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밥 4월 레터] 이밤의 끝을 잡고…나의 사랑이

2021. 4. 24. 19:11Letter

 

 

인디언밥 4월 레터

 

이밤의 끝을 잡고...나의 사랑이

 

레터를 쓰는 데 몇 일이 걸렸네요. 빠르게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너무 늦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글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며 글을 써 내려갑니다.

벌써 2021년의 4월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빠르게 시간이 흘러갑니다.  어느새 벚꽃이 피었다 빠르게 떨어지면서 푸르른 여름을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네요. 한동안  저는 갈 길을 잃은 듯 마음과 머릿속 소용돌이는 잦아들지 않은 체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러다 밤산책을 나가거나 노래를 찾아 듣는다든지 반려묘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을 달래봅니다. 참 마음이라는게 하루에도 수십번씩 널뛰기는 게 신기하게도 느껴집니다.

 

8월 축제를 위해 벌써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회의를 하다 보면 문뜩 늦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밀려들면서 왠지 모를 조급함도 불쑥 튀어나옵니다. 다행히 든든한 동료가 옆에 있어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사무국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작년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여러분을 만나기 위해 부단히 준비하려고 합니다. 이제 막 시작이니 모두 이번 여름도 기대해주세요:)

 

어느 새벽, 책꽂이에 꽂힌 에메랄드색의 소설책 마그리트 뒤라스의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집어 들었습니다. 그날도 종일 일에 치여 겨우 컴퓨터를 덮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런데 막상 자려니 아쉬워 졸린 눈을 비비며 책을 꾸역꾸역 펼쳐봅니다.

마그리트 뒤라스 @구글웹이미지

 

책은 이탈리아의 어느 바닷가를 배경으로 사라와 남편 자크, 그들의 아들, 지나와 루디 커플, 다이아나, 이름 모를 남자가 등장하면서 인물들 간의 대화와 마을에서 발생한 비극을 둘러싼 노파와 세관원, 식료품상의 대화들이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내용 전반에 있어서 남녀, 가족 간의 사랑, 권태, 질투, 미움 등 서로 간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두 부부(자크와 사라, 지나와 루디) 대화 속에서 서로에 대한 날카로운 언어들이 오가지만 결국 그 말들 속에서 서로에 대한 애증과도 같은 사랑이 감지되기도 합니다. 이해되지도 이해하지도 않은 상황이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서로가 그 권태로움을 안고 있는 모습들이 과연 지금의 시대와는 얼마나 맞을지 궁금합니다. 판단하에 각자의 갈 길을 빠르게 가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 같거든요. 

 

소설은 책의 내용 말고도 이 책의 앞부분에는 뒤라스와 그의 어린 연인 얀 앙드레아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됩니다. 철학을 공부하던 얀은 친구가 소장하던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을 보고 매료되어 그녀와 5년간 서신을 주고받습니다. 자신이 공부하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결국 뒤라스의 인생 마지막 16년은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당시 그는 28세, 뒤라스는 66세였습니다. 그들의 사랑은 나이를 불가하고 인생의 마지막을 함께합니다. 하나의 책을 수십번씩 읽고 기록했던 그의 열렬한 마음이 또 하나의 사랑을 만들었습니다. 수십수만 가지의 사랑을 책의 안과 밖에서 보여주는 듯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마음 한켠에 씁쓸함이 남게되었습니다. 지난 사랑에 대한 웃픈 생각과 책과 나의 시간이 교차되면서 알 수 없는 감각들이 몸으로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아마 경험했던 어떠한 기억과 이어져서 그런가봅니다.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다시 돌아가 다시 읽게되고 다시 곱씹어보고 레터를 쓰는 시간까지도 다시 읽어봅니다. 곱씹어 볼 수록 다른 감정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얀이 그랬듯이 저 또한 이 책에 매료되네요.

“사랑엔 휴가가 없어,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 사랑은 권태를 포함한 모든 것까지 온전히 감당하는 거야, 그러니깐 사랑엔 휴가가 없어. 그게 사랑이야. 삶이 아름다움과 구질구질함과 권태를 끌어안듯, 사랑도 거기서 벗어날 수 없어” (p.306) 

마그리트 뒤라스와 얀 안드레아의 모습 @구글 이미지

 

이번 레터는 매우 감상적이 되어 인사를 드렸습니다. 쓰고나서도 괜히 민망하네요. 후후 

이제 곧 더 따뜻해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많은 작품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직 침체된 분위기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응원 많이 보내주세요:) 

작품을 사랑하는 그 마음 전달해주세요~

2021년 4월 21일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위원

불나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