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개인사정으로 준비 중입니다 - 다리의 봄「다리연극교실」첫번째 이야기

2011. 5. 4. 11:39Feature


개인사정으로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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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의 봄「다리연극교실」첫번째 이야기
 


글_ 김첨

 

개인사정으로 좀 놀겠습니다. 다리연극교실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의 '가톨릭청년회관 다리'의 연습실에서는 매일 저녁 일곱 시부연극이 벌어진다. 그러니까 연극교실은 연극이 벌어지는 교실이다. 4월 19일 화요일 오후 일곱 시, 첫 번째 연극이 시작되었다.

   




첫째 날, 둘째 날 : 서로를 소개하기


1. 배역

배우인 사람 아홉 명, 관객인 사람 아홉 명, 그렇게 총 아홉 명이 둥그렇게 둘러앉았다. 아직은 서로가 어떤 배역을 맡고 있는지 전혀 모르기에, 아홉 관객은 이제 막 불이 꺼진 공연장에 앉아 있는 양 숨을 죽이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잠시 후, 무대에 조명이 켜지고 아홉 명의 배우가 한 사람 씩 자신이 맡고 있는 배역을 소개한다. 배역소개를 본 관객들은 아직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배역이 있기도 하지만 일단 극을 지켜보기로 한다.



 

2. 백지대본 - 배역들이 가지는 성격

아홉 명의 배우에게 대본이 주어졌다. 대본에는 배우가 취해야 할 간단한 행위만 덩그러니 있고 그 밖의 대사와 지문은 비어있다. 좁은 무대 위에서 같은 행위를 하기 시작한 아홉 명의 배우는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껴안아보기도 하고 대화를 해보기도 한다. 그렇게 비어있던 대본에는 대사와 지문이 기록되고, 배우들이 그 행위를 정지했을 때 마침내 대본의 제목이 떠오른다. ‘보통 사람의 욕구

 


3.
보통 사람의 욕구

첫 번째 극이 끝나고 대본의 제목을 확인한 배우와 관객들은 안심하며 서로를 바라본다. 그들을 안심시킨 것은 배우들이 극에서 들려준 이야기인 비빌언덕의 부재’, ‘관계에 대한 배고픔’, ‘위로의 필요’, ‘소통에 목마름’, ‘무료함에 지침따위가 자신이 가지는 욕구와 다름이 없는 보통 사람의 욕구라는 사실. 서로가 자신과 다름없이 보통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배우는 관객을 대하기가, 관객은 배우를 바라보기가 편안해졌다.

그리고 이어질 이야기는 굳이 아홉 명이나 되는 보통 사람이 모여있는 이유 : 하나의 같은 욕구로 다다르게 된 아홉 개의 개인사정.






첫째 날과 둘째 날, 연극교실 참가자 아홉 명과 연극교실을 벌인 세 명(과 공간기획사람 한 명)이 만났다. 어색하게 마주 앉음으로 시작해서 각자 세가지 키워드로 서로를 소개하고 여기에 모이게 된 이유를 말했다. 그리고나서 몸을 움직이고 부딪히며 놀았다. 정말 놀았다.

첫째 둘째 날 평가의 플러스(+)[각주:1]는 대체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좋았어요.”, “마음이 편해서 좋아요.” 였다. 나의 느낀 점은(!) "매일 밤 MT를 오는 기분이다." (연극교실은 7시반에 시작해서 10시 즈음 끝난다.)


 



 

셋째, 넷째, 다섯째 날 : 개인사정으로


4. 연출가가 등장

두 번째 극부터는 아홉 명의 연출가가 등장한다.

 

5. 개인사정으로..

아홉 명의 연출가는 각자의 과거를 들고 왔다. 과거의 물건, 과거의 장면, 과거의 기억. 아홉 명의 연출가들은 각자 자신의, 혹은 다른 이의 과거를 가져다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아홉 명의 배우들에 의해 보여진다. 아홉 명의 배우들은 이야기를 열심히 연기하기도 하고 얼굴을 붉히며 무대 뒤로 뛰어들어가기도 하고, 때때로 그저 망설이며 가만히 서있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을 지켜보는 관객은 박수를 치기도 하고 또 수군수군 떠들기도 한다. 다른 이의 과거를 가져다가 이야기를 만든 연출가는 이야기를 만들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하고 어떤 관객은 그 이야기를 자기도 알고 있다고 말하고, 한편 과거의 주인은 그 과거가 사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가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연출자가 만들어 낸이야기 -장면, , 무대(배경), 행동 따위들-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찾아졌다. 서로의 과거를 보고 자신이 가진 개인사정을 꺼내어 이야기가 되었다. 그래서 아홉 관객이 함께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아홉 개의 이야기는 서로 달랐다.
 

6. 때때로 극은 혼란에 빠진다.

어떤 관객은 때때로 자신이 무엇을 보았는지, 또 무엇을 보려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게 된다. 어떤 배우는 때때로 자신이 무슨 배역을 맡고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떤 연출가는 때때로 자신이 이야기로 만든 개인사정이 거짓말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게 맞나?

 

셋째 날부터 다섯째 날까지의 수업 내용

조금은 낯설은 극본을 낭독하며 극 속의 인물이 되어
분위기와 심정을 인물 간의 거리나 움직임으로 표현하기
-
구도를 연출해보기


본인에게 소중한 물건을 가져와서
그 물건이 가진 이야기의 한 장면을 보여주고 설명하기
-
체가 가지는 상징을 연출해보기

 


자신과 누군가가 함께한 사진을 가져와서, 서로가 다른 사람의 사진을 가지고
사진 속에 있었을 사람들의 관계를 상상해서 재연해 보여주기
-
관계를 연출해보기


자신이 이야기를 해줄 무대와 관객석을 찾아 정해서
잊혀지지 않는 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혹은 보여주기)
- 무대를 연출해보기






모두들 서로가 하는 얘기에 공감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에 정신없이 있었다
(+). 마이너스(-)인 평가에서는 때때로 이런 평가가 나오고는 했다. “생각한 것만큼 잘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잘해보이고 싶다는 보통 사람의 욕구!

나의 느낀 점은(!) “그야말로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림을 엄청 못 그린다. 하지만 언제나 잘 그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 (2)

 

 


다리연극교실의 아홉 명의 배우와 아홉 명의 관객과 아홉 명의 연출가들

개인사정으로 적잖이 외로운 기분인 (그리고 그 외에 등등인),

개인사정으로 눈을 못 마주치는 거짓말쟁이인,
김첨
개인사정으로 (남들이 괜히 더 걱정해주는) 군입대를 압둔,
백김치
개인사정으로 이름이 불려서 꽃이 되기를 기다리는,
사람
개인사정으로 보라색약(빨강과 파랑이 배합된)을 집어먹고 있는,
여울
개인사정으로 서울에서 도쿄의 지진을 겪고 있는,
인과
개인사정으로 이래저래 복잡한 건 싫은,
자라
개인사정으로 작업실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신쓰
개인사정으로 타인의 개인사정을 기대하는,
윤실
그리고
,
개인사정으로 생생함이 필요한 환절기가 찾아온,
서당개
개인사정으로 아직 해야 할 공간이 많이 남은, 소우

(이는 관객 김첨의 주관적 시각입니다.)



가톨릭 청년회관 다리
서울 마포구 동교동 158-2
070  8668 5795
www.scyc.or.kr


'가톨릭청년회관 다리'는 청년 문화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재단법인 서울가톨릭청소년회가 운영하는 공간입니다. 공연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청년 복합 문화공간으로 이 시대 청년들의 현실, 위기, 그리고 행복을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품고 지지하려 합니다. 종교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다리연극교실
개인사정으로 좀 놀겠습니다.

같이 놀며 창작하는 모두의 연극교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개인사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행복하고 때론 아픕니다. 봄 시즌은 소소한 개인의 이야기를 공동의 이야기로 풀어내 보는 자리입니다.
이는 개인의 이야기가 같은 방향으로 모아져 완성되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참여자 한명 한명의 이야기가 그 자체로 존재하고 그것들이 '연극교실'이라는 공동의 시공간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방향성과 엇갈림, 마주침 등을 마음 열고 실험해보고 지켜보고자 합니다.

함께하는 연출가, 신재훈
함께하는 극작가, 김덕수
함께하는 배우,    장윤실

* 연극교실은 다리의 여름, 가을, 겨울에도 또 다른 버전으로 계속됩니다.



공연발표회
"개인사정으로 좀 놀겠습니다."
일시 2011년 5월 8일 일요일 저녁 7시
장소 가톨릭청년회관 '다리' 1층 카페무대

다리연극교실의 참여자와 관객 모두
짧은 한마디로 밖에 표현할 수 밖에 없었던 모호한 각자의 사정을 서로에게 털어 놓을 수 있는 편안한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1. 매일 그 날의 활동이 끝날 때 마다 플러스(+ 좋음), 마이너스(- 아쉬움), 느낌표(! !!!?)로 평가를 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