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를 말하다] 순도 100% 영화제 정동진 독립영화제

2012. 9. 7. 01:41Review

 

 

▲ 정동진의 일출, 구름뒤로 숨은 해  

 

순도 100% 영화제

정동진 독립영화제

 

서 영 주

 

"낮에는 바다가서 놀고 쉬다가, 저녁에는 달과 별과 함께 영화를 보고, 밤에는 모두 체육관에서 모여 술자리, 해뜰때까지 있다가 해돋이 보러 해변으로 고고..."

누군가에게 정동진 독립영화제를 소개할 때 늘어놓는 설명이다. '환상이지 않은가!' 하면서 말이다. 나 역시 작년에 모 영화제 프로젝트 촬영차 처음으로 여기 왔다가 반해버렸으니까.

당시 정동진을 가기 전날까지 짐을 풀었던 곳이 <무산일기> 박정범 감독님의 시골 집. 그곳에는 맛있는 된장으로 유명한 장독대 밭이 있다. 산책할 수 있을 만큼 넓은 그 장독대 밭을 꽃비와 은용언니(함께 프로젝트 영화를 준비하는 배우들)와 함께 걷다가 곧바로 이동한 곳이 정동진이었다. 

정동진의 여인이라 불리우는 배우 김꽃비씨가 사회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이미 고단해진 몸을 이끌고 동네를 어슬렁거리는데 금새 피로를 잊어버렸다. 한눈에 반할 수 밖에 없는 그 마을, 바다 그리고 정동진 초등학교 가는 길.

"여기서 살았으면 좋겠다. 여름에만, 겨울엔 추울 테니까." "겨울에 별로 안춥대요." "그래요? 그럼 여기 살까?"

가는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과 이런 사심 없는 말들을 늘어놓다 보면 영화제가 시작되고 있는, 담벼락도 없는 운동장에 이른다.

"사회자 김꽃비의 옆에는 매년 남자가 바뀌는 거야. " "엇, 그럼 제가 내년에 꽃비 옆에 서면 되겠네요. 수염달고 남장하고..."

광수삼촌(박광수 정동진독립영화제 프로그래머)과 함께 나누었던 대화. 다들 반응이 좋았던 그 일 년전 약속을 잊지 못하고 있었는데, 올여름 초에 연락이 닿아 기어코 개막 사회를 맡게 되었다. 이것이 올해 정동진 영화제를 다시 한번 갈 수 있게 된 계기였다. 물론 사회를 보는 것은 아주 '잠시'... 콧수염을 그린 나, 그리고 이혁상 언니와 김꽃비양 이렇게 셋이 나란히 하게 되니 개막식이 수월하게 끝났다. 이제 본심으로 돌아가 작년에 못다 누린 영화제를 누려보자. 일출과 월출과 비키니와 막국수, 그리고 이번 영화들은 모두 보리라.

 

  ▲ 14회 정동진독립영화제 사회자. 배우 서영주, 김꽃비, 이혁상 감독 ⓒ 성하훈

 

정동진 독립영화제는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이 모두 한 곳(정동진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틀어주는 한 가지 프로그램의 영화를 다 같이 보게 되는 국내 유일한 영화제이다. 그것도 야외에서, 자원봉사자 분들이 열심히 피우는 모기향의 그윽함과 함께. 따라서 같은 시간대 골라보는 영화는 없다는 말이다. 대신 고개를 올려다보면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민 달님이 우리와 함께 영화를 보고 있고, 뒤를 돌아보면 저멀리 바그다드 카페처럼 보이는 조명 달린 부스에서는 상수동까페의 상그릴라와 커피가 팝콘과 콜라 대신 기다리고 있다. 물론 스크린 앞에 앉은 내 손에는 투명 플라스틱 컵에 담긴 칵테일 한잔이 들려져 있고, 영화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동네 주민분들은 축제와 어우러져 있다. 그 사이에서 나는 어르신들은 과연 어느 부분을 재밌어할까, 눈여겨보기도 한다. 잠시 영사기 고장으로 영화가 중단되어도 관객들은 개의치 않는다. 여유로운 분위기가 좋다. 광수삼촌은 뛰어다니시느라 말도 아니었지만...

▲ 14회 정동진독립영화제 공식카페 "상수동카페" (출처:정동진독립영화제 홈페이지)

 

기다리는 동안 잠시 의자를 뒤로 제쳐본다.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 올해도 비가 오지 않았다. 참 다행이다. 뛰어다니는 스텝, 분주한 운영진들을 보니 이 영화제를 여기까지 이끌고 온 사람들의 노고가 별빛처럼 빛난다.

 

14회 정동진독립영화제 영화상영 (출처:정동진독립영화제 홈페이지)

 

14th. 그 동안 많은 다사다난이 있었다고 들었다. 비가 와서 철수하고, 재설치 하느라 고생한 적도 많았고, 동네 주민들의 미움을 샀던 시기도 있었고... 마을과 학교 사이 다리가 무너져 큰 문제를 겪은 적도 있었다고.... 새삼 지금껏 지속되어온 데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정동진 독립영화제가 나의 후원을 받을 때까지! 아니,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건강하게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광수삼촌의 재롱어린(?) 노력으로 무사히 영화제를 이어가고... 술자리를 갖기에는 너무 환했지만(?) 시상식엔 제격인 화려한 체육관 조명 아래서 땡그랑 동전 시상식을 갖게 되었다. 관람자 모두가 한두푼 동전으로 뽑는 영화! 수상작은 그렇게 모인 모든 동전을 상금으로 받는다. 나는 이 시상식이 좋아서 꼭 참여한다. 몰아치기도 가능하다. 양심껏?!

 

▲ 정동진독립영화제의 땡그랑 동전상 모금함

 

첫째날 해돋이는 날이 흐려 잘 안보였다. 전날 무리했는지 체기가 있어 약국에 들렀는데, 정동진 약국 아저씨께서 지어주신 약이 잘 듣는다. 아저씨께서는 이미 프로그램 북을 다 보셔서 내 이름도 알고 계셨다. 배우라고 하니 잘 알 거라 여겼는지 남몰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는 속내를 비치며 블로그까지 알려주신다. 제목이 '두 번째 태양' 이라는데... 내가 과연 조언을 해드릴 수 있을까마는 어쨌든 이 분의 친절함과 진실함이 아마도 좋은 시나리오를 나오게 하리라, 언젠가 분명! 영화제 기간에 아프면 정동진 약국에 가라. 초등학교에서 기차역 방향 삼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튿날 모두들 얼큰하게 취한 채 축구 도가니에 빠진 틈을 타서 홀로 해변에서 두 번째 태양을 맞이했다. 빠알간 태양이 빠르게 올라오는 것을 보는데 성공했다. 처음이다. 벅찬 마음으로 태양을 맞이한 후, 영화제 마지막 날을 맞이하기 위해 잠을 청한다. 누군가와 같이 보았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면서.

 

▲ 정동진의 일출, 발갛게 솟은 해 

 

모든 상영을 마친 마지막 날 밤 체육관 파티. 시작 시간이 늦어지는 틈을 타 잠시 달을 보러 나왔다. 운동장에서는 스텝들이 스크린을 철수하느라 바쁘다. 십년지기 자원봉사자가 있는 정동진 영화제. 그런 자원봉사들에게 상패를 아끼지 않는 영화제. 소소하게나마 작은 손길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교감 신경이 살아있는 영화제' . 그리고, 헠핀(허클베리 핀)의 공연 무대와 헠피(허클베리 피)의 출연 영화를 동시에 볼수 있었던! 골목에서 만난 권해효 선배님의 따듯한 손을 맞잡아도 어색하지 않았던!! 줄 서서 먹는다는 막국수는 못 먹었으나 주방장 이마리오 감독님의 북어국은 정말 맛있게 먹었던! 올해였다.

 '무사고 무스캔들의 가족수련회 분위기' 라고 말하자, 그건 모르는 일!이라며 다들 어떤 일들이 밤사이 벌어지길 원하는 눈빛이었지만, 또 다시 아름답게 떠오르는 태양과 아침 기차 달리는 소리가 들리는 이 작고 예쁜 마을에서, 벌어지는 스캔들이라 봐야 순도 100%가 아니겠는가. 그 순도를 다음에는 꼭! 누려보기로 하고 사람들과 무리 지어 또다시 태양을 맞이하러 나간다. 역시나 새로운 장관에 빠져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사람들은 모래 위에서 잠이 든다.

그날 태양은 구름 속에 숨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되려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혹은 나와 밀당하려는 것 같은 구름 속 태양의 여운에, 괜시리 서울 가는 길은 기차를 타고 돌아가기로 마음먹는다. 모두들 버스를 타는데... 나혼자 고단한 몸을 일으켜 가까스로 기차를 탔다. 동네 아저씨의 집차를 잡아 타지 않았다면 기차를 놓쳤을 것이다. 일출의 여운은 잊어버리고 좌석에 앉자마자 잠이 들려 하는데...

아뿔싸 이것은 무엇인가... 내 손에는 탑o빌 604호 키가... 하하 정동진에서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이렇게 내 손에 담겼나 보다. 사회를 본답시고 좋은 방 잡아주시고 이 모든 것 편히 누리게 해주신 정겨운 정동진 독립영화제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목례를...하며 꾸벅꾸벅 잠이 든다. 서울가서 택배로 부쳐드려야지.

순도 100% 정동진 독립영화제 만세!!   

 

▲ 정동진 추억의 흔적  

▲ 14회 정동진독립영화제 기념촬영사진 (출처:정동진독립영화제 홈페이지)

 

****사진출처 : 1,6,7,8, 서영주 / 3,4, 5,9 정동진독립영화제 홈페이지/ 2 성하훈  

 

 필자_ 민낯배우 서영주

 소개@ojoodog / 썬셋과 썬라이즈가 필요한사람, 커피와 함께 가끔 초콜렛이 필요한 사람
 먹구름이 되고싶은 사람, 노래를 부르면 살아나는 사람, 바닷가에서 말을 타고 살아갈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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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서영주는 현재 상영중인 독립영화 여배우 민낯프로젝트 <나나나>에 여배우 트로이카 중 1인으로 줄연중에 있다.  

 

제14회 정동진독립영화제

The 14th Jeongdongjin Independent Film & Video Festival (JIFF14)

   •일시 : 2012년 8월 3일 ~ 5일 (2박 3일)

   •장소 : 강원도 정동진 정동초등학교

   •주최 : 강릉씨네마떼끄, 한국영상자료원

   •주관 : 제14회 정동진독립영화제 사무국

   •후원 : 영화진흥위원회, 강원도, 강릉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강릉시지부

   •성격 : 야외 독립영화제

   •슬로건 : 별이 지는 하늘 영화가 뜨는 바다

   •사업목표 : 독립영화의 저변 확대, 지역 영상문화 활성화

별이 지는 하늘 영화가 뜨는 바다 독립영화, 정동진 밤하늘에서 반짝반짝! 올해 14회를 맞이하는 정동진 독립영화제는 1999년 (사) 한국독립영화협회와 강릉씨네마떼끄가 함께 기획한 독립영화의 여름축제입니다. 모든 작품을 야외에서 상영하는 개성 넘치는 영화제로 매년 8월 첫 번째 주말, 강릉시 정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립니다. 관객과의 거리를 꾸준히 좁혀왔던 정동진 독립영화제로 인해 지역 독립영화 관객층이 두텁게 형성되었고, 아름다운 상영공간에서 우리시대 독립영화들은 대안, 독립, 낭만의 정취로 더욱 빛날 수 있습니다. 정동진독립영화제의 모든 영화는 무료로 상영됩니다.한국영상자료원은 2002년부터 공동으로 행사를 주최하고 있으며, 야외상영 설비 일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공식홈페이지 바로가기 >>> http://www.jif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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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민낯 프로젝트 나나나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 http://blog.naver.com/actress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