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같은 시간, <F+놀이터프로젝트_'말없는라디오'편>

"당신들이 빼앗긴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이 나에겐 축복의 봄이라오!"
-4월 26일 일요일, <F+놀이터프로젝트> 스케치



날씨가 하수상하여 굳이 집에 들러 두터운 겨울 점퍼를 입고 나섰습니다. 하나도 봄 같지 않은 날에, 가을처럼 바삭_서걱한 말없는 라디오의 음악이 작은 마당에 내려앉습니다. 연주가 멈추자 새가 지저귀더니, 신나는 (!) 음악이 나올 땐 아이들이 마당을 가로질러 뛰어놀았어요. 모두들 듣고 있었습니다. 함께 들어서 좋았어요. 좀 추우면 어때요. 야채트럭이 지나가도 충분히 괜찮고요. 좋은 음악, 봄기운 가득한 비빔밥 그리고 도란도란 이야기들. 요상하게 편안한 공간에서 정말 잘 쉰 기분이랄까요... -노미-


말없는 라디오... 라디오에서 말이 흘러나오지 않는다면?! 뭔가 어색한 결합이다. 이름에서부터 말이 없다니 조용조용할 것 같은데... 일렉 기타 두 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퍼커션과 베이스까지 함께 하는 공연이란다. 이 또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시작 전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던 그들의 공연은 부끄러운 듯 차분하고 조용하게 시작되었다. 흐리고 쌀쌀한 날씨와 느껴질듯 말듯 내리는 비는 음악과 오묘하게 어울리며 듣는 이들을 강하게 빨아들이는 힘이 있었다. 말없는 라디오와 함께 한 1시간 반 동안 왠지 어색하게만 느껴졌던 그들의 이름이 점점 어울린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영철-


사실은 조금 귀찮은 일요일이었다. 명절 앞두고 손님 맞을 일에 한숨부터 내쉬는 엄마어깨처럼 축 쳐져서는, 늘어져라 잠이나 자고 싶은 일요일말이다. 가혹한 일요일이라 생각하며 청소기를 돌리고 부엌바닥을 문질러댔더랬다. '그럴 순 없지' 마음을 다잡았다. 라디오만큼 사람 향 짙은 매체가 또 있을까... 보다 진실하게, 보다 진심으로. 이곳에서 그동안 나눠 온 인연들과 나란히 앉아, 찬 봄을 나누며 말없는 라디오에 귀 기울였다. 행위는 '음악을 듣다.'였으나, 결국 우리는 사람을 나눈 셈이다. 사람이 우선인 예술을 나눠야겠구나 싶었다. 늘어져라 잠들지 않은 일요일이, 참 다행이구나 싶었다. -도히-


이런저런 인연으로 찾아오는 관객에게도, 느긋해야 할 일요일 아침 댓바람부터 부산스러워야 할 스탭에게도 <F+놀이터프로젝트>는 언제나 그랬듯 특별하다. '말없는 라디오' 공연이 있던 지난 26일 일요일 오후, 며칠 비가 내려서인지 프린지 앞마당은 더욱 파래졌다. 맑으면 맑은 대로, 쌀쌀하면 쌀쌀한 대로, 나른한 주택가 담장을 타고 퍼지는 음악은 그 나름의 맛이 있다. 파랗고 쌀쌀했던 그 날 공연은 그래서 차갑고 또 따뜻했던 것 같다.

내 기억 속의 '말없는 라디오'. 몇 해 전 '라이브클럽 빵'에서 만났던 이주영의 목소리는 날 선 칼 끝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듯했다. 마치 어쩌다 종이에 손가락을 베여 버리고 난 후 나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 뚝 떨어져 망연자실해 하던 언젠가의 기억처럼. 함께 하는 시타의 눈웃음이 그나마 숨을 쉬게 해주었던 기억. 프린지 앞마당에서 다시 만난 이주영은 말 수가 늘었고 간간이 미소도 보여줬다. 반가운 마음.

참, 빼앗긴 들에 봄이 오냐고 물었던가. <F+놀이터프로젝트> 스탭들에게 한마디.
"당신들이 빼앗긴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이 나에겐 축복의 봄이라오!" -매버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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