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기후위기와 생활인으로서의 예술가> 독립예술집담회 11th with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Section 1.

 

 

독립예술집담회 11th with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Section 1. 

 

<기후위기와 생활인으로서의 예술가>

유경

 

 2021년 8월 9일 공개된 IPCC 6차 보고서는 2040년까지 지구의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전대비 1.5도가 오를 것이며 2050년이 되기 전까지 북극의 빙하가 녹아 없어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인간의 영향이 아니고서는 발생하기 어렵다”는 보고서 속 문장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과거와 비교해 현재의 우리는, 기후위기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미세먼지, 때아닌 눈, 엄청난 폭염에 더해 현재의 코로나 19 바이러스까지, 지구의 변화가 여느 때보다 크게 느껴진다. 많은 사람이 이에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축제와 문화예술계 또한, 이를 체감하고, 막을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1의 기획프로그램 <독립예술집담회 11th with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한 두 이야기를 다룬다. 바로 <기후위기와 생활인으로서의 예술가>와 <기후위기 시대의 축제 만들기 : 미래를 향해>이다. 

 첫 번째 세션 <기후위기와 생활인으로서의 예술가>에서는 생활인으로서의 예술가가 어떻게 일상과 예술 활동에서 기후위기를 느끼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할 수 있을지, 대화를 나누는 자리였다. 이번 세션에서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스태프 박상미, 시각예술가 이희원, 무대감독 정찬미, 바람컴퍼니 한윤미 연출, 극단 문 정진세 작가가 함께했다.

 

사진1. 독립예술집담회 11th <기후위기와 생활인으로서의 예술가>_제공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기후위기를 체감하는 생활과 예술

 

 “2010년대부터 계속해서 존재했던 기후위기의 전조나 상황들을 우리는 전부 외면했고, 우리는 후불제 기후위기를 마주했어요.”

 

 스콜 같은 비가 자주 내리기 시작했다. 여행으로 향했던 노르웨이는 더 이상 춥지 않았다. 길고양이들을 돌보면서 극심하게 더운 여름과 극심하게 추운 겨울을 느끼고, 이제 도시에 남은 야생동물은 길고양이밖에 없다. 10월에 갑자기 태풍이 와 야외 공연이 취소되었고, 이런 날씨 변화, 그리고 바이러스와 미세먼지는 거리예술을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어린 조카가 마스크를 쓰게 되고, 환경문제는 더욱더 수면 위로 올라왔으며 마스크 쓰레기와 창문을 열고 트는 에어컨에서 사람들은 위기감을 느꼈다. 사람들은 제로 웨이스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코로나 블루는 기후위기의 우울과 닿아있었고 우리는 먼 미래 세대가 아닌 당장 다음 세대, 혹은 우리 세대의 위기를 마주했다.  

 위와 같이 생활인으로서 체감한 기후위기에 더해, 참여자들이 예술인으로서 진행했던 여러 예술 작업은 기후위기에 대한 더 깊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희원 작가는 2019년 재활용 관련 공연 <나무를 심는 펭귄>이라는 환경 아동극을 만들면서 막연히 느끼던 지구의 위기에 대한 행동을 시작했다. 한윤미 연출은 구제역과 공장식 축산에 관련한 <고기, 돼지>라는 작품을 하게 되면서 육식이 기후위기의 큰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정진세 작가는 주위 예술가들이 환경을 제일 중요한 의제로 삼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이처럼 기후위기를 체감하는 생활과 예술은, 생활인으로서의 예술가의 삶을 바꿔 놓았고,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변화하는 생활과 인식

 

 “환경을 생각한 소비와 같은 것들. 되게 신경 쓸 일이 많죠. 피곤하고 쉽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뭔가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 이 상태에서? 조금은 이런 생각이 들어요.”

 

 기후위기를 마주하고, 많은 생활이 바뀌었다. 한윤미 연출은 물품의 뒷면을 보는 일을 많이 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품의 뒷면을 보고, 이 물품이 어디서부터, 어떤 여정을 거쳐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를 생각한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생산 공동체와 바로 연계된 곳을 찾는다. 비건,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에 주목하고 가까워지는 것 또한 생활인으로서 기후위기에 대항하는 일이었다.

 정찬미 감독은 에너지를 이야기했다.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하는 일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고, 결국 온실가스로 연결되었다. 우리는 에너지 없이는 살 수 없지만, 최대한 줄이기 위해 최소의 소비를 하는 것, 빌려 쓰고, 나누어 쓰는 것, 그리고 공공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일까지 이어졌다. 

 이희원 작가는 광진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환경 프로젝트 팀 쓰레기 없는 장 ‘쓰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진행한 ‘오늘의 플라스틱’ 프로젝트는 그날 사용한 플라스틱 쓰레기의 그림과 일기를 SNS에 업로드하는 프로젝트였다. 스스로 자신이 사용한 쓰레기 등을 기록하다 보면 스스로 깨닫고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시작했던 프로젝트는, 제로 웨이스트 등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시작점이 되어주었다. 

 

사진2. 독립예술집담회 11th <기후위기와 생활인으로서의 예술가>_제공 서울프린지페스티벌

본 집담회는 온라인으로 생중계되었다.

 

 기후위기와 예술, 실천으로 향하는 길

 

 “우리는 쓰레기를 만들고 있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약간 합리화하고 무분별하게 작업하는 부분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구를 보호하는 예술 활동의 실천은 오히려 생활에서의 환경 보호보다 쉽지 않았다. 이희원 작가는 유독한 성분이 들어 있는 시각 미술의 재료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작업자와 환경에 좋지 않으며 동물실험까지 거친 미술 재료들. 그리고 그것을 안전히 처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신문지 등 쓰레기까지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재활용되지 않는 리플렛과 굿즈를 위한 플라스틱 역시 마음에 걸리는 부분 중 하나였다. 작업을 지속할수록 환경을 보호하는 일과 멀어진다는 것은 커다란 고민이었다. 

 다른 예술 분야 또한 마찬가지다. 사람이 모여서 하는 일은 반드시 반 생태적인, 자연에 반하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 역시 공연예술과 예술축제를 하는 사람에게 큰 고민이 되는 지점이었다. 올해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21에서 에코프린지를 기획하고 실천했던 스텝 박상미는 이러한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타협해 조금 더 에코에 다가가는 축제를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정진세 작가는 이전까지 화려하고 사실주의적인 실감을 주는 무대 예술이 고평가되었었음을 주목했다. 이러한 방식 속에서 리사이클링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한국의 무대에는 수많은 자원이 쓰이고 또 버려졌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이제 예술가가 기후위기를 자신의 언어로 설명하고 대중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조금 다른 언어가 필요하다고, 이제는 이기적인 인간의 전략을 넘어, 탈인간적인 전략으로 다가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 무대 세트를 빌리고, 재활용하는 감각으로 연극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정찬미 감독 또한, 공연과 기후를 연결 짓는 언어가 없음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공정 캠핑처럼, 환경을 생각하며 캠핑을 하는 방법에 대한 언어들은 존재하지만, 공연 예술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은 단계라는 것이다. 예술계 전반에 담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3. 독립예술집담회 11th <기후위기와 생활인으로서의 예술가>_제공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그럼에도 그들이 해낸 노력은 큰 의미가 있는 일들이었다. 정찬미 감독은 공연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플랫폼 ‘공쓰재’를 만들었다. 해외 예술인을 초청하는 공연의 경우 해외에서 세트를 들여오는 것보다 국내에서 제작하는 것이 더 저렴했고, 이에 공연 이후 아티스트는 떠나고 세트는 남게 되며 수많은 공연 쓰레기가 발생했다. 이렇듯 공연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또 서로 필요한 물품들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공쓰재’는 예술계의 또 다른 ‘당근마켓’ 기능을 하려 하고 있다.

 한윤미 연출은 거리예술축제의 에너지 사용을 마주했다. 조명과 음향 등 전기가 없는 곳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발전차가 들어오고,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는 것이다. 이에 작품을 제작할 때 지속 가능한 재료를 쓰고, 불필요한 조명을 제하며, 공연에 관련된 운송과 이동을 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환경은 그의 작업과도 연결되었다. 인간이 비인간 동물을 어떻게 다루는지, 등 인간 중심적 사고를 벗어나 환경과 비인간에 대해 이야기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개인의 이야기에 더해 제도적 차원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진 창작 지원사업을 위주로 지원하는 지원제도 시스템 때문에, 예술가들은 새로운 작품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야 했다. 좋은 작품이 지속적으로 공연될 수 없음은 공연에 대한 아쉬움과 더불어 새로운 공연을 만들기 위한 에너지와 자원이 계속해서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공연이 재공연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그것이 버려질 일들이 줄어들 수 있다고 한윤미 연출은 말한다. 

 또한 중고물품에 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는 것도 큰 오류라고 이야기한다. 무대 등에서 충분히 중고물품이 사용될 수 있음에도, 지원금을 중고 시장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되어있어 계속해서 새로운 물품을 사들여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지원사업 차원에서의 변화 또한 시급해 보인다고 이희원 작가는 전했다. 

 

사진4. 독립예술집담회 11th <기후위기와 생활인으로서의 예술가>_제공 서울프린지페스티벌

박상미 기획자가 비거니즘 잡지 <물결>을 추천하고 있다. 이날 집담회 참가자들은 황윤 작가의 책 <사랑할까 먹을까>, 다큐멘터리 영화 <그레타 툰베리>, <씨스피라시>, 비건 요리책<비건 자취 요리 노트>, 시각예술 작가 타카시 쿠리바야시의 작업들과 올라퍼 엘리아슨 작가의 <아이스 와치>등을 추천하였다.

 

 더 나은 미래로

 

 “지금은 시행착오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후위기와 관련해서 인식론과 제작방식을 우리 앞세대로부터 배울 수 없었잖아요. 자연이 격하되었던 지점을 다시 격상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행착오의 제작론은 재활용, 헌 것, 그리고 지속 가능한 어떤 것이어야 해요.”

 

 정진세 작가는 기존 미학에서 벗어나 이러한 예술의 건강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생활인으로서, 예술인으로서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이번 포럼은 이야기한다. 생활인으로서의 개인은 이러한 변화와 여러 환경 문제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함을, 예술인으로서의 개인은 지속 가능한 예술의 방향을 생각하고 함께 공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후위기는 모두에게 닿아있는 문제다. 우리는 코로나 19 이후, 어떤 세상을 마주하게 될지 가늠하지 못한다. 우리는 모두 생활인으로서의 누군가이다. 생활인으로 실천할 수 있는 영역과, 자신의 직업 등 ‘누군가’로서 해낼 수 있는 영역, 그 두 가지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지금, 바로 필요한 시점이다. 또, 예술과 관계 맺는 각자의 위치에서, 어떤 것이 지속가능한 방식인지, 어떤 것이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는 방식인지 이야기하는 것 또한, 지금, 여기서 시작되어야 한다.

 

필자소개

유경_조금은 묘한 이야기를 미묘한 마음으로 씁니다. 한 권의 책을 만들었고, 오래된 이야기가 되고 싶어요. 우리가 서로의 이야기를 사랑할 수 있기를.

독립예술과 예술계의 현안을 돌아보고 미래에 대해 논하는 포럼. 
올해는 기후위기 시대의 예술과 축제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이야기 나눕니다. 

Section 1|기후위기와 생활인으로서의 예술가 
사회|박상미 
발제|정진새, 정찬미, 한윤미, 이희원 
일시|2021.08.17. 15:00 
장소|신촌문화발전소 스튜디오창 

※ 본 프로그램은 서울프린지페스티벌 페이스북 페이지 및 유튜브 채널에서 온라인 생중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