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17. 14:45ㆍLetter
인디언밥 5월 레터
많이들 만나고 계신가요
“많이들 만나고 계신가요.” 잘 지내는지 묻는 새로운 방법으로 만들어본 문장입니다. 골똘한 표정을 본다면, 요즘은 무엇을 만나고 계신지 마저 묻고 싶어요. 그 만남이 어땠는지도요. 많이 못 만나고 있다고 한다면 혼자선 무얼 하고 지내는지 물어볼 생각입니다. 뭐 인사라는 게 어찌됐건 이야기가 잘 풀리면 다 좋은 거 아니겠어요.
요즘 저는 독서모임을 하거나, 비정기적으로 모여 글쓰는 자리에 나가고, 온라인 연극 리뷰 모임에도 참여를 시작했습니다. 읽고 쓰는 것만큼 혼자하기 좋은 일이 없는데도 꼭 그렇게 되더라고요. ENFP[1]의 특성이기도 하겠지만 사실은 스스로를 강제할 동기가 필요해서였고, 가끔은 외로워서하는 것 아닐까 생각도 합니다.
지난 달엔 불쑥 혼자 오픈마이크 무대에 섰습니다. ‘보컬을 찾습니다’라는 팀명으로 연주를 하며, 함께 공연하는 다른 음악가들과 환대와 격려의 감각을 나눴습니다. 카메라 너머의 관객에게는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놀랍게도, 정말로 연락이 와서 팀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이게 되네…?” 같은 말을 많이 했어요. 너무 이상하고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독립예술가/기획자로 산다는 건 누구에게나 외로운 일일테니까요. 그리고 불쑥, 그 외로움을 매개로 만날 수 있는 동료들이 있어서 행운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도 때맞춰 새로운 예술가들을 만나려는 모양입니다. 새로이 시도되는 축제 형태에 맞춰 어떤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을지 벌써 기대돼요. 올해는 기획스탭 대신 후원회원이자 관객으로 함께할 것 같습니다. 신촌에서 1M SPACE를 운영하는 옐로우클립에선 <아니 근데,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냐 연극제>를 연다며 예술단체를 모집하고 있답니다. 저희도 독자를 은은하게 모집하고 있습니다. 대대적인 홍보 대신 레터와 기존 독자들을 통한 입소문이라는 전략을 쓰기로 했어요. 주변에 많이 영업해달라는 뜻입니다.
오늘은 미술관 산책을 조금 했습니다. 남서울시립미술관에서 있던 <사랑을 위한 준비운동>을 보러 갔어요. “다층적인 차별과 혐오, 구분 짓기에서 파생되는 일상의 폭력에 맞서는 의지와 동력으로서 능동적이고 의도적인 사랑의 실천에 주목[2]”한다며 이를 위한 트레이닝을 함께 해보는 전시였어요. 워크숍이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인 줄 모르고 그냥 갔다가 몇 작품 못 보고 오긴 했지만 괜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더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 거창한 움직임이 아니어도 작은 Practice처럼 만나보아요. 새로운 시도들에 박수를 보내고 서로를 환대하는 감각을 나누는 것은 외로운 이들에게 당연하고 또 행운같은 일일 것입니다. 그를 위해 우리는 조금 더 세심해지고 열려야겠지요. 갈 길이 멀지만 5월이 또 걷기 좋은 계절이니까.
2021년 5월 12일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위원
김민수
[1] MBTI성격 검사 유형 중 외향적/직관적/감정적/인식적 경향
[2] 전시 서문 발췌
'Lett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디언밥12월 레터] Happy new year와 Best Regards의 번역어 (0) | 2021.12.31 |
---|---|
[인디언밥 11월 레터] 용서를 가불해주세요 (0) | 2021.11.23 |
[인디언밥 9월 레터]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연서 (0) | 2021.09.28 |
[인디언밥 7월 레터] BPM 119 정도로만 무더운 날 (0) | 2021.07.12 |
[인디언밥 4월 레터] 이밤의 끝을 잡고…나의 사랑이 (0) | 2021.04.24 |
[인디언밥 2월 레터] 와아, 살아야겠다 (1) | 2021.02.03 |
[인디언밥 1월 레터] 2021년, 어떻게 (0) | 2021.01.14 |
[인디언밥 12월 레터] 좋은 소식 (단) 하나 (0) | 2020.12.07 |
[인디언밥 11월 레터]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알쏭달쏭 스마트(하고 무심한) 세상 (0) | 2020.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