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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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남산예술센터 공동연작프로젝트 - 용감하지도, 선명하지도, 날카롭지도 않은「너의 왼손」
2010 남산예술센터 공동연작 프로젝트 용감하지도, 선명하지도, 날카롭지도 않은 「너의 왼손」 글_ 아키꼬 아마도, 조금 과장해서, 10년 전쯤 봤던 만화책이었을 거다. ‘세계 3차 대전이 발발한다면 그것은 종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종교는 단지 보기 좋은 명분일 뿐이다. 모든 역사를 통틀어 전쟁은 경제적인 이유에서 발발된다’는 명쾌한 정의를 보았던 것은.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이런 뉘앙스였다. 합법적 학살을 자행하는 ‘전쟁’의 기저에는 인간의 ‘탐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화책에서 다룰 만큼 속보이는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단발마의 비명과 고함과 함께 은 서울 명동역에서 벌어지는 한 여인의 권총 인질극으로 시작된다.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대물’의 여주인공 ‘서혜림’처럼 연극의 여주인..
2010.12.03 -
[리뷰]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 극단 바람풀 <디아더사이드>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극단 바람풀 글_ 조형석 콘스탄자와 토미스는 수십 년 동안 전쟁 중이다. 이 전쟁의 한복판에 '아톰로마'와 '러바나 줄렉'이라는 한 부부가 살고 있다. 이 부부에게는 어린 시절 집을 나간 '요셉'이라는 아들이 있는데 그 아들을 기다리면서 전쟁 중 죽은 이들의 시체를 처리하며 살고 있다. 뼈대만 남은 집안에 탁자와 몇 안 되는 살림살이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어느 날 전쟁이 끝났다는 종전소식을 라디오를 통해 듣게 된다. 행복해 하는 그들, 그러나 행복은 잠시였고 곧 '국경경비원'이라는 젊은 청년이 이들의 집에 들이닥친다. '국경경비원'은 집 가운데 있는 침대를 반으로 가르는 선을 긋고 이 두 부부를 국적대로 서로를 갈라놓는다. 화장실을 가거나 음식을 차..
2010.11.10 -
[리뷰] "벌레도 피가 나나?" - '공상집단 뚱딴지'의 <안녕, 피투성이 벌레들아>
"벌레도 피가 나나?" 공상집단 뚱딴지- 안녕, 피투성이 벌레들아 글_백상아 연극을 보고 난 후 같이 본 친구와 나눈 대화 1 주희 : 진짜 피투성이다 상아 : 뭐가 주희 : 제목이 왜 벌레인지 모르겠는데 진짜 피투성이다 피투성이. 상아 : 너 혹시 맨처음에 나온 여자랑 남자 뻘건천 둘러 매고 있어서 그런거냐? 주희 : 어…. 상아 : 다 죽은 거 아님? 그래서 피투성이 벌레들아 안녕. 잘 가. 이런 의미 같던데. 주희 : 역시 너는 글을 쓰니까 다르구나.…. 이해능력이. 상아 : 나 요새 글안 써. 야, 그런 게 어디 있냐. 네 가지 이야기 다 자살이나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었잖아. 그리고 세 번째 이야기에서 여자한테 넥타이 끈 푸르고 상자에서 나온 남자 있지. 그 남자는 살아서 마지막에 유에..
2010.10.19 -
[리뷰] 모두에게 잊혀지고 신들에게조차 버림받은 여인, 극단 실험극장 <이오카스테>
남편에게 버려지고 아들에게 버려지고 신에게 버려지고 사회에서 버려지고 저자에게조차 버려진 여자 극단 실험극장 글_ 개쏭 오이디푸스를 기억하는가. 아비를 죽이고 어미와 맺어진 아들.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눈을 뽑고 왕좌를 버리고 방황하는 남자. 소포클래스의 책을 펼쳐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오이디푸스는 친숙한 이름이다. 프로이드를 통해, 각종 인문학 서적을 통해 그의 이름은 쉽게 들려온다. 그런데, 오이디푸스를 기억하는 당신, 혹시 그의 어머니의(아니, 아내라고 해야할까) 이름을 기억하시는가. 그녀의 이름은 이오카스테이다. 이 글에서 계속 나올 이름이니까 이쯤해서 오이디푸스의 엄마라든가 마누라라든가 뭐 그런 식으로 기억해두자. 실은 나도 기억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녀의 이름을 통해서 벌어지는 별 ..
2010.10.08 -
[리뷰] 코끼리, 나무, 바퀴벌레, 인간, 인디스트 - 극단 '위드오즈' <숙희씨네 코끼리>
코끼리, 나무, 바퀴벌레, 인간, 인디스트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극단 '위드오즈' 글_ 정진삼 1. 코끼리 어느 날 스승님이 말했다. “상상이라는 말이 있다. 생각할 상(想) 자에 형상 상(像)자. 뒷 글자는 코끼리 상(象)자에 사람(人)이 더해진 것이다. 예전에는 코끼리를 보는 일이 흔치 않았다. 보지 못한 코끼리의 모양을 생각해서 그리는 것. 이것이 상상이다.” 2. 나무 음악극이란다. 라디오 디제이 씨코드와 지코드가 ‘바퀴벌레’ 와 연애하게 된 청취자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기타, 건반, 타악으로 단촐하게 짜여진 밴드의 음악이 울려 퍼진다. 무대가 밝아지면 문에 들이찬 거대한 나무가 중심에 서 있다. 가져갈 짐은 싸고, 놓고갈 짐은 남겨진다. 숙희씨네 이사가는 날, 코끼리는 간데없고..
2010.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