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경의 마임워크숍]-6. 우리는 모두 귀한 사람이다.

2010. 3. 29. 10:56Feature

 

고재경의 마임 워크샵 - 여섯 번째 기록


글| 강말금

*들어가는 말 

두려움은 오는 것.

여기 점. 점. 점. 이 놈이 나한테 오는 거예요.

두려워... 두려워... 가 아니예요. 내면에 있더라도, 분명히 공간 속에 있다는 거죠.

점이 온다... 온다... 온다...

이 분명한 점들이 와야 된다는 거죠.


두려움에 대해서 나는 할 말이 있다. 두려움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무엇을 위해서라기보다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서 살아왔다. 일단 두려워하기 시작하면, 모든 행동이 두려워하는 대상을 피하거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쪽으로 집중된다. 진창에 발이 빠진 사람이 된다. 어떻게 하면 발을 빼나만 생각하게 된다.

시야가 좁아진다. 나의 공간이 작아진다. 인생의 배우들은 자신의 무대를 점유하고 상대방을 똑바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어서 사회의 부속물로 인간을 전락시키는 것, 병신을 만드는 것이 두려움 집행자의 커다란 음모다.


수업에서 공간과 두려움의 표현 얘기를 듣고 계속 그 생각을 하였다. 일주일 내내 그 생각을 하였다. 점. 점. 점. 을 우주로 쏘아보내고 두엄더미처럼 앉아서 별로 두려울 게 없어, 라고 말해보았다.



1. 몇 가지 Excercise


수업의 첫 한 시간은 늘 다양한 몸풀기로 진행된다. 수평 위의 막대기로 서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분리하고 푼다. 계속 누적된다. 새로운 몇 가지가 있어 소개한다.


- 두 발바닥 마주대고 앉으세요. 손으로 발가락을 잡습니다.

- 엉덩이를 축으로 도세요.

- 뒤로 완전히 쓰러지지 마세요. 일어나려고 하지 마세요. 엉덩이를 축으로 몸덩어리가 그냥 돕니다. 움직임을 할 때는 항상 축을 생각하세요. 좌로 다섯 번. 우로 다섯 번.


- 같은 자세에서 엉덩이를 앞으로 미세요.

- 결과적으로 들리지만, 드는 게 아니라 미는 거예요. 민다. 다운. 민다. 다운.

- 그대로 일어나세요.


- 누우세요. 무릎을 살짝 들고 발바닥은 바닥에. 손은 머리 뒤로 깍지 끼세요.

- 김밥 말듯이 맙니다. 머리 목 가슴.

- 허리. 골반은 떼지 마세요. 말은 몸을 폅니다. 쫙.

- 김밥 말듯이 말고, 말려진 양탄자를 쫙 펴듯이 폅니다. 그 호흡을 잊지 마세요.


- 편안히 누운 상태에서

- 위에서 손목을 당깁니다. 쭉. 손목부터 팔꿈치. 어깨.

- 어깨가 당겨지는 게 아니라 손목이 당겨지는 거예요. 쑥. 툭. 당겼다, 놨다.

- 더 위로. 당긴다. 당긴다.

- 당기니까 등이 들어가야죠. 등이 쑥 들어가게. 곧게 피세요.

-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정지 포인트는 손목. 나머지 움직여요. 대롱대롱.

- 자, 이번에는 손목이 당겨지는데, 배꼽 밑 - 단전? - 을 기준으로 쫙. 최대한 길게.


마리오네트 생각이 났다. 손목에만 실이 걸린 마리오네트. 그 아이의 릴렉스를 생각하면서. 쭈욱. 툭.



2. 노젓기


- 앉으세요. 무릎을 올리고 발바닥을 땅에 댑니다. 무게 중심은 엉덩이예요.

- 물 위에 뜬 배 위에 있습니다. 물속에 막대기 - 노가 있어요. 잡으세요.

- 민다. 제낀다. 민다. 제낀다. 노가 물 속에 있을 때는 저항이 있어요. 민다. 제낀다.

- 수평에 넓은 공간. 상상하세요. 공간을 간다.

- 자, 이제 한 쪽으로 돌겠습니다. 한 쪽 노만 저어보세요.

- 그 힘만큼 슬쩍 가야죠. 민만큼 간다. 어느 타이밍에 가야할지 생각해보세요.

- 그물을 잡으세요. 뿌리세요. 허리 가슴 어깨 손목 손.

- 그물을 뿌리는 건 맞지만 몸의 분리에 신경쓰세요.

- 춤추는 거 아니예요.

- 뿌렸다, 건진다. 당기고 정지포인트. 당기고 정지포인트

- 갈등. 안 당겨져요. 표정은 하지 마요.

- 당기는데 배가 좌우로 흔들흔들. 저항.

- 끌려들어갑니다...

- 천천히 풍덩. 물 속이예요. 릴렉스 릴렉스. 흔들흔들. 천천히.

- 물 속을 표현하는 것보다 일상 호흡이 아니라는 게 중요해요.

- 하늘을 난다. 훅.

- 수영 해 보세요.



3. 세 가지 일어나기


- 쭈그리고 앉으세요.

- 발바닥을 누르면서 일어납니다. 무릎, 골반, 가슴, 목, 머리. 일어나면서 발바닥을 계속 누르세요. 섰다, 정지포인트.

- 발바닥을 누르면서 앉습니다.


- 이번에는 누가 머리를 잡아서 당겨 올려요. 섰다. 정지포인트.

- 잡았던 머리를 놓았습니다. 머리부터 다운.




- 배꼽 아랫부분 - 단전?-에서 확장되면서 일어나요. 결과적으로 골반에 집중되요.

- 느낌을 확장하면서 일어나세요.

- 골반에 집중하면서 앉습니다.


- 세 가지를 차례대로 하면서 다름을 느낌니다. 천천히.

- 천천히해야 몸에 익어서, 나중에 빨리 해도 다 되요.

- 어깨 힘 빼시구요. 부위별로 릴렉스. 힘주지 마시고. 집중.

- 가위바위보를 할 때 ‘보’에 집중을 딱 해야지, 계속 힘 다 들어가 있으면 안 되요.

- 어디에 힘 들어가요? 느낌. 감지 되요?

- 이번에는 빨리. 셋, 둘, 빰.

- 1번, 2번, 3번 천천히 한 번, 빨리 한 번.


- 와우, 호흡이 달라졌어요.



4. 공간의 흡수와 발산


우리는 매 수업 공간을 갖고 논다. 두 번째 수업에서 처음으로 공간 개념을 배웠다. 그 때 공간은 우리에게 다가왔다. 오늘 수업에서는 우리가 공간을 내보내고 갖고 들어온다. 내 몸에서 출발하는, 공간의 흡수와 발산.


- 수평 위에 막대기로 서세요.

- 머리, 목, 가슴, 골반, 무릎, 팔, 분리된 몸을 인식하면서 계속 움직이세요.

- 움직임... 움직임... 인식하세요.

- 공간이 다가오고 넓어지는 게 아니라 우리 몸에서 출발합니다.

- 내보내세요.

- 갖고 들어오세요.

- 어떻게 할까 고민하지 마세요. 느끼세요.

- 에너지가 배꼽 밑 - 단전 -에서 나갑니다. 같은 움직임인데, 에너지가 여기서 나갑니다.

- 여태까지는 그냥 움직임이었지만, 다른 느낌일 거예요.

- 불.

- 불 모양 흉내내지 마세요. 성냥불도 있고 촛불도 있죠.

- 불이 아니고 불의 이미지. 뜨거움, 활력. 모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상태가 중요해요.

- 날라가면 안 되요. 에너지가 나가는 곳을 붙들고 있으세요.

- 속도. 리듬감. 느리게. 강하게. 빨리. 약하게

- 기분 좋게 하세요.

- 다같이 장풍 쏩니다. 공간을 갖고 들어와서.... 하나, 둘, 셋!


- 이제 그 놈이 들어옵니다. 공간의 어떤 점이 한 계단. 두 계단. 밀어내세요.

- 두려움은 오는 것. 여기 점. 점. 점. 이 놈이 나한테 오는 거예요.

- 두려워... 두려워... 가 아니예요. 내면에 있더라도, 분명히 공간 속에 있다는 거죠.

- 점이 온다... 온다... 온다...

- 이 분명한 점들이 와야 된다는 거죠.



5. 테트리스 쌓기


- 지난 시간에 봉 잡고 세로로.. 가로로.. 했죠? 해봅시다.

- 임의의 점을 공간 안에 찍어야죠. 자기 손 보지 말고욧!

- 옮겼다, 정지. 옮겼다, 정지. 정확한 stop.

- 그거 테트리스라고 하나요? 패트릭슨가?

- 테트리스요!

- 그거 해 봅시다. 테트리스 쌓는 거예요.

- 다양한 모양이 있죠. 간격과 기준점 생각하면서 천천히. 하향이예요.

- 공간에 집중하세요.


- 어 이상하네? 이거 다 없어지나?

- 본래 없어지는 건데요.

- 아, 없어지면 안 되는데. 없애지 말고 쌓으세요.


대충하면 되는데 너무 잘 해가지고. 하하

근데 어째 테트리스도 잘 모른담?


 


 

<10:00 - > 나의 느낌

 

고재경씨는 막 던지기 때문에, 막 생각할 것이 많다. 이번에는 두려움이다. 두려움을 가지고 현재의 나를 점검하였다. 두려움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점검하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나는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의젓했다. 중학교 들어가서 신입생이 되어 나는 다시 아이로 돌아갔다. 중 삼에서 고 일로 넘어갈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더 지독한 것은 연극부였다. 연극부 일 학년이 되어 선배를 모시고, 혼나고, 인정을 받으려고 노력해야 했다. 동기들과 이상한 사랑을 나누고 경쟁해야 했다. 나는 천민이 되었다. 대학, 첫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귀한 사람이다. 내가 만난 모든 사회/집단은 유치한 룰을 만들어서 나에게 입문 절차를 요구했다. 유치한 룰은 나를 두렵게 해서 시야를 좁게 만들고 천민으로 만들려는 계략들이다. 나는 32년 정도를 살았다. 이제 나는 멀리서 그것들을 본다. 우리 고등학교, 우리 대학, 현대문학이란, 시란, 우리 회사는, 위대한 배우란, 좋은 연극이란,


다 별 것 아니다.


우리는 모두 귀한 사람이다. 일주일만에 글을 쓴다. 내일도 예쁜 얼굴들을 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