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RECANDPLAY OFFLINE’ 현장에서 만난 렉앤플레이

2010. 3. 31. 16:35Feature



‘RECANDPLAY OFFLINE’ 현장에서 만난 렉앤플레이
“우리는 뮤지션과, 라이브와, 공간과, 을 중시합니다.”


 

취재/글| 정호경
정리/편집| 매버릭

 

                                            Mar 12, 2010 @live club SSAM _데미안더밴드 / Demian the Band



렉앤플레이.넷은 서울을 기반으로 하는 비디오 중심의 음악 블로그, 혹은 음악 중심의 비디오 블로그입니다. 2009년 11월부터 도시의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라이브 연주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영상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뮤지션과, 라이브와, 공간과, 술을 중시합니다. 우리는 착합니다. 겁먹지 마세요 -렉앤플레이가 소개하는 렉앤플레이



“그들은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고,
실현해가는 하나하나의 과정들을 즐기고 있었다.“

3월 12일 금요일 늦은 저녁. 라이브클럽 쌤에서 열린 <렉앤플레이 오프라인>에 다녀왔다. 공간은 즐거운 분위기로 가득 찼다. 컨셉은 ‘라이브공연 + 전시상영회 + 공개촬영’이다. 


클럽의 한쪽에서 끊임없이 상영되고 있던 영상은 벽면을 넘실대며 그들이 무엇을 하려 하는지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 망원 유수지에서 왕이 되어 노래하는 ‘아마츄어증폭기’

사실 우리는 그가 어떤 의상을 보여줄지 퍽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만났을 때는 평범한 바지와 평범한 가디건을 입고 있는 것 아닙니까! 더구나 대화를 나눌 때의 한받은 노래할 때의 아마츄어 증폭기보다 차분하고 조근조근해서, 잠시 컨셉이 일반인 쪽으로 바뀌었나 의심했습니다. 아니야, 나의 아츄는 이렇지 않다능...... 물론 겉옷를 벗자 그런 생각은 싹 사라졌습니다. 공기는 습하고 모든 게 물을 먹어 바래 보이는데, 아마츄어 증폭기 홀로 왕처럼 두드러졌습니다. 예쓰.
*http://recandplay.net에서 발췌





흔들리는 273번 버스에 올라타 노래하는‘10cm’


우리는 승객이 제법 있는 273번 버스에 난데없이 올라타 깽판을 쳤습니다... 아니, 이건 뻥입니다. 미리 전화해서 허락을 맡았지요. 하지만 기사 아저씨는 본부에서 연락을 못 받았다고 하고, 회사로 전화하자 촬영을 승인해준 직원은 퇴근하셨고, 성함을 몰라 개인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할 수도 없고, 여기저기 전화하고, 아무튼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기사 아저씨와 이야기가 되자 마침 사람들이 많이 내려 공간이 생겼고, 묘한 공기 속에서 연주가 시작됐습니다. 버스에서 연주해달라고 하자 반쯤은 기대로 반쯤은 난처함으로 쾌활히 웃던 두 남자는 의외로 무진히 진지하게 노래에 임하더니 실수 하나에도 무척 속상해 했습니다.
*
http://recandplay.net에서 발췌


지하 연습실이 터질듯 멸공과 애국으로 무장한 ‘밤섬 해적단’  영상보러가기
은밀하고 따듯했던 작은방의 가야금이 피부에 와 닿는 ‘정민아’  영상보러가기


랙앤플레이의 영상은 라이브의 현장성을 최대한 살려내는 사운드와 함께 고정되지 않는 시점이 특징이다. 일방적인 관객의 시선과는 전혀 다른 상상력을 자극한다. 일상적인 공간은 배경이길 거부하고 아티스트와 교감하고, 잘 담아낸 교감은 보는 이에게까지 고스란히 느낌이 전달된다. 


                                                          Mar 12, 2010 @live club SSAM _밤섬해적단 / Bamseom Pirates

 

이날 처음으로 진행된 랙앤플레이 오프라인에서는 그동안 관계를 맺어온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펼쳐졌고, 블로그에 미쳐 담아내지 못한 B컷 영상들도 상영되었다. 랙앤플레이 멤버들은 이날의 공연을 또 다른 영상으로 기록하기 위해 내내 바삐 움직였고,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처음 이야기하게 된 멤버들은 또렷하고 또 당당했다.




공연이 끝난 후 뒤풀이 자리에서 렉앤플레이 멤버 중 정연주, 고아침, 민준기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 공연 어땠나?
공연은 항상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하게 됐다. 좀 급하게 치른 감이 있지만 이 정도면 뭐. 알릴 기간이 일주일 밖에 없어 불안했는데 많이 왔다. 초대 제외하고 130명 정도. 사실 어떤 방식으로 연출할까 고민 많이 했다. 공연팀을 스크린 뒤에서만 보여줄까 이런 안도 있었고. 결국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한쪽에서는 그 동안 찍었던 영상 B컷들을 상영했다. 공연을 바닥으로 내려서 한 것은 무대로 올려버리면 우리가 잡을 수 있는 각도도 재미없고 관객과 함께한다는 라이브 현장성을 표현하기도 애매해서다. 카메라도 평소 1대만 쓰는데 3대를 썼으니, 관객이 본 공연과는 또 다른 영상이 만들어질 것이다. 술이 모자라서 좀 아쉬웠다.

렉앤플레이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는지?
이런 영상 블로그 같은 것은 새로운 게 아니다. 2006년, 2007년 유럽 쪽에서부터 활발하게 생겨나기 시작했다. ‘왜 한국에는 이런 게 없지? 재미있겠다.’ 뭐 이래서 용기를 내 본 것이다. 영상 쪽을 공부하기도 했고, 색다른 음악과 공간에 대해 의미부여하는 작업에 흥미 있었다. 또 이런 작업물들이 쌓이고 쌓이면 어떤 의미가 될까 궁금했다. 우리의 작업들이나 만났던 밴드들이 인지도가 생기고 결과물이 쌓이면 이걸 기반으로 다른 재미있는 것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번 공연이 그런 기회의 하나일 수 있겠고. 나아가서는 페스티벌이나 이런 것과 연계를 해도 재밌는 작업을 할 수 있을 듯하다. 웹진 같은 매체들과의 연계도 생각한다.

앞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어떤 것들이 더 있겠나?
우리가 영상에만 관심 있는 것은 아니니까, 욕심을 부린다면 음악 채널을 체계화하고 싶다. 인디 음악씬에 포털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없다. 지금의 이슈와 공연정보, 음반 리뷰, 가십, 영상, 인터뷰 등 한 눈에 볼 수 있는 하나의 포털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 작업의 비전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우리가 하고 있는 공간+음악 영상 아카이빙에도 벅차지만. 후후.

영상이 색다르다. 컨셉이나 노하우가 있나?
낯선 공간에서 주로 어쿠스틱으로 라이브 연주를 원테이크로 찍는 촬영 형식은 이미 어느 정도 정립이 된 것 같다. 유행한지도 꽤 됐고. 그대로 답습하는 것 보단 우리의 개성을 살리려고 한다. 하지만 영상의 독창성을 이야기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부분도 있다. 우리가 영상의 현장성을 살리려고 했을 때, 후 보정에 엄격하고 또 거기에 의존한다면 오히려 라이브의 묘미를 해친다고 생각한다. 

영상을 보면 제3자로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뮤지션에게 더 감정이 몰입되는 느낌이다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 고정된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이 많은데, 그것과는 충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시점이 무대를 바라보는 시점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능력되고 최대한 돈 안 들이는 선에서 최대한 멋있게 하고 싶다.

일상공간에서 많이 촬영하는 의미는?
공간성에 대한 의도는 분명히 많이 고민한다. 꼭 일상공간이 아니어도, 작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운드인데 오히려 영상에 담긴 공간이 음악에게 줄 수 있는 목소리 같은 것을 추구하고자 한다. 음악만이 공간 안에 울리고 있는 게 아니라 공간이 뮤지션에게 줄 수 있는 영향과 함께 이 공간에서만 낼 수 있는 분위기나 아우라 같은 게 있는 그런 장소를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찾으려 한다. 겨우내 너무 추워서 잘 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뮤지션이 진짜 즐겁고 행복하던지 반대로 불편하고 끈적거린다던지 그러한 감정 상태에서만 할 수 있는 그런 느낌을 의도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하고 싶다. 그런 면에서 개인적으로는 아마추어증폭기 영상이 지금껏 찍은 것 중에 사실 제일 재밌고 좋다. 아티스트도 진짜 신나서 계속 연주했던 기억이 있다.

촬영 전문 장비가 아닌 HD촬영이 되는 DSLR로 하던데?
이게 그렇게 기술적으로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또 멤버 중에 권철 같은 경우는 영상 작업을 해왔었고, 색 보정 지식도 많고 장비를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다. 최진권도 영화 작업을 계속 할 예정이고. 결국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비들로 하고 있다. 사람들이 DSLR로 그 정도 동영상 작업이 가능한 것을 잘 모른다.

섭외는 어떻게 진행하는지?
친분이 있어서 쉽게 섭외된 케이스도 있고, 보통 진짜 팬의 입장에서 아티스트와 만나 섭외를 진행한다. 기준은 전적으로 우리의 취향이다. 초기에는 접근 가능성이나 밴드의 인지도라는 변수들도 생각했지만, 작업이 반복될수록 우리 취향에 맞는 아티스트가 선정되고 있다. 우리 내에서도 취향이 다르기도 하다만. 사실 우리 작업에 인디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인디씬의 트렌드에 대한 목적성을 가지고 접근한 것도 아니고. 인디라고 우리의 방향을 제한하고 있지도 않다. 실제 섭외를 시도하고 진행했던 아티스트들이 인디에 한정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확실히 메이저 뮤지션들은 연결이 잘 안 된다. 대형 레이블을 통해서 접근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뮤지션과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고 레이블에서 관여하려고 하는 부분 등이 있어 쉽지 않았다.

제한 없는 공유를 내세웠는데 문제는 없나?
저작권 문제나 이런 것들도 더 복잡해질 것 같다. 우리는 어떻게 영상을 쓰겠다는 것만 알려주면 어떻게든 쓸 수 있게 하는 방향인데, 레이블이나 기획사와의 권한 문제 등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작업은 카피레프트를 지향하고 있고, 멤버 중 최진권의 경우는 우리의 작업이 일종의 공공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애초에 작업할 때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에서 영상을 다른 쓰임새로 쓸 수 있다면 당연히 환영한다.

블로그 문체가 독특하다. 영어표기도 병행하던데?
애초에 영어로도 접근 가능하게 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기본 방향이었다. 관객층의 상당수가 외국인이고 외국인 밴드들도 늘어가는 추세이기도 하고. 한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매체가 되고 싶다. 일본어도 하고 싶지만 일단은 영어라도 하고 있다. 우리 작업이 완전히 독창적인 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 독자들, 뷰어들도 당연히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렉엔플레이 멤버를 소개해 달라
2명이 주로 카메라를 든다. 디자이너가 한 명 있고 블로그 글과 사운드 담당이 있고 섭외나 기획, 촬영 당일 어색함 해소하기 담당. 이렇게 총 5명이 만든다. 일반적인 블로깅 작업은 모두가 나눠서 하고 있다. 홍보도 나눠서. 역할 분담이 나름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전에는 서로의 영역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이제 점차 서로의 역할에 대해서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새로 들어온 민준기는 우리가 마침 디자이너를 찾고 있었는데 자원해서 같이 하고 싶다고 하여 합류했다.

새로 합류하고 또 직접 해보니 어떤지?
처음 만나서 6시부터 12까지 술을 계속 먹었다. 괜찮은 사람들이구나 생각했는데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생각도 잘 맞고 좋다.

멤버 별로 좋아하는 뮤지션은?
4월 오사카 ‘페이브먼트’ 공연을 예매했다. 에이전트에게 오사카에서 촬영하고 싶다고 메일을 보냈는데 아무 연락이 없다. (정연주)
‘MGMT’를 꼭 촬영해 보고 싶다. 한국에 온다는 강력한 정보가 있다. 카리브도 찍고 싶다. (민준기)
한국에서 음악 오래 하신 분들도 아카이빙 하고 싶다. 한대수, 장필순, 심수봉 이런 분들. (고아침)
우리가 작업하려는 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혀보려고 DJ들 섭외도 진행 중이다. 그런 자료들도 쌓이면 나중에 DJ 파티, 댄스파티도 열 수 있지 않을까?

팀 운영이나 활동의 방향은?
수익을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고, 멤버들도 다 꿍꿍이가 다르다. 뭔 생각하는 지 서로 잘 모르겠다. 돈은 잘 모르겠고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한다. 재미있는 일을 꾸미려고 할 때 사람들이 우리를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영향력,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는 과정이자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뻗어나갈 수 있을 만한 자격을 갖추는 게 시급한 일인 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의 창구들을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두고 운영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재미있다.

기존의 흩어져 있는 음악 정보들이 문제라고 느낀다. 다양한 시도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산발적이거나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본다. 뮤지션 네트워크 같은 것도 별로 없다. 예를 들어 Last.FM과 같은 포털이 있어도 외국만큼 활발히 이용되고 있지 않다. 주말의 수많은 공연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창구, 매체가 아쉽다. 그런 사이트 중에 ‘서울 긱 가이드’ 라는 사이트가 있는데 심지어 한국에 있는 외국인이 만든 거다. 네이버, 다음, 싸이월드 등의 제한적인 커뮤니티 단위는 많이 있지만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한 포털 개념은 아니다.

멤버 각자 계획이 있다면?
(민준기) 디자인 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해보면서 렉앤플레이를 더 예쁘게 만들고 싶다. 아카이빙이 계속 됐으면 좋겠다.
(정연주) 뚜렷하게 정해진 것은 없지만 어떤 작업이든 좋은 기회로 연결될 수 있는 것들을 해보고 싶다.
(고아침) 정규편성이라고 해야 하나? 블로그에 쌓이는 작업들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고 생각보다 빨리 공연을 하게 되어서 이후에도 많은 공연들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고, 실현해가는 하나하나의 과정들을 즐기고 있었다. 음악과 영상에 대한 애정이 엿보였다. 그들의 작업은 기존 미디어들의 음악을 담아내는 방식에서 느낀 갈증에서 시작되었다. 렉앤플레이만의 독특한 영상 작업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축적과 제한 없는 공유로 이어져 갈 것이다. 이제는 기존 온라인 공간에서의 활동을 넘어 페스티벌이나 공연 등으로의 확장과 교류도 꿈꾸고 있다. 렉앤플레이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일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