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10. 14:36ㆍ07-08' 인디언밥
Round One - 사람 사람 사람
- 카카키오
- 조회수 915 / 2007.09.19
나는 대학에서 여성학을 전공했다. 남들에게 표적이 되거나 상대방의 무한한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든지 하는 흥미진진한 상황을 이끌어 주기도 하지만 나에게 의미있게 다가온 것들 중의 하나는 어떻게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가에 대한 방법론이었다 . 대부분의 여성학 수업을 들었던 경험을 들춰보자면 "그래 칸트가 말한 그건 말이지" 하는 식의 학문적 영웅담이 아닌 세상의 담론과 내 자신에서 출발한 담론이 사이좋게 데이트를 하는 것 마냥 자연스럽게 자신의 개인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첫수업 혹은 첫수업을 뺀 나머지 수업 전부였던 것 같다 .
결론을 내리자면 개인사는 역시 문화담론를 주관적으로 펼쳐나가는 데 알리바이 내지 좋은 출발점이다 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어떠한 현장속에서 직접 뱉고 삼키는 경험들이야 말로 우리가 바라는(혹은 꿈만 꾸는) 객관적 거대담론이란 해변을 이루는 모래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개인사를 풀어놓는 일에 대해 하루에 한번 정도는 가볍게 투썸업을 해줄정도로 호의적이다.
거대한 서울에서 자란 "이제 노래는 남들에게 맡기지 그러니"소리를 무의식중에도 듣는 한 싱어송라이터가 14 시간 꼬박 날라가서 자신보다 바퀴벌레들이 조금 더 자주 파티를 여는 허름하지만 사랑스런 아파트에서 매일 L트레인을 타고 어떻게 뉴욕과 브룩클린을 구름 위 걷듯 걸어다니게 된 건지 자초지종을 한번 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
내가 본 미국영화들 중 늘 인상에 남는 영화들은 대부분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세렌디피티 (2001)의 스치고 스치는 인연이 가득찬 빠르고 사랑스런 도시, 머니 트레인 (1995)의 살벌한 지하철과 온통 축제로 가득찬 새해의 밤거리,혹은 25시(2002)에서 애드워드노튼이 내뱉은 순수한 증오의 대상이었던 수많은 사람들 (자기 자신까지도)의 복잡한 샐러드볼 * 그것도 아니라면 AI(2001)에서 볼 수 있었던 물을 뿜어내는 사자상이 있는 록커팰러 건물 , 어둡고 고요한 도시 맨-하튼이라든지 온갖 잡다한 감정과 사건과 사람이 얽히고 설킨 복자 -압한 이 동네는 늘 내게 터무니없이 예술적인 상상의 토대를 마련해 주었고 꿈을 꾸게 만들어 주었다.(물론 그 냄새나 맛은 늘 달콤하지 않다 .)
2001년 첫달 에릭존슨이라는 인자하게 생기신 기타연주자의 아름다운 연주곡"Manhattan" 을 듣다 그동안 쌓아온 꿈과 상상력은 "그래 가는거다."로 결론이 났고 무려 1 달간 얼어붙은 맨하튼안에서 빨빨거리며 여행객 통과의례를 거쳤다.(예를 들자면 반스앤루니스에서 발견한 지미 핸드릭스 관련 서적의 사진을 플래쉬 팡팡 터뜨리며 찍는다든지 유명한 큐바 요리집 하바나에서 "스테이크"를 시킨다든지 ...) 어쨌든 수도없이 찍어댄 사진으로 기억되는 2001년 첫달의 뉴욕은 매력적이지만 아무리 안아도 관심도 주지 않는 푸석푸석한 모래밭 같았다 .(언젠가 이야기하겠지만 21세 이하의 인간에게 뉴욕은 최악의 도시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으로 채워진 상상을 현실에서 계속 이어나가게 해준 것은 그 당시에 본 "델 라 구아다"라는 비언어 퍼포먼스였는데, 그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까 두려워 말은 못하지만 온몸이 젖어 버릴 정도로 졸라 끝내준다 수준에서 마치겠다.
어쨌든 뉴욕에서 느낀 델라구아다의 짜릿함은 그 다음해 쳐들어간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 보러간 그들의 내한공연을 통해 계속 이어졌고 잠시 홍대앞 클럽에서 그 기운을 느끼다 "입사"의 ㅇ의 점 하나도 못찍은해 졸업한 2007년의 춘삼월을 얼마 안남긴 날, 지난 2001 년 48번가의 제법 기품있어 보이는 기타가게에서 구입한 기타를 들고 연초 세일 덕에 10 달러 주고 건진 고양이털 자켓을 입고 뉴욕으로 "돌아"버렸다.
*샐러드 볼 이론(Salad Bowl Theory): 이민자의 국가인 미국을 Melting Pot이라고 표현했던 시절은 진작 지나가고 이제는 이민자들이 각자 샐러드 속의 재료들처럼 그냥 버무려진 관계라는 의미에서 이 표현을 쓰고 있다 .
사실 이곳에 오기 전에 참 많이도 울었다. 아버지 돌아가신 다음날에도 그렇게 울진 않았는데 , 정성스럽게 보낸 이력서와 데모CD에 대한 답장의 기운은 나비효과의 팔랑거림 정도도 없었고 물론 ㅇ의 점 하나없이 멋진 나의 포부를 펼친 온라인 입사지원서는 토익 없이 소신있게 소멸되었다 . 솔직히 말하건데, 의지도 별로 없었고 그냥 내 자신에 대한 실망투성이었다 . 27살의 짠 눈물은 뭐, 그렇게 오래 기억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울음소리만큼은 뭐 , 그렇게 신명하게 마음속에 울려펴지지 않았지만 그나마 내 인생의 적색경보를 한번 터뜨려 준것은 사실이다. 아마 뉴욕행 비행기는 수많은 해제버튼중 억새게 운좋은 버튼의 베스트오브더베스트오브더베스트의 대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떻게든 여기 돌아온 척 해야지 하는 마음에 지도 따윈 화장실이나 남들 안보는 곳에서 몰래 확인할 정도였고 그 덕분에 2001 년의 뉴욕허무방랑기를 잠시 복습하게 되었다.(그러나 다행히 그 와중에 굉장한 사진들을 찍을 수 있었다는 것) 더구나 어색한 거리감이 늘 가득찬 어학원의 교실에서(도대체 인생 통틀어 내가 듣는 수업의 절반이상은 이런 불편한 침묵이 늘 존재하는지 너무 불만족이다 .) 한번 듣고 쓰고 말하면 이거 중학교때 배운건데 하며 기억이 나고 다음날 까먹는 북미 영어를 배워가며 "나 지금 뉴욕에 있어"라고 친구들에게 말한다는 건 수치스러운 일임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일단 종을 하나 쳤다. 땡 . 라운드 원. 훅 훅
어차피 장황하게 설명하나 안하나 감이 어떻게 갈지는 모르니 시골영감 기차놀이 고개를 간다식의 서술을 한다면 파리에서 예술학을 전공하고 흔들린 사진에 대한 철학을 나누었던 야릇한 미소를 가진 냉소소녀 샤를롯 ,그녀 친구인 사진 에이전시 일을 하는 꺽다리 베르틸,루시 루보다 예쁘다고 해줄 테니 공연할때 기타빌려주세요 타이완 어메리칸 쉬라 , 난 감독이 아니라 에디터야 에디터 다혈질의 청년 제임스,CSI를 너무 많이 본 나머지 범죄심리학 박사과정을 앞둔 FBI지망생이자 이탈리아(에서만 ) 미녀인 마카리따,브라질의 안동소주 카샤사를 주세요 화끈한 예술가 페르난다 자매 ,휘바휘바 언제든 어디서든 노래와 연기를 할 수 있는 핀란드에서 온 뮤지컬 배우 하이디,언제나 초컬릿을 들고 다니는 환상적인 댄서 캐러비안에서 태어난 조지 ,텍사스에서 온 잭애스 디자이너 타미,나의 룸메이트 요 파파 3개국어가능 중등교사 전직마리화나딜러 피터,10살된 아들을 두고 자기 꺼를 찾기 위해 컬럼비아의 광고감독을 때려치고 온 까를로스 (그게 멀지는 자기도 잘 모르겠단다),처음부터 끝까지 클럽이든 파티든 축제든 플로어 정중앙을 사수하는 3명의 빠리지엔느 음악가 도로시1 도로시 2 그리고 알릭스,지퍼를 열고 다녀도 별로 신경안쓰던 패션 디자이너 케이상 , 남부에서 온듯한 인상을 풍기지만 사실은 쌀쌀한 스웨덴에서 발레하다 왔어요 캐롤라이나,그 외 누군지 어디서 받았는지 기억상실된 수많은 명함들
노래를 미친 듯이 만든 것도 아니요. 공연장에 살다시피 음악을 파본 것도 아니요 . 메트로폴리탄 뉴욕에서 와서 거친 첫 라운드는 사람 틈 사이를 거쳐 사람들의 무대였다. 꼭 예술에 발을 담근 사람들이 아니여도 다들 "흥"을 즐기고 있었고 그 것들을 통과해서 각자 삶을 살아가고 있다 . 그래서 그들의 노력과 도전을 보고 듣고 나니 내가 기대고 있던 "인디" 혹은 "독립"이란 둥지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 같다. 예술이 일상인 도시에서는 "난 독립음악가입니다."하는 말은 일종의 비주류적 우위를 갖고 있지 않고 엄청나게 특별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인디"는 이제 안녕인걸까?
不,No,ノ―,n ?o,non,,??!: ??????? ????????? ???,아니!! " 보통" 사람들의 무대위에 올려진 예술과 그것들을 둘러싼 환경은 우리가 "인디"라고 부르는 것이 이미 몸에 베어진 상태에서 출발하여 생활 그 틈속에 공기처럼 스며들어 있었던 것이다. 뭐 , 사실이 아닐지라도 그렇게 믿고 싶다. 그 믿음과 호기심에서 이 에세이는 시작하고 있다 .
보충설명
* Take the L trian 2탄
* 카카키오가 2007년 뉴욕으로 날아갔습니다.
홍대에서 음악하기, 브로클린에서 음악하기에 관한 비교분석 에세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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