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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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권문화생산모임 맥놀이'의 '레알 게이라이프' 이야기 -「꽃 피는 포장마차」
다름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그러나 다름이 틀림은 아니다. '인권문화생산모임 맥놀이'의 '레알 게이라이프' 이야기 -「꽃 피는 포장마차」 글_ 조형석 크리스마스를 앞둔 종로의 한 포장마차. 자신의 애인에게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고 씩씩대는 '덕만'은 이곳을 자주 들리는 단골손님이다. 그리고 그를 위로하는 포장마차 주인 '인철'. 게이임을 알면서도 '덕만'에게 더없이 친절하게 대하는 '인철'에게 '덕만'은 혹시 형도? 라는 의문을 갖게 되고 '인철'은 '덕만'에게 사실 자신도 게이임을 밝히게 된다. '인철'이 게이임을 알게 된 '덕만'은 '인철'에게 '태준'을 소개해주게 되는데 그 와중에 '인철'과 헤어진 '재희'는 '인철'을 못 잊어 찾아오고, '인철'의 모(母) '경숙'은 아들의 마음을 어떻게든 돌려서..
2011.03.28 -
[리뷰] 죽음의 사랑 상사화로 피고 지고 - 극단 여행자 「상사몽」
죽음의 사랑 상사화로 피고 지고 - 극단 여행자 「상사몽」 글_ 앨리스 작자미상의 한국 고전소설 ‘운영전’이 연출가 양정웅을 만나 ‘상사몽’으로 각색되어 관객과 만났다. ‘상사몽’으로 무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네 번째로 2007년 극단 여행자가 이미지 극으로 첫 선을 보인 바 있다. 특히 이번 공연은 대학로 우수작품 인큐베이팅 프로젝트로 기획되었으며 기존의 실험적 작가주의와 달리 원작소설의 서사구조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원작 운영전은 주제가 권선징악인 여타 고전소설과 달리 조선시대 궁녀 운영과 김 진사 간의 신분을 뛰어넘는 지고지순한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다. 유영이라는 선비가 꿈에서 운영과 김진사에게 직접 들은 사랑의 이야기를 전하는 서사구조여서 운영전은 수성궁몽유록 또는 유영전이라고도 불린다. 유영..
2011.03.24 -
[리뷰] 극단 초인 「특급호텔」 - '개인으로서 말하기' 힘을 가지다
라본느 뮐러 작, 박정의 연출 극단 초인「특급호텔」 - ‘개인으로서 말하기’ 힘을 가지다 글_ 김해진 1. 배우들은 발바닥을 세게 내리치며 기차가 달리는 소리를 낸다. 언덕 아랫길의 위안부도 윗길의 일본군도 몸을 크게 흔들며 제자리에서 내달린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였을 이들이 섬처럼 기능하는 무대 구조물에 갇혀있다. 시간도 아픔도 풀려나지 못하고 함께 갇혔다. 동시에 관객들도 계속되는 과거에,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속에 도착한다. 이들이 연극 속에서 그 시간을 다시 사는 건 시 같은 독백을 통해서다. 선희 나의 치욕스런 경험을 누구에게라도 어느 것에라도 말하고 싶어. 땅에 구멍을 파서 그 안에 대고 속삭이곤 해 공연 에 대한 리뷰는 이미 많이 나와 있다. 그런 와중에 몇 마디..
2011.03.21 -
[리뷰] 2011 신촌연극제 「아미시 프로젝트」- "왜 저를 용서하는 겁니까?"
2011 신촌연극제 「아미시 프로젝트」 - "왜 저를 용서하는 겁니까?" 글_ 조원석 신촌 더 스테이지. 매표소 위에 붙어 있는 포스터는 ‘아미시 프로젝트’. 실화 또는 매스컴이 떠드는 설화(舌話.) 한 남자가 아미시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10명의 아이들을 향해 총을 쏘고, 자신은 자살. 아이 다섯은 사망. 아이 다섯은 중상. 충격적인 뉴스와 그런 뉴스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광고들. 광고를 닮은 뉴스와 뉴스를 닮은 광고. 입을 벌린 충격과 입을 다문 충격. 동그란 챙이 달린 모자와 하얀 보닛. 멜빵바지와 치마. 가스등과 마차. 문명의 이기를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 아미시 마을. 청교도의 후손들. 바깥에서 부르는 그들의 이름. 아미시. 다르기 때문에 갖는 관심. 별난 사람들. 평화를 사랑..
2011.03.15 -
[리뷰] 극단 마실「꿈꾸는 거북이」"그런데 — ‘과정’이 중요해지기 위한 필요충분조건"
극단 마실「꿈꾸는 거북이」 그런데 — ‘과정’이 중요해지기 위한 필요충분조건 글_ 강여사 1. ‘달리기’를 원하는 거북이 엉뚱이에게 누군가 다가와 알려준다. “저기 저 먼 곳에 사는 토끼라는 애가 그렇게 달리기를 잘 한대.” 이 말을 들은 엉뚱이는 토끼를 만나러 가기로 결심한다. 그런 엉뚱이를 말리는 엄마와의 갈등, 이것이 첫 번째 에피소드이다. 여차저차 힘들게 엄마를 설득한 후, 엉뚱이는 홀로 길을 떠난다. 산을 넘고 넘어 가는 길에 베짱이를 만나고, ‘오래된 시계’를 만난다. 그들은 엉뚱이의 가방을 탐내고, 잘 달리게 해준다는 명목으로 엉뚱이의 몸을 망가뜨린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일어나 토끼를 만나러 떠난다. 힘든 고비 끝에 마침내 토끼를 만난다. 그러나 토끼를 만났다고 해서 당장 달리기 시합을 할..
2011.03.02 -
[리뷰] 애도한 다음이 궁금하다 - 마임공작소 판 「게르니카」
애도한 다음이 궁금하다 - 마임공작소 판, 유홍영 구성·연출「게르니카」 글_ 김해진 1.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면서 삼일로 창고극장 2층의 작은 갤러리를 둘러본다. 그림 로부터 자극을 받아 그려진 그림과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다. 소의 커다란 뿔과 철제 다리가 이어진 작품, 게르니카의 한 부분이 청색으로 그려진 그릇 둘. 그릇은 모성을 생각하게 한다. 천인형(아이)이 그릇의 품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안겨있다. 공연을 만들어온 과정이 이곳에도 담겨있다. 객석은 다 찼다. 서로 인사를 나누는 관객들이 많다. 피카소의 를 모사한 그림이 무대에 놓여 있다. 무대 양옆으로는 극 진행중에 활용될 검은 막들이 서 있다. 배우들은 오래돼 보이는 검은 옷을 입고 있다. 그림을 소개하는 친절한 설명이 무대 오른쪽 앞에 서 ..
2011.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