감을 따먹었다는 기쁨을 누리고 싶음이 있다는 것.
 
물론 각각 다른 자리에서 자신의 음악을 계속하고 있지만, 공연의 마지막에 연주된 그리고, 그제서야 모두가 구경만 하다가 벌떡했던 '옛날사람'이 당신들은 아직도 아니라는 것이 사실이고, 언젠가는 옛날사람에 걸맞는 시간 뒤에 다시 원더버드의 공연을 보고 싶은 사람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사진출처 민트페이퍼(www.mintpaper.com)   






2010 그랜드민트페스티벌
2010 1023-1024 @올림픽공원
www.grandmintfestival.com


원더버드
고구마 (Vocal, Guitar)
신윤철 (Guitar)
박현준 (Bass)
손경호 (Drums)

삐삐롱스타킹(고구마, 박현준), 외인부대(손경호), H2O(박현준), 99(고구마, 박현준, 손경호)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던 고구마, 신윤철, 박현준, 손경호가 뭉친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던 슈퍼밴드 원더버드. 1999년 [The Story of a Lazy Bird]를 발표, '옛날 사람', '사랑이 아니야' 등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고구마와 박현준의 탈퇴, 음반 제작사와의 불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남은 두 멤버인 신윤철과 손경호는 조동익의 여동생이기도 한 조동희를 새로운 보컬로 영입하여 2집 [Cold Moon]을 작업, 발표했으나 원래 멤버들의 빈자리 탓인지 원더버드의 음악이 아닌 것 같다는 평가와 함께 가슴 아프게 해체를 맞이했다. 이후 각자 여러 밴드를 거쳐 고구마는 네덜란드에서 전자 악기 엔지니어로 활약 중이며, 신윤철은 서울전자음악단에서, 손경호는 문샤이너스에서 활동하고 있다.





필자소개
조웅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멤버입니다. 한국나이로 32살이고요. 남자이고. 대학에선 철학을 전공했는데, 10년이나 다녔지만, 졸업은 스스로 했습니다.

www.goonamguayeoridingstella.com

  1. 오래간만의 조웅님 글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