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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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 7회 아시테지 겨울축제 "어린이 연극, 이게 최선입니까?"
제 7회 아시테지 겨울축제 어린이 연극, 이게 최선입니까? 글_ 정진삼 극단 외치는 소리 「미술관은 살아있다 - 렘브란트 편」 매년 여름과 겨울, 아시테지 연극축제를 찾습니다. 올해도 역시 많은 아이들이 극장 로비를 메우고 있었습니다. 추운 날씨는 괜한 걱정이었나요. 아르코 소극장의 로비를 돌아다니는 로봇인형은 아이들의 눈길을 잡아끕니다. 이번에 선택하여 관람한 공연은 이었습니다. “OO는 살아있다” 시리즈는 고정되고 박제된 전시 공간으로서 미술관, 박물관, 음악회가 아니라, 살아 숨쉬는 예술품, 문화재의 동시대적 체험을 의도한 기획이겠지요. 다른 예술 장르를 쉽게 끌어들일 수 있는 연극의 속성을 살리고, 아이들의 교육적인 면까지 고려한, 한국형 어린이 연극 같았습니다. 공연은 극중 극의 형태로 진행됩..
2011.01.31 -
[리뷰] 기타맨과의 세 번째 만남 - 극단 풍경「기타맨」
기타맨과의 세 번째 만남 - 극단 풍경 「기타맨」 글_ 최숭기 내가 처음 기타맨을 만난 것은 4, 5년 전쯤의 일이었다. 그 때 나는 틈틈이 회현지하상가에 들러 천원이나 이천원에 파는 중고 LP판을 사곤 했다. LP라는 매체는 특히 시각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나를 비롯한 많은 매니아들은 그 커버의 그림이나 사진 때문에 음반을 구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사오년 전의 그 날 내가 우연히 발견했던 앨범 커버에는 밴드 멤버들의 그림과 함께 ‘Guitarman’이라는 영어 제목이 적혀 있었다. 내가 호감을 가지고 있던 밴드의 앨범이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기타맨이라는 제목과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그랬는지, 나는 덜컥 그 음반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음악도 나쁘지 않았다. 음악으로 돈을 조금은 ..
2011.01.26 -
[리뷰] 문화창작집단 날 「반도체소녀」- '당신들만의 정의(正義)'
문화창작집단 날 「반도체소녀」 - 당신들만의 정의(正義) 글_ 강여사 1. 삼성을 생각한다. 1월 11일, 삼성전자 LCD 사업부 천안공장에서 일하던 김주현(26)씨가 회사 기숙사에서 투신자살했다. 이에 앞서 3일에는 같은 사업부 탕정공장의 박모(23)씨가 투신자살했다. 지난 해 2010년 11월 26일엔 삼성 사내 전산망에 노동조합을 만들자는 글을 올린 박종태 대리가 해고됐다. 그 전 11월 14일엔 삼성반도체에서 엔지니어로 일하였던 주교철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했고, 그보다 이른 봄 3월엔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하던 박지연(23)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주교철씨의 사망으로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는 총 10명이 되었으며,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에 따르면, ..
2011.01.17 -
[리뷰] 출구는 없다 - 극단 작은신화 「두더지의 태양」
"출구는 없다" 극단 작은신화 28th 공연 최원종 작, 신동인 연출「두더지의 태양」 글_ 정진삼 1. 칼이어야 한다. 상대에게 내가 당한만큼의 고통을 주기위해서는. 왕따와 몰매와 주먹다짐에 시달린 중학생이 쉽게 더할 수 있는 힘. 칼로 급우를 찔렀다는 엽기적인 사연이 소설과 영화가 아닌 연극 무대에 올랐다. 극단 작은 신화의 스물 여덟 번째 레퍼토리 은 무대에 피를 낭자하게 흩뿌리는 그간의(?) 방식 대신 번뜩이는 칼날의 날카로움을 보여준다. 희생자의 윤리 보다는 폭력 주체의 불가피성에 초점을 맞췄다. 2009년 신작희곡 페스티벌 선정작인 이 작품은 현 한국사회의 고등학생 이야기를 다룬다. 학원물이라, 산뜻하고 발랄한 면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무대 위 실상은 암울하고 전혀 유쾌하지 않다. 프로그램에서..
2011.01.05 -
[리뷰] 극단 골목길 「아침드라마」 - 무심하면 죽는다
극단 골목길「아침드라마」 - 무심하면 죽는다 글_ 강여사 “무심하면 죽는다.” 이 말은 누구를 향하는가. 극의 끝 부분, 죽은 아들은 아비에게 “사방이 불타고 있어요! 여기 이 불길이 보이지 않아요? 아버지!”라고 묻는다. 아비는 내가 뭘 모른 척 하느냐며, 불길이 대체 어디에 있느냐고 절규한다. 그리고서 극은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술집에 주저앉아 취한 채로 잠이 들어버린 아비는 잠이 깬 후 다시 친구—서로 친구로 착각해 친구가 되어버린 친구—를 만난다. 친구는 첫 장면에서 방화범이 했던 말을 이제 자신이 내뱉는다. “무심하면 죽는다고 했지.” 아비의 몸에 친구의 칼이 꽂히고 마룻바닥과 친구의 얼굴은 이내 피로 물든다. 친구는 아비의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성냥불을 킨다. 그리고 암전. 극이 시작할 ..
2011.01.04 -
[리뷰] 런닝머신 위의 아버지 - 극단 성북동 비둘기 「세일즈맨의 죽음」
런닝머신 위의 아버지 - 극단 성북동 비둘기 「세일즈맨의 죽음」 글_조형석 다소 연극무대로 보기 어려운 장소. 사방이 노출시멘트로 되어있고 말이 텅텅 울리는 지하. 관객들 사이에 단지 런닝머신과 마이크와 조명이 놓여져 있을 뿐이다. 무언가 빠르게 진행된다. 숨 가쁘고 정신없다. 한 남자가 런닝머신 위에서 계속 뛴다. 무척이나 답답하고 빠른 비트의 음악이 반복된다. 그 뒤에는 밤의 도시를 달리는 차량들, 고층 아파트, 럭비 경기 모습, 많은 시계들 그리고 TV가 영상을 통해 반복 재생된다. 그 남자의 죽음을 애도하는 가족들이 나온다. 런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그 앞에서 그들은 제각각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하소연을 한다. 아버지로 보이는 그 남자는 다소 무덤덤한 표정이나 흐뭇하게 미소도 지었다가 인상도 ..
2010.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