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5. 17:25ㆍFeature
독립예술집담회 11th with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Section 2.
<기후위기 시대의 축제 만들기 : 미래를 향해>
유경
인간에게 축제는 어떤 의미인가. 축제는 축하하며 벌이는 행사, 특별한 일이나 시간을 기념하는 의식, 그리고 그것을 넘어 현대의 지역 기반 문화사업, 지역의 특수성이 여가활동으로 변형된 커뮤니케이션 행위라고, 사전은 설명한다. 사람이 모이는 축제, 축하하고, 기념하고, 대화하는 그것은 즐거움과 가까워 보인다.
그렇다면 지구에게 축제는 어떤 의미인가? 지구 또한 즐거워하고, 축하하고, 대화하고 있을까? 인간이 지구의 가장 큰 공격자가 되어온 오랜 시간 동안 존재했던 축제를, 지구는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모이면 수많은 자원이 쓰이고, 인간이 즐겁기 위해 하는 행위에도 많은 자원이 쓰인다. 축제 또한 인간의 것이므로 지구를 위협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거센 기후위기 한복판에 서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을 멈춘다’는 답인가? 라고 묻는다면, 우리는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아주 오랫동안 지속해 온 축제, 그것은 인간의 삶에 닿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안을 찾고, 더 깊은 기후위기를 막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지구와 손을 잡고, ‘덜 가해자’가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1 독립예술집담회의 두 번째 세션 <기후위기 시대의 축제 만들기 : 미래를 향해>는 이 방법을 찾아나가는 깊은 대화를 한다.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위원 채민의 진행과 함께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스태프 백교희, 춘천마임축제 총감독 강영규, 서울환경영화제 사무국장 강수정의 발제를 시작으로 바람컴퍼니 한윤미 연출과 축제기획자 김민수가 토의에 참석했다. 기후위기 시대, 그들은 어떤 노력과 과정에 닿게 되었을까.
#프린지페스티벌
독립예술축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지금 이 기후위기 시대에서 해야 하는 축제는 어떤 것인지, 할 수 있는 방식과 실천은 어떤 것일지 고민했다. 또, 역설적으로 쓰레기 배출이 가장 많았던 2011년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에코프린지’에서 일어난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환경 담론을 오래 지속시키자는 작은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올해 사무국 내 에코프린지 팀이 만들어졌고, 환경을 향하는 여러 시도를 하게 되었다.
먼저 종이, 현수막/배너, 쓰레기, 음식물 4개의 주제에 대한 축제 폐기물 월간 리서치를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에코’ 프린지를 향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올해의 축제 굿즈는 축제 현수막으로 만든 카드지갑 굿즈, 안 쓰는 에코백을 모아 만든 파우치 두 가지로, 기존 축제 굿즈와 함께 활용되었다. 굿즈를 당연히 만들던 관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타협점을 찾는 과정이었다. 아티스트에게 에코프린지 친환경 홍보물 제작 가이드를 제공하고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한편, 자원봉사자인 인디스트 에코프린지팀을 만들어 워크숍, 축제 사이트 인근 제로 웨이스트/비거니즘 공간 지도 제작, 위클리 에코 소식지 등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한 축제 내에서도 에코프린지 위크의 기후위기와 관련한 독립예술집담회, 인류세에 대처하는 예술가이드 워크숍 등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어려움 또한 존재했다. 먼저 홍보에 있어, 친환경 소재로 소량의 홍보물과 책자를 제작하기는 했으나 이는 축제 홍보의 목적을 반감시키는 듯이 느껴졌다. 더 치밀하게 홍보물 제작을 계획하고 친환경을 우선순위에 두는 시도를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기도 했다. 축제 운영에 있어 새로운 물품들을 계속 구매해야 했고, 축제를 만드는 과정과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등은 기존의 축제 방식에 대해, 그리고 축제에 대해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프린지’의 방식으로 이러한 시도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다. 작은 시도들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러한 시도를 계속해서 돌아보고, 환경에 가까운 방식으로 나아갈 것이다. 최종적으로 프린지페스티벌은 “인류세에 대처하는 예술 가이드”를 제작하려 한다. 모두가 참여하고 실천해 나가는 가이드가 될 수 있기를, 그리고 같이 발전하고 고민하는 가이드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서울환경영화제
환경재단에서 진행해 온 서울환경영화제는 아시아 최대 규모 환경영화제, 그리고 세계 3대 국제환경영화제로 올해 18회를 맞았다. 서울환경영화제는 환경 그 자체를 다루므로, 어쩌면 다른 ‘환경적으로’ 진행하려는 축제와 조금은 다른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서울환경영화제는 이 둘이 다르지 않다고 답한다. 환경 콘텐츠에 집중한 초기의 영화제를 넘어 이제는 ‘환경적으로’ 축제하기에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콘텐츠 내에서 우리가 아는 ‘환경’, ‘환경보호’를 넘어 환경을 넓게 해석하고 메시지를 전달해 관객이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은 ‘환경적으로’ 축제하기와 ‘환경을 위한’ 축제가 닿아있는 지점이다.
2019년, 영화제를 진행하는 그린 페스티벌 팀에서 진행한 에코페스티벌 인 서울은 ‘쓰레기가 없는 페스티벌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에 답했다. 다회용기 대여, 환경 워크숍, 친환경 제품 판매를 시작했으며, 축제의 제작물, 폐기물, 다회용품, 에너지 사용, 그리고 축제 진행의 노동 부분까지 담은 축제 가이드 라인, ‘지구와 우리의 약속’을 제작하기도 했다. 완전히 ‘쓰레기 없는 페스티벌’은 불가했지만, 기존 축제와 비교해 쓰레기 배출을 6~70% 감량한 1인당 14그램의 쓰레기 배출에 도달해 의미 있는 결과를 거두었다.
2021년 서울환경영화제의 슬로건은 ‘에코볼루션’이었다. 팬데믹을 겪으며 일반 관객들뿐만 아니라 기업체에서도 기후위기에 집중했고, 축제는 에코, 솔루션,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것까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 이번 축제는 감독과의 대화, 에코토크, 교육프로그램인 시네마 그린틴, 업사이클링 체험프로그램인 플레이에코 등 환경을 이야기하는 다양한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서울환경영화제는 세계청소년기후포럼의 청소년 연사의 말을 들으며, 조금 불편한 페스티벌이 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모두가 그 불편함을 이미 인지하고, 불편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시대,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축제는 인간을 위한 축제가 아닌, 인간 자신을 공격하는 축제가 된다. 환경 영화를 통해서 지속가능한 삶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서울환경영화제는 현재 그린 아카이브와 정기 상영회 등으로 여러 환경 영화를 대중에게 전달하며 기후위기 시대의 축제를 이어나가고 있다.
#춘천마임축제
기후위기 시대의 축제에서 공공성, 예술성, 축제성은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생태나 인간 소외에 대한 솔루션으로 작동할 수는 없을까? 지금 이 시대에서 정말 잃지 말아야 할 축제의 중심은 무엇일까?
2020년, 중도에서의 <치유의 숲>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환경과 축제를 생각한 이후, 2021년의 춘천마임축제는 위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작년 프로젝트 진행 당시 조금이라도 자연에 덜 훼손되는 방향으로 프로젝터를 설치하고,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자 했던 것에 이어, 올해 춘천마임축제 또한 최대한 ‘가해자가 덜 되는 방식’으로 축제를 진행했다. ‘지구의 봄’이라는 테마로 봄, 여름, 가을의 시즌제 축제로 여러 시민과 작은 규모의 축제를 이어나갔다.
춘천마임축제는 올해 종이 인쇄물을 하나도 제작하지 않았다. 카드 뉴스와 온라인 방식의 홍보를 진행했으며 지난해 <치유의 숲> 프로젝트에서 활용한 프로젝터와 모니터를 활용해 공연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2018년부터 축제에서 쉽게 버려지는 전기선을 규격화시켜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만들기도 했다. ‘CIMF 쇼룸’은 이전년도의 축제 물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고, 현수막과 배너는 장바구니 등으로 재탄생했다.
춘천마임축제는 이제 새로운 고민을 한다. 야외 축제인 만큼 전기사용이 많기에 기름을 쓰지 않고 전기를 모을 수 있는 축전 시스템을 고민한다. 또 ESG를 고민하는 기업들과 함께 물 등 축제에서 사용되는 물품을 친환경적으로 제작, 사용,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아닐까, 하는 고민 속에서 춘천마임축제가 내린 결론은 “우리가 10가지 잘못을 하고 있다면 올해 한 두 가지, 또 내년에 한 두 가지를 하지 않는 것”이 결국 모여 “에코를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가능성이다. 가까운 미래에 축제를 만들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환경을 기본적 인식으로 가지고 가는 것을 꿈꾼다. 인쇄물이 없고 일회용품이 없는 약간의 불편함을 감내하는 것은 축제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들에게 필요한 인식이자 ‘가해자에게서 멀어지는 길’이다.
환경으로 대화하기 : 축제의 여러 주체
축제를 만들어가는 건 축제의 사무국뿐만이 아니다. 참여하는 예술가와 봉사자들도 존재하고, 기업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 또 다른 주체들과 축제는 어떻게 ‘환경을 위한 대화’를 나누었을까.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올해 아티스트들에게 “프린지는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예술가들도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어요.”라는 화두를 던지는 해였다. 적극적으로 환경에 대한 논의를 나누기는 어려웠지만, 아티스트가 에코프린지를 홍보하기도 하고, 현수막 재활용 굿즈를 위해 예술팀 자신의 현수막을 보내주려는 등 아티스트들의 노력과 참여도 존재했다.
서울환경영화제는 자원봉사자 ‘그린티어’에게 환경 가이드라인을 안내한다. 텀블러 사용 등 불편하고 어려워하기도 했지만, 작년부터는 오히려 환경 가이드라인을 먼저 지키려는 노력이 먼저 있었다.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가진 자원봉사자들이 축제에 참여하고, 또 다른 자원봉사자들이 환경 가이드라인을 지키며 그 메시지를 받아 가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ESG에 기업이 집중하며 환경적으로 축제하기에 기업이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 또한 축제 사무국에겐 큰 고민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결국 수요와 공급, 이익에 의해 결정되는 기업의 결정방식은 과연 무엇이 더 친환경적인가를 생각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기업이 추구하는 것이 ‘명목적인 친환경’을 통한 ‘이윤 추구’가 아닌지, 환경을 생각하는 여러 축제 사이에서 논의되어야 할 지점이다.
마주하는 축제의 관성과 친환경적인 축제의 환경
축제에는 관성이 존재했다. 환경을 위한 뱡향으로 나아가려다가도, 그것을 막을 만큼 축제에서 중요한 부분들은 기후위기 시대 축제 만들기의 가장 어려운 지점이다.
모든 인쇄물을 없앴던 춘천마임축제는 축제 정보를 모두 온라인 및 축제 공간의 모니터 화면으로 제공했다. 그 과정에서 관객들에게 축제의 전체적인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기에 모니터 화면과 스태프의 안내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이번 축제는 소규모로 진행되며 이미 온라인으로 공연정보와 친환경적인 축제 운영 방식을 제공 받은 관객이 축제를 찾았기에 어려움이 적었으나,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이전의 축제로 돌아간다면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역시 홍보물이 가장 큰 관성이었다. 60-70팀이 참여하는 축제이기에 정보전달이 항상 어려웠고, 인쇄된 프로그램북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프로그램북을 제작하지 않고 QR코드로만 안내하기에는 QR코드 접속이 어려운 관객도 분명 존재했다. 이에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올해 소량의 프로그램북만 제작해, 꼭 필요한 관객에게만 제공하는 등 노력을 했다.
서울환경영화제는 조금은 희생할 수밖에 없었던 영역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텀블러 등 다회용기 사용으로 인해 자원활동가 및 스텝들의 노동량이 증가한 것이다. 친환경을 위한 축제가 축제 관계자들의 노동력으로 치환되었고, 이는 지속 가능한 축제를 위해 더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결국 노동환경이 개선되어야 친환경적인 축제가 오래 지속될 뿐만 아니라 축제 제작 환경에서도 조금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한 친환경적인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축제의 환경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스태프와 인디스트의 식사 장소를 선정할 때 ‘채식 식사가 가능한가’를 우선순위에 두고 선정했다. 조금 더 가까이서 친환경적 선택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 그 체험으로 친환경적인 선택을 하려는 사람들을 늘리고, 축제의 지역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 그것은 축제와 지역의 친환경적인 선한 선순환이 될 것이다.
참여자들은 토의를 바탕으로 환경을 위한 기후위기시대의 축제 조약을 작성했다. 축제가 서로 축제물품을 공유하기/ 지속 가능 감독 등 환경과 관련한 관리 감독 시스템 구축/ 예술가, 자원활동가 등 축제참여자와 환경에 대한 의제 나누기/ 전기 등 에너지 사용 절약/ 파트너 비건식당 등 지역 환경 네트워크 구축/ 축제 제작 과정에서 비인간 생명체가 배제되지 않는 방법 고민/ 친환경 축제 가이드라인 공유 등의 다양한 의견 속에서 기후위기 시대의 축제 만들기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생각했다.
인간은 기후위기의 주범이자, 지구를 파괴했다. 기후 위기는 우리가 마주하고, 앞으로 마주하게 될 현재이자 미래이다. 축제는 이제 지구를 망치는 일들을 하나씩 줄여나가고자 한다. 불편함을 감내하는 일, 그래서 조금 덜 가해자가 되는 일은 계속되어야 한다.
축제는 사람이 모이는 일이다. 사람이 모인다면, 필연적으로 환경파괴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람이 모였기에, 우리는 이야기 할 수 있다. 기후위기를 이야기하고, 환경을 향한 더 나은 방식을 찾고, 실천할 수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없다면, 계속 지구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우리는 조금씩,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환경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 환경으로 나아가는 축제는 지역과, 서로 다른 사회와, 다수의 사람을 연결하며 이를 도와줄 좋은 네트워크가 될 것이다. 축제에서 우리가 시작한 환경을 위한 작은 움직임은, 우리를 움직이게 할 것이고, 우리의 움직임은 다시 환경적인 축제로 나아갈 것이다.
필자소개
유경_조금은 묘한 이야기를 미묘한 마음으로 씁니다. 한 권의 책을 만들었고, 오래된 이야기가 되고 싶어요. 우리가 서로의 이야기를 사랑할 수 있기를.
독립예술과 예술계의 현안을 돌아보고 미래에 대해 논하는 포럼. 올해는 기후위기 시대의 예술과 축제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이야기 나눕니다. Section 2 | 기후위기 시대의 축제만들기 : 미래를 향해 사회 | 채 민 발제 | 서울프린지페스티벌 백교희, 서울환경영화제 강수정, 춘천마임축제 강영규 토론 | 김민수, 한윤미 일시 | 2021. 08.18. 15:00 장소 | 신촌문화발전소 스튜디오 창 ※ 본 프로그램은 서울프린지페스티벌 페이스북 페이지 및 유튜브 채널에서 온라인 생중계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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