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쏜애플 컴백 공연 '내가 피는 밤'

2012. 12. 16. 10:11Review

 

쏜애플 컴백 공연 '내가 피는 밤' (guest 구텐버즈)

글_나그네

멤버들의 제대 후 처음 열리는 쏜애플의 컴백 공연.

이날 공연을 시작으로 새로운 비상을 시작할 쏜애플.

이미 이들을 뜨겁게 애정하고 있는 팬들 뿐 아니라, 아직 쏜애플의 음악을 접하지 못한 분들 모두에게 강력하게 추천해드리는 12월 단 하나의 공연.

 

2013년에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될 팀이 누구일 것 같냐고 물어보면, 나는 주저 없이 쏜애플(ThornApple)이라 말할 것이다. 2009년 12월 24일 '가시사과'라는 이름으로 첫 데뷔 공연을 가짐으로써 시작된 그들의 역사는, 이듬해 7월 밴드 이름을 '쏜애플'로 바꾸고 1집 음반 '난 자꾸 말을 더듬고 잠드는 법도 잊었네'를 발매하고 난 뒤 2년 간 휴식을 맞음으로써 잠시 멈춰있게 되었다.

이미 매니아 사이에서는 포스트 넬, 혹은 포스트 국카스텐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적잖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지만, 앨범을 내고 이렇다 할 활동도 펼치지 못 한 채, 국방의 의무를 다 하기 위해 휴식기를 가져야 했던 것이다.

 

(출처 : 쏜애플 클럽, club.cyworld.com/gasisagwa)

 

하지만 '멈춰 있는' 와중에도 그들은 끊임없이 '진보'하였다.

웹진 가슴에서 선정한 2010 올해의 음반 우수상을, 그리고 '이유'와 '매미는 비가와도 운다'라는 곡으로 2010 올해의 노래 최우수상을 수상하였으며, The Rookie Of The Year 2009-2010에서 우수신인으로 선정되는 등 음악계의 떠오르는 신인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1집 음반은 품절이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고, 공연 및 홍보 활동도 없었던 시기에 단지 '음악' 만으로 팬들을 끌어 모은 것이다. 그렇게 2년이라는 길고 긴 휴식기 끝에 드디어 모든 멤버들이 팬들 곁으로 돌아왔고, 소소하면서도 화려한 컴백 공연을 선보이게 되었다.

공연 장소는 홍대의 카페 벨로주. 일반 라이브 클럽에 비해 관객과 굉장히 가깝게 느껴지는 무대와, 벨로주 특유의 아늑한 분위기는 꽁꽁 얼어 있던 겨울의 우리들을 녹여주기에 충분했다.

또 하나의 개성 강한 팀 '구텐버즈'가 오프닝 무대를 펼치는 동안 주위를 둘러보니, 공연장 안이 관객들로 꽉 차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이 단 한 장의 음반에 매료되어 2년 동안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컴백의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겠지? 하는 생각을 하니 왠지 모르게 신기하면서 든든해졌다.

 

(출처 : 쏜애플 클럽, 종이달 님)

 

그리고 잠시 후 쏜애플 멤버들이 하나 둘 무대를 채웠다. 2년 동안이나 비워두었던, 나조차도 익숙지 않은 나의 옛집에 돌아왔는데,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이 한둘씩 찾아와 밝은 모습으로 맞이해준다면 어떤 기분일까? 아마 쏜애플 멤버들이 무대 위에서 공연장을 가득 채운 얼굴들을 보면서 느낀 감정이 그런 것이 아닐까.

물론 군복무 중에도 멤버들끼리 휴가를 맞추어 몇차례 공연을 하기도 했었지만, 이번 공연은 이제 정말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의 공연이었던 만큼 그들 스스로도 수많은 감정이 교차한 공연이었을 것이다.

 

(출처 : 쏜애플 클럽, 종이달 님)

 

그들 앨범의 1번 트랙 "피어나다"로 시작되어, 앵콜 무대로 공연이 마무리 될 때까지 공연을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가장 크게 다가왔던 생각은 이제 그들은 더 이상 '포스트 넬'도, '포스트 국카스텐'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쏜애플' 그 자체였고, 길고 긴 숙성기를 지나 드디어 완연하게 붉은 빛을 띄게 된 한 알의 잘 익은 '가시사과' 였다. 사과의 달콤함처럼 아름다운 선율 속에, 가시와 같은 또렷한 메세지를 품고 있는 그런 가시사과. 공연 당일에는 이미 꽤 오래 전에 품절이 되어버린 1집 앨범을 원하는 수많은 팬들을 위해 1집 재발매 앨범을 선보이기도 하였는데, 앨범 자켓부터 부클릿까지 곳곳에 그들의 세심함이 묻어있었다. 공연 내내 멤버들은 '그 동안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감동 어린 인사라도 하는 듯 했고, 그 진심이 노래와 연주를 통해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해져왔다.

 

(출처 : 쏜애플 클럽, 종이달 님)

 

"내가 이리 높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까닭은,

당신에게 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이 쌓였기 때문입니다."

- 쏜애플, 이유

오늘 공연의 주제는 바로 이 소절이었다고 생각한다.

12월 24일이면 3주년을 맞이하는 이 밴드가 실제로 활동을 했던 시기는 1년 남짓 밖에 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전하고 싶은 음악이, 이야기가 참 많을 것이다. 이제 다시 새로운 시작점을 맞은 그들이 앞으로 숨겨두었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하나씩 찬찬히 풀어내어 더 좋은 음악을 들려줄 것이라 기대해 본다.

 

  필자_나그네

  소개_안녕하세요. 음악을 사랑하는 24살 서예슬이라고 합니다.

20대라는 나이가 담고 있는 '청춘'과 '젊음'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에겐 버겁기만 합니다. 하지만 저는 20대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늘 열정이라는 가치를 놓치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삶에서 열정을 잃는 순간, 그 삶은 제 것이 아닌 게 되어버리죠. 저에게 그런 열정을 가져다 주는 것은 바로 ‘음악’이었고, 현재 홍대를 비롯한 여러 공연장들을 찾아다니거나, 각종 페스티벌에 일꾼으로 참여를 하는 등 열심히 이런저런 음악적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취미로 밴드에서 노래도 부르고요.

저는 우리 모두가 나그네라고 생각해요. 세상에 길고도 짧은 여정을 떠나 온 나그네. 적어도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라면, 내가 진정 열정을 느끼는 것이 무엇일까? 한 번 쯤은 고민해보시고 더 능동적인 삶을 설계해보았음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이번 여행 좀 더 활기차게 즐겨보자구요. 우린 아직도 여행 초반부에 있고, 갈 수 있는 길이 더 많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