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7. 19:59ㆍFeature
- 다리의 봄「다리연극교실」마지막 이야기
글_ 김첨
■ 발표 : 개인사정으로 좀 놀겠습니다
10. ‘뭐가 더’
배우인 사람 아홉 명, 관객인 사람 아홉 명, 연출자인 사람 아홉 명, 그렇게 총 아홉 명이 무대에 서있다. 그리고 무대 밖에는 열 번째 사람들이 있다.
막이 오른다. 반짝. 그리고 막이 내린다.
연극교실이 끝난 여덟 번째 날로부터 일주일 후, 오늘은 ‘연극’의 날이다.
전날 모여 하룻밤을 새고 다음 날 저녁 무대에 올랐다. 관객은 생각만큼 적지는 않았지만, 걱정만큼 많지도 않았다. (유료공연이라 걱정했었다. 하지만 ‘배우’가 관객을 부를 수 있는 무료티켓의 숫자만큼만 오셨다. 성공적인 관객 동원이다. 왜냐면..)
“우리는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가?”를 생각해보면 관객 초대는 대체로 성공인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공연이 끝났다. 1
연극교실의 마지막 날이었던 여덟 번째 날까지 우리는 각자 발표의 내용과 방식을 정했다. 세부내용이 정해진 사람은 없었다. 누군가는 아직도 할 이야기를 정하고 있었다. 연극교실은 끝나버렸는데 말이다.
그리고(그래서/그렇지만) 그 다음 화요일부터 또 다시 모여서 공연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공연 전날은 저녁부터 모여서 다음 날까지 밤을 새워 가면서 연습하고 갈아엎고 다시 쓰고 하였다. 그렇게 일주일을 더 만나고 연극교실의 연극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끝났다. 박수도 치고 고기도 먹었으니까 정말로 끝난 거다.
■ 발표 다음 : 고기 먹었는데?
11. 뭐가 더, 더, 더, 더, 더..
그리고 막이 내렸다. 그런데 조명이 꺼지질 않는다.
고기를 먹고 끝나야하는데, 고기를 먹은 다음 차를 마시러갔다. 차를 마시고도 조용히 헤어진 게 아니라 다음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약속도 나중에 또 차 한 잔 하자는 약속이 아니라 또 밤 새워가면서 하나 하자는 약속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흔쾌히 밤샘 약속을 수락했다.
「다리의 봄 : 다리연극교실」은 막도 내렸고 봄도 지나갔지만 끝나지 않는다. 연극교실은 뭘 하는 교실이었나? 연극을 배우는 교실이었나? 연극을 하는 교실이었나? 아무래도 내 생각에는 같이 계속하자는 교실이다. 「다리의 여름」의 오프닝으로 극을 만들어서 하자고도 하고, 낭독회에서 낭독해볼 것을 준비 해보자고도 한다. 마치 팀이 하나 만들어진 것 같은 기분이다.
■ 마무리 인사 : 우리는 누구에게 무슨 말을 더 하고 싶을까
(-) 끝나서 아쉬웠다.
(+) 사실 끝난 게 아니라서 신난다.
(!)
일지를 읽어준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다리의 여름」이 있다는 것. 심심하고, 맘 속 가득 응어리도 져있고, 또 한 쪽은 텅 비어있다면 같이 뭔가 하자! 마이너스(-)로 “아쉽다”는 말만 가득할 수 있는 일상이 생기는 건 신나는 일이니까(!)
_ 활기찬 마무리
다리연극교실 발표공연「개인사정으로 좀 놀겠습니다」 프로그램(을 겸한 감상문)
오프닝 “연극교실에 왜 오셨어요?”
연극교실 이전에 관객이었던 우리들은 이유를 답하고는 무대로 올라가서 배우가 된다.
그래서 오셨군요. 안녕하세요?
사람 “나는 네가 무서웠어. 왠 줄 알아?” - 스무고개
오늘, 횡설수설 ‘그’에게 이야기한다. 예전에도 ‘그’에게 횡설수설 이야기 했었다. ‘그’는 그 때나 지금이나 이렇게 대답하고 만다. “문이 열립니다.”, “문이 닫힙니다.” 그 때는 왜 그렇게 그 사이의 정적이 무서웠을까? 오래 전에 지나가버린 감정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김첨 “여기에 아주 우호적이지 않은 대화가 있습니다.” - 석연찮은 결말
곰 “내 하루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 - ?=!
세상은 생각과 같지 않다. 심지어 자신마저 생각 같지 않다. 대체 왜 그러는지 싶었던 것들은 자기 스스로 이유를 말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하지만, 그래서 뭐 어쩌려고?
여울 “나비는 달콤하지만은 않은 꿀을 먹는다.” - 지금 나의 상태는 ver. 2
꽁꽁 묶여 있다가 드디어 허물을 벗고 나왔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도 하늘의 색깔은 내 생각과 너무 다르다. 그리고 등에 달린 날개는 생각만큼 힘이 세지 않아서, 생각만큼 멀리 날지도 못 한다.
백김치 “재밌다 재밌다 재밌다” - 김치가 익어가요
3개의 재밌다에는 각각 어떤 부호를 쓰는 게 좋을까? 뭐가 재밌나? 어째서 재밌나? 야, 재밌냐? 빨간 김치가 아니어도 김치는 익는다고 한다. 재미있게도.
자라 “저는 사실 여러분에게 할 말이 없어요.” - zara는 지금 연기하는 중이야
정말로 할 말이 없다. 궁금한 것도 없고, 뭐든지 대답해 줄 수도 있다. 아무렇지도 않다. 그럼 우리는 당신에게서 무엇을 들어야 하는 거야? 그런데 그녀가 정말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일까?
인과 “그냥 뻔 한 이야기에요.” - 뻔 한 이야기
뻔하다. (뻔 한 구남친이겠다.) 정말 뻔했다. 그런데 우리가 한 얘기 중에는 안 뻔 한 얘기가 없었다.
+, -, !
서울 마포구 동교동 158-2
070 8668 5795
www.scyc.or.kr
'가톨릭청년회관 다리'는 청년 문화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재단법인 서울가톨릭청소년회가 운영하는 공간입니다. 공연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청년 복합 문화공간으로 이 시대 청년들의 현실, 위기, 그리고 행복을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품고 지지하려 합니다. 종교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개인사정으로 좀 놀겠습니다.
같이 놀며 창작하는 모두의 연극교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개인사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행복하고 때론 아픕니다. 봄 시즌은 소소한 개인의 이야기를 공동의 이야기로 풀어내 보는 자리입니다.
이는 개인의 이야기가 같은 방향으로 모아져 완성되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참여자 한명 한명의 이야기가 그 자체로 존재하고 그것들이 '연극교실'이라는 공동의 시공간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방향성과 엇갈림, 마주침 등을 마음 열고 실험해보고 지켜보고자 합니다.
함께하는 연출가, 신재훈
함께하는 극작가, 김덕수
함께하는 배우, 장윤실
* 연극교실은 다리의 여름, 가을, 겨울에도 또 다른 버전으로 계속됩니다.
공연발표회
"개인사정으로 좀 놀겠습니다."
일시 2011년 5월 8일 일요일 저녁 7시
장소 가톨릭청년회관 '다리' 1층 카페무대
- 공연리뷰가 아니고 연극교실일지이기 때문에 공연에 대한보고는 생략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공연의 내용을 훑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은 아래에 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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