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독립클럽 프로젝트 다이어리] 은둔하는 세대의 디지털 캠프파이어

2010. 4. 19. 09:40Feature



'세대독립클럽' 프로젝트 다이어리
은둔하는 세대의 디지털 캠프파이어

"야광녀와 촛불남, 그리고 은둔형외톨이"



나는 우리세대에게                                       묻고 싶습니다.


 
|차지량





“ 위치부터 확인해본다. 나는 어디에 속해 있는가? ”

‘세대’를 드러낸 작업의 시작은 2009년 <세대의 발견>이라는 기획 작업에서 출발했다.
<꺾어진 청춘낭독>을 기획하고 <작당모의드로잉 : 귤장수>를 행했던 2007년과 프린지에서 처음 선보였던 낭독회인 <여름방>의 2008년의 작업 또한 현 세대라는 당사자가 직면한 작업이었지만 세대라는 말을 쓰지는 않았다. 
 





<세대의 발견>은 세대라는 인식을 나누고자 한 작업이다. 난 기성세대가 규정한 세대적 정의(비주류, 낀세대, 88만원세대 등)에 동의하지 않는다. '88만원'이라는 사회적 배경, '끼어있다'라는 비교대상으로, '비주류'라는 주목받지 못하는 시선을 거부하고 세대 스스로의 성질에 주목하고자 했다. 그 세대에 속한 각각의 인물들은 자신들만의 키워드를 하나씩 발견하고 그것을 토대로 자기 발언을 하는 전시 및 공연을 진행한 한 프로젝트다.

그때 발견한 키워드는 <오토-메뉴얼> <흐릿한 경계> <감각> <선택> <가족> <미디어> <존재>로 키워드별로 관객과의 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당신은 어떻게 지내며 자신은 어떤 성질을 지니는지 스스로 묻고 관객에게도 물었다. 세대의 단상은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포착한 상황은 지속적인 작업으로 이어졌다.

2009년엔 크고 작은 게릴라식 퍼포먼스를 많이 선보였다. 여름날 진행했던 <보수언론사 수습기자와 미대생이 등장하는 PD수첩>은 미디어와 언론사가 바라본 미술시장 관한 해프닝을 세대적 시선으로 재밌게 풀어본 프로젝트다. 보수언론사의 대표격인 조선일보가 주최한 행사에서 쫓겨나는 상황의 전말을 모두 기록하였다. 아직 편집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조선일보 90주년을 맞은 2010년 공개를 할 예정이다.






그해, 늦가을엔 <기대감에 따른 금전지불>이라는 퍼포먼스 작업도 있었다. 대학시스템에서 관습적으로 행해지는 지점을 거론하고 예기치 않은 상황을 그려내는 작업이었다. 연작으로써 <도슨트프로그램>에서는 전시장 대관시스템을 선택한 젊은작가들의 전시에서 작가의 작업을 소개하는 도슨트의 역할이 아닌 작가의 경제적 상황과 갤러리와 작가와의 경제적 관계등을 열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12월 <토스토스토스>는 그해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의 발언을 담아 작업하였다. 전공 관련 직장을 구하기 위해 이런저런 이력에 관한 작성에 욕망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사라진다. 그들의 질서 내의 정보와 욕망은 둥실둥실 이동되지만 누군가에게 안착하지는 못한다.


<세대독립클럽>


야광녀 취침
야광녀 자체발광



광장, 그리고 촛불남
촛불남 '퐈이아'


OFF-LINE 자체발광
OFF-LINE 자체발광 스케치


-전시서문

● OFF-LINE. 클럽과 광장, 우리는 이 공간에서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 공간 구성원에는 개인이 있다. 개인이 모여 단체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방향성을 제안한다. 그것들은 삶과 밀접한 문화가 되기도 하고, 단체의 이익만을 위한 힘으로 발휘되기도 한다. 시스템의 중심에 선 기업이나 기성세대들의 정지된 사고, 이데올로기에 의해 파생된 기억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이 열변을 토해냈지만 성립되지 않는 상황들은 상징화되어 새로운 세대들에게 이미지로 자리한다. 현재 그들의 시스템에서 성장하는 세대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학습된 삶에는 다양성이 없고 개인의 취향과 선택은 고려되지 못한다. 다시 오프라인. 그 공간에서 우리는 해소하지 못하고 은둔할 공간을 찾는다.

● ON-LINE. 커뮤니티-클럽과 인터넷-광장.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접속하는 순간 무엇이 달라지는가? 인터넷문화에서 우리는 눈부신 기술적 발전을 경험하고 있지만, 권력을 가진 존재들의 시장성 확보로 형성된 포털사이트들의 제한 속에 생존하고 있다. 가상공간이 아닌 삶의 확장공간으로써 자리한 온라인공간에 개인의 존재감은 어떻게 드러날 수 있을까?

● 은둔형 존재감. 온라인에서 세대의 개인주의적 성향과 전체주의적 성향은 어떤 방식으로 공존하는가? UCC와 블로그, 1인 방송 시스템, 1인 미디어는 확장을 꿈꾼다. 개인화된 공간에서 타인과의 소통을 갈망하고 에너지를 소진한다. 소통되었을 때 존재감의 부피는 팽창한다. 시스템과 차별화된 독립적 행보는 적잖이 진행되고 있고, 그 사례는 다양한 장르 안에서 확장되고 있다. 사례가 많을 경우 우리는 그 현상을 포착해 새로운 제안을 하기도 한다. 가능성의 공간으로써 시스템화 되지 않은 영역의 온라인이다. 은둔형 존재감은 방안에서 홀로 존재하지만 네트워킹을 상상한다. 존재감으로 인한 영향력이 행사되는 순간. 각자의 현재 정의를 만들어낸다. 그 삶속에서 세대는 발견한 것을 제안한다.

● 은둔하는 세대의 디지털 캠프파이어. 자체발광. 그들은 무엇으로 위로받는가? 대중문화의 확산은 무서울 정도로 개인을 지배한다. 적잖이 자신을 해소하기 위해서 셀카와 UCC는 존재하지만 대형 시스템의 전략적 명민함 앞에서 초라해진다. 각자의 발언은 장작이 된다. 우리는 얼마만큼 이 불빛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세대의 기억에 잔상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2010년 1월이 되고 세대적 관심사의 도약을 위한 ‘세대독립’이라는 목표를 띤 커뮤니티를 온라인 공간에 개설(www.세대독립.com)하였고, 그 공간에 접속한 인물들과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세대독립이라는 화두의 반응을 들을 수 있었다.


세대독립클럽에는 세대의 극단적 성향의 가상 캐릭터가 2명 등장한다. ‘개인주의’에서 발견한 캐릭터 <야광녀>와 ‘전체주의’에서 발견한 <촛불남>이다. 그들은 자신의 존재감이 드러나길 바라지만 소모되는 지점을 경험한다. 그것은 세대의 공통성향으로 은둔으로 포착되었다.

클럽(야광녀) - 지방에 사는 젊은 여성이 홍대에 놀러오게 되어 당면하는 문제들, 클럽녀는 막차가 끊기기 전 집에 들어가야 한다. 부푼마음을 가라앉히기란 쉽지 않다. 유흥에 따른 제한시간은 정해져있다. 시간을 넘길시 첫차를 기다려야 한다. 놀고싶은 기운도 잠시 사람들이 점차 사라져 버린 어두운 거리. 지친 야광녀는 쉬고 싶다.

광장(촛불남) - 젊은세대로써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서점에 가서 매뉴얼 서적을 읽는다. 공부도 열심히 하지만, 새 정권에 따른 불만에 촛불을 들었다. 그곳에서 배운것도 느낀것도 많다. 하지만 한때 부풀어있던 이슈는 점차 수그러 들어 현재 촛불은 꺼질 위기이다. 정부는 광장을 열지 않는다. 촛불남은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하는가. 잠이 오지 않는다.

방안(은둔형외톨이) -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모든 것이 자체생산된다. 밖에선 놀지 않았다. 클럽에 가본적도 없고, 촛불집회도 나가지 않았다. 은둔했고 온라인 커뮤니케이션만이 있었다. 인터넷의 모든 정보를 취하였고, 때로는 주식으로 돈을 벌었고, 가끔 정보를 종합해서 흘리기도 하였다. 항상 접속해있기에 다양한 부분의 관리가 가능했다. 여러개의 메신저창, 다수의 커뮤니티는 활성화 되고 있다. 그는 어디에 있는가?


공지가 작성된다.

번개공지. 젊은 나이의 한사람으로써 기성세대가 바라보는 우리세대의 정의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사회의 다양한 성장과정을 경험하며 개인 스스로의 인식과 판단을 해 나갑니다. 기존체제의 학습된 관념에서 벗어나 우리세대 안, 각자의 에너지가 발휘되길 바랍니다. 하지만 때론 그것은 다른 방식으로 소모되곤 합니다. 익숙한 패턴을 이루며, 학습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세대는 그 과정에서 새로운 문화의 발견이 필요하고 그것에 관한 인식과 담론이 필요합니다. 그들은 이 시대를 어떠한 성향을 갖고 어떠한 태도를 취한 채 살고 있으며, 그에 따른 문화로 생성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지, 당사자로써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이 곳, 세대독립클럽은 세대가 자립의 선택을 보여주는 행동의 시작입니다.

* 각자 자신을 비출 수 있는 빛나는 오브제를 갖고 함께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선으로 이루어진 야광봉이 춤을춘다. 촛불은 모여 빛을 확산한다. 노트북은 혼자 자리하고 휴대폰은 연결되고자 움직인다. 플래쉬가 눈을 깜박이고 비디오는 그것을 담아낸다. 오브제가 모여 개별적으로 발광한다. 빛은 참가자의 몸과 얼굴을 내비춘다. 빛이 모였다. 서로의 오브제를 교환한다.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


3월1일 <번개>
세대적 인물들 안에서 독립적 행보를 취하고 있는 사례의 연결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인디밴드로써 자신이 만들어낸 곡이나 앨범을 판매할 수 있는 장을 위한 음향시스템을 준비하고, 영화제에 초청받지 못한 (세대적 성장이 소재였던) 독립영화를 한편을 프로젝터로 상영하였다. 카메라는 그것을 담아 온라인 생방송되었다. 이야기는 소소하게 이루어졌다. 번개에 참여한 사람들이 나눈 공통대화는 없었을지 모르지만 그 경험을 함께 공유한 연대감은 어떤식으로 정의할 수 있는지, 그 감정은 소통될 수 있는지 커뮤니티에 지속적인 질문을 해보기로 했다.



나는 (누구)
                                                            입니다.

나는 (언제)          태어나 (어디)         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입니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습니다.

나는          속해 있고                                        희망합니다.

나는                                           에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나는 세대독립을                                              생각합니다.

나는 우리세대에게                                       묻고 싶습니다.

나는 우리세대를                                              생각합니다.

내가 선택한 오브제는         이며, 그 빛               생각합니다.

나는 우리세대와             /              통해 연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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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마지막 날, 3월 21일엔 세대적 발언들을 네트워킹 하는 채팅을 하였다. 은둔하는 세대의 디지털 캠프파이어는 그 채팅창 안에서 조금은 따듯했는지 알 수 없지만 조금은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