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무수히 많은 미세한 목소리 모음집

 

 

 

무수히 많은 미세한 목소리 모음집

 

- 온실열람 전시 리뷰 -  

 

 

남하나(부



매거진, 웹진이 가진 매체의 특징은 지금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전시와 공연의 정보, 내가 보지 보고 듣지 못한 이야기를 여러형태의 글들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현재 예술계의 흐름과 지금 어떤 이슈가 있는지 머릿 속 레이더가 작동되어 퍼즐들을 맞추는 재미에 매거진을 되도록 많이 챙겨본다. 또한 자료가 되고 매거진은 현재성, 현장성을 가장 많은 담은 책으로서 시간성까지 쌓여가는 그 재미가 있다. 

 

현재는 그 형태가 다양화 되어 온오프라인으로 활발히 움직인다. 출판, 블로그, 브런치에서 기록들이 쌓여 하나의 아카이브가 되고 그들이 점차 조직되어 zine을 구성한다. 때로는 오프라인으로 책이 출간되어 세상 밖으로 나오기도 하고 아니면 아직도 온라인에서 유영하듯 언어들이 떠돌아다니기도 한다. 마음먹고 찾이 않으면 그 연결고리가 쉽게 발견되지 못하는 온라인의 세상 속에서 따로 또 같이 zine이라는 이름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은 어떤 말들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들은 누구일까? 라는 질문을 쏟아낸다. 

 

전시장은 북한산 아래 구기동에 위치해있는데 다소 낯선 동네라 색다른 기분으로 전시장을 방문했다. 내부 곳곳에는 푸르른 풀들과 수집된  진(zine)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내용과 다르게 전시의 제목을 보면서 갸우뚱 거렸던 것을 생각한다면 전시장과 기획자의 의도에서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온실 속에 식물들을 눈으로 보고 어루만져야 하듯 가지각색의 책들이 전시장에 놓여 관객들의 눈길과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출판물에 모양을 갖춘 두툼한 책, 얇은 a4에 출력되어 실로 제본된 팸플릿, 어떤이의 손글씨와 청테이프로 연결된 책 등 제각각의 모양이 나름 규칙적이면서도 진열되 위에서 다소 불규척으로 놓여있었다. 내용도 일관성 있지 않고 어디선가 말하고 있을 어떤이들의 이야기가 쌓여있다. 그들의 이야기에 앞서 내가 알고 있는 매거진(Magazine)으로 향해본다. 

 

# 한국 최초 페미니즘 저널 <if 잡지>

입구에 가장 눈에 띄는 매거진이 쌓여있다. 이름도 거창한 “대한민국 최초 페미니스트 저널 <if 잡지>”.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잡지가 있었다는 사실에 이전부터 언니들은 언제나 빠르게 움직였음에 감탄 아닌 감탄을 한다. 세대를 앞서가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것.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묵직하게 쌓인 책 탑 사이에서 책 한 권을 집어들고 자리에 앉았다. 책의 목차를 보자니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의 시대적 화두가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과 달라지지 않았음에 약간의 탄식을 내뱉었다. ‘여성폭력, 포르노, 출산파업, 낙태” 등 여전히 여성을 대상화하고 도구로서 활용되는 몸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이미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그때의 문제의식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깊은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무거운 주제와 달리 메인문장들은 날카로우면서도 통쾌했다.  “웃자, 뒤집자,놀자"의 이프 스피릿의 맞게 과감하고 적날하지만 유머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 모습이 보였다. 

 

1997년 창간호 특집은 문화예술계 “지식인 남성의 성희롱"을 주제로 그동안 가려져있던 이야기를 밖으로 끄집어 냈다. 문학, 가상공간, 현장 분석(언론, 미술, 문학)으로 카테고리를 나누어 여성들의 목소리를 zine에 집어 넣었다. 이렇듯 소외받던 누군가의 이야기가 매년 모여 특집으로 탄생하고 독자들에게 공유하여 담론을 만들 수 있는 장을 만들며 지도를 그렸다.  소수의 이야기가 확산될 수 있는 다양성에도 신경을 썼다. 기획마다의 형식과 방법적인 차원에서 많은 고민의 흔적들이 목차27에까지 연결지점을 만들어 구성되었다. 잡지는 책에 머물지 않고 대외적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외에도 특집들을 보자면 

 

2000년대 초반에는 <안티미스코리아페스티벌>, <안티성폭력페스티벌>, <안티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남성중심 사회의 부조리와 여성의 차별을 고발하는 목적으로 총 11회를 진행했었다. 운동으로서의 페미니즘이 아닌 문화, 예술적으로 여성의 언어를 보여줄 수 있는 축제로서 선보였다. 끊임없이 움직였다. 다시 페미니즘이 리부트 되는 지금, 더욱더 언니들은 움직이는것 같았다. 





사진: <if 잡지> 창간호 특집 내용 일부 발췌 @magazine if

 

 

#다시 돌아와 이 세상의 목소리 

 

정의되거나 규정되지 않은 그 이상의 목소리, “작은 단위, 즉 개인의 목소리가 발화될 수 있는 자리가 꾸준히 필요하다”라고 말하는 기획자. 그렇기에 이와 연결되게도 참여하는 방식도 다른 타전시와는 다르게   열려있었다. 자율공모를 통해 최소한의 정의 “개인이 혹은 단체가 독자적으로 제작한 팸플릿 형태의 출판물”이 가능한 것들이 그 자리에 모였다. 작품을 만들기 위한 사전 리서치 자료,  일기, 에세이집을 비롯하여 스크랩, 아카이브북까지 참여자들의 언어와 이미지가 쌓여 있는 수많은 진(zine)이 모여있었다. 1920년 과학소설에서 출발하여 70년대에는  DIY(Do it yourself)문화가 활성화 되면서 생산에서 유통까지 가능해졌다. 특히 펑크씬에서 활발해지면서 팬덤문화와 함께 성장했다. 90년대에는 페미니즘으로 연결되어 롸이엇 걸(Riot Grrrll)이 탄생하기도 한다. 차별, 억압, 학대, 폭력 등에 맞서서 음악과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렇듯 개인에서 출발하여 사회적 목소리를 내기도 했던 문화들이 지금까지 흘러와 보다 확장된 방식으로 개인의 언어가 집결되었다. 

 

서로 다른이들이 책으로 그리고 다시 전시로 모였다. 세상 밖에 뿌려져있던 이야기들이 수집되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번 전시는 시작에 불과했다. 더 많은  진(zine)이 어떠한 규정된 구성, 형태에 얽매이지 않고 수집, 수백개의 진을 모여지기를 기대한다. 

 

사진: 웹사이트 MYRIA

 

필자소개

불나방: 프로 N잡러, ‘불안'을 키워드로 개인의 서사를 수집하는 시각예술가이자 독립예술축제를 만드는 기획자, 인디언밥의 편집위 등 이일 저일을 합니다. 실수와 오타를 반복하지만 예술계 안에서 글로 이미지로 기록하고자 합니다:)

<전시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