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수(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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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백호울 「Nothing for Body」 - 무대위의 사람에겐 몸이 곧 '얼'굴이 된다
제 6회 피지컬 씨어터 페스티벌 백호울 「Nothing for Body」 - 무대위의 사람에겐 몸이 곧 '얼'굴이 된다 글_ 이현수 까만 무대가 더욱 넓게 느껴진다. 작은 체구의 무용수가 몸을 웅크리고 거북이처럼 고개를 파묻고 있는 것을 보니. 웅크린 몸 사이사이로 손과 발이 나왔다가 들어가기를 반복한다. 호기심 가득하지만 수줍어하는 아이의 눈동자처럼 관객석으로 ‘삐죽’ 나왔다가 ‘쏙’하고 들어가고 ‘빼꼼’하고 나왔다가 ‘스르륵’ 미끄러져 들어간다. 촉수를 달고 있는 심해의 생명체처럼 손가락, 발가락의 관절들이 꿈틀거리며 수영을 한다. 여전히 웅크리고 있는 몸통은 심해 밑바닥에 가라앉은 묵직한 바위 같기도 하고 새끼 물고기를 품고 있는 엄마 물고기 같기도 하다. 손과 발의 호기심은 서서히 제 몸을 향한 ..
2011.08.02 -
[리뷰] '점과 점을 연결하면 선이 된다' - 고재경의 「선Ⅲ」
'점과 점을 연결하면 선이 된다' 고재경의 「선Ⅲ」 글_ 이현수 1. 팜플렛: 광대의 표정 자신의 얼굴 사진이 실린 잡지를 얼굴에 대고는 실제 얼굴을 가리고 사진을 찍었다. 잡지 속의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는데 잡지 뒤의 얼굴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잡지의 얼굴과 광대의 몸이 하나로 연결되도록 교묘하게 사진을 찍었다. 만약 광대가 ‘수많은 표정 뒤로 진짜 얼굴을 감춘 이’라면 감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2. 제목: 선線 Ш '고재경의 마임워크숍' 시간에 배웠다. ‘점과 점을 연결하면 선이 된다’고. 점 하나하나를 볼 때는 잘 보이지 않지만 각각의 점과 점들을 연결하면 한 줄기 선이 된다. 선들이 된다. 가까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멀리서 보면 보이기도 하듯이, 좀 뒤로 가서 점과 점을 연결하고 보면 ..
2010.11.24 -
[리뷰] "사랑하는 한 사람을 통해 외계를 알게 된다. " 창작춤집단 가관의<외계 신호 수신 장치>
"사랑하는 한 사람을 통해 외계를 알게 된다. " '창작춤집단 가관 & 안녕하세요 밴드'의 글_이현수 1. 외계 다시 비가 내린다. 가관의 공연이 야외에서 있는 날. 이렇게 비가 오는데 공연이 가능하려나 싶을 무렵 문자가 온다. 시간과 장소가 변경 되었다는 연락. 대체할 만한 실내 공연장을 구했나 보구나, 기우를 접는다. 창작춤집단 ‘가관’ 과 ‘안녕하세요’ 밴드의 공동 작업 공연. 무대, 왼쪽에 남자 셋이 앉아 있다. 아코디언, 기타, 잼벨 등의 악기가 있다. 무대, 오른쪽에는 여자 셋, 그 뒤로 커다란 바람개비, 우산 등이 널브러져 있다. 남녀칠세부동석? ‘가관’은 여자 셋이고 ‘안녕하세요’ 밴드는 남자 셋이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을 맡은 남자 배우 한 사람. 객석, 옆에 앉은 한 관객이 내게 묻는다..
2010.09.17 -
[리뷰] 아이로 되돌아가는 길을 걷고 있는 여행자, 마임이스트 '이태건'의 <혼자 떠나는 여행>
아이로 되돌아가는 길을 걷고 있는 여행자 마임이스트 '이태건'의 글_이현수 사진_삐삐롱스타킹 1. 마임 마임(mime)의 어원은 그리스어의 미모스(mimos)에서 유래하며 '흉내'를 뜻한다. 어린아이가 흉내 내는 몸짓을 하면 어른들은 그걸 보며 즐거워한다. 엄마 흉내, 이웃집 할아버지 흉내, 텔레비전 속 코미디언 흉내, 강아지 흉내, 공룡 흉내... 어른이 흉내 내는 몸짓을 하면 사람들은 실제와 얼마나 닮았는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다. ‘우와~ 진짜 같다.’ 혹은 ‘에이~ 하나도 안 비슷해’ 하면서... 왜 아이의 흉내와 어른의 흉내는 다른 대접을 받고 있나. 그 이유가 궁금하다. 마임 공연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입이 헤벌쭉 벌어지고 겨드랑이가 간질간질 한 느낌이 든다. 보이지 않는 것을 눈에 보이..
2010.09.09 -
[리뷰] 김정현 <길> ‘벽돌 가면 씨, 당신의 몸은 무엇을 찾아서 길을 나섰던 것입니까?’
김정현 글_이현수 검은 고무바닥의 무대, 천장에서 길게 내려온 백열전구가 선비의 갓을 쓰고 있다. 나는 포스트 극장의 딱딱한 의자에 기대어 앉아 공연을 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객석 구석에서 공연자 등장. 의자를 붙잡고, 의자를 밀면서 백열전구 쪽으로 간다. 공연자는 척추가 휘었고 얼굴에는 벽돌 같이 붉은 가면을 썼다. 휜 척추, 벽돌 가면. 고무바닥의 저항. 벽돌 가면은 의자를 밀어 고무바닥의 저항을 밀며 앞으로 나아간다. 전등 아래 의자를 놓고 객석을 등지고 앉은 벽돌 가면. 숨을 쉰다. 입은 가면 안에서 숨을 쉬고 몸은 바깥을 향해 숨을 쉰다. 벽돌 가면은 의자에서 천천히 엉덩이를 떼어 사선으로 걸어 나아간다. 의자로부터 멀어질수록 척추가 서서히 펴진다. 다 펴진 척추가 직립하여 움직인다. 자..
2010.08.25 -
[리뷰] Too Much Vinegar-Sun Shier Dance Theatre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0 참가작 Too Much Vinegar -Sun Shier Dance Theatre (대만) 글_이현수 제목처럼 ‘너무 많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은 것들’을 통해 보여준다. 컬러풀. 의상, 영상, 조명, 음악, 소품, 그리고 여덟 명 무용수들의 개성 그리고 일곱 개 에피소드 칼라풀. 식초Vinegar처럼 강한 맛을 가진 것이 주변에 너무 많다면? 우리의 미각은 혼돈을 지나 둔감으로 가는 것은 아닐까, 하고 대만 의 귀여운 한국말이 반문한다. 여럿이 함께 먹을 요리, 맛을 더 내려다가 오히려 맛을 잃어버려 혼자 그 요리를 먹는 상황이 된다면? 그래서 때로 무용수 각각의 몸짓은 고독을 외친다. 그리고 그 와중에 피어나는 사랑에 대한 몇 개의 에피소드는 깜찍하고 사랑스럽다. 너무..
2010.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