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2010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⑥ 하이! 스마트 월드!

 
2010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여섯 번째 이야기: <하이 스마트 월드>
극단 라나앤레오 / 이눈먼거북 연출



 

하이! 스마트 월드!

짝퉁리뷰



 조원석


 




넋두리 
실험극을 많이 봐서 그런가?
이제는 리뷰까지 새로운 시도를 담아야 하는 압박감을 느낀다.

같은 값이면 알마니라고 했던가?
명품리뷰 한 번 쓰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어차피 짝퉁리뷰가 될 것이 뻔한데....
간혹 보이는 터진 실밥은 라이터로 지지고 봐주시길...


먼저 인사나 하고 들어가자.

하이! 스마트 월드!

하이! 짝퉁.

정말! 똑똑하군. 대번에 날 알아보다니. 그래 나 짝퉁이다. 한 마디로 그럴듯한 놈이지. 하지만 나 때문에 넌 더욱 그럴듯한 놈이 되는 거라구.







짝퉁 리뷰

무대에 스마트폰 4대가 있다. 난 스마트폰을 만져 본적도 없다. 마치 첨단 IT 문명을 걷고 있는 세상 속에서 어른T를 입고 있는 꼴이다. 하지만 나도 들은 것은 있어서 그럴듯하게 리뷰를 쓸 수는 있을 것 같다.


극이 시작하면 아무도 아닌 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목소리는 자신을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으며 네트워크 세상을 돌아다니는 일종의 어플리케이션이라고 소개한다.


목소리의 지시에 따라 스마트폰 뒤에서 네 명의 배우들이 튀어 나온다. 하얀 전신복을 입은 네 명의 배우들은 일종의 스마트폰 속에 살고 있는 가상 캐릭터 같다. 한마디로 아바타라고 할 수 있다.


이 인간들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아바타들은 목소리의 지시에 따라 인간 세상을 묘사한다. 배우들이 인간 세상을 묘사하는 동안 네 대의 스마트폰에서는 그에 어울리는 영상이 비춰진다. 그런데 배우들이 하는 몸짓에 가까운 무용은 직유에 가깝다. 예를 들면 전쟁의 영상이 비춰지면 총을 쏘는 흉내나 수류탄을 던지는 흉내를 낸다는 것이다. 배우들의 몸짓이 예사롭지 않을 때도 있는데 이러한 직유에 가까운 몸짓이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반감시키는 것은 아닐까하고 안타까울 정도다.

 

인간 세상을 묘사하는 순서는 제법 종교적이다. 종교 중에서도 가장 뜨겁다는 불교.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이렇게 5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각 장들이 필연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다. 단지 인간 세상이 지옥 같고, 아귀 같고, 축생 같고, 아수라 같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런데 보여 주기만 한다. 인간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것으로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세상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수많은 비판과 풍자가 있어 왔지만 세상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실수를 통해 배워야 하는 데 배우지를 않는다.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자신이 멍청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세상이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한 실수는 다시 반복 될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똑똑한 세상이 아니라 멍청한 세상이다. 그래서 스마트폰과 아바타들은 우리가 멍청하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연극이 보여주는 영상과 몸짓. 그리고 가상 세계가 판을 치는 현실에서 형식을 따온 시도. 하지만 형식의 새로움을 내용이 따라 가지 못한다. 다른 매체를 통해 본 듯한 영상과 일상의 모습을 흉내 내는 몸짓은 세상이 실수를 반복하는 것처럼 반복한다. 새로움은 반드시 낯선 것에서 오는 것은 아니다.


매일 보는 풍경이 어느 날 처음 느끼는 듯 새로운 감성을 불러오기도 한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사람에게서 느끼는 새로움. 아마도 그럴 때 진정한 소통이 일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단순히 시각적인 새로움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새로움이 삶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스마트월드의 새로움은 아쉽다.


이 리뷰를 끝내면서 스스로 자체 평을 한다면 짝퉁이 명품 따라하다가 실밥 터지는 격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극단 라나앤레오 <하이! 스마트월드!>

작/연출 : 이 눈먼거북
  : 박 빛날날개, 김 투명거울, 장 미리내별, 정 넓은하늘


<작품소개>
핸드폰을 열고 세상을 향해 외쳐라!  “안녕! 참 똑똑한 세상아!”
“안녕! 참 똑똑한 세상아!”는 Technology Media Art Performance를 표방하는 작품으로, 2010년 첨단 IT문명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문화적 화두인 ‘스마트 폰’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4개의 스마트 폰 모형과 그 안에 대형 영상이 투사되는 형태의 미디어 아트로 구성. 불교의 6도중 천상계를 제외한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간의 현실적 5단계를 거치며 보여지는 현대 사회와 인간을 비춰낸다. 4개의 대형 스크린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상과 음향 그리고 배우들의 마임(몸짓과 무용) 등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인디언밥에서는 <2010 서울 연극제> ‘미래야 솟아라’(5월 17일부터 22일까지 매일 한 편씩 공연,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 참가한 총 6편의 작품 리뷰를 릴레이로 연재합니다.

‘미래야 솟아라’는 “실험, 대안, 미래적인 연극 언어”를 모색하고 “한국연극의 미래를 가늠”한다는 취지로 올해 처음 신설되었습니다. 인디언밥은 “미래 연극 개발 프로젝트”를 표방하고 있는 ‘미래야 솟아라’에 선정된 작품들을 통해 연극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기회를 나누고자 합니다.

6편의 리뷰 후에는 이번 기획에 참여한 3명의 필자들과 함께 나눈 뒷담화 수다가 공개됩니다. 리뷰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작품에 대한 뒷얘기를 비롯해 '미래야 솟아라' 기획에 대한 소감, 수상 결과에 대한 수다들이 담길 예정입니다.



■ 인디언밥의 <2010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작품 리뷰 연재 순서

순서

단체명

작품명

공연날짜

수상

필자

1

씨어터제로

홀맨(Hall man)

5.17(월)

정진삼

2

무브먼트 당당

떠나는 사람들

5.18(화)

작품상

정진삼

3

극단 인

잃어버린 시간들

5.19(수)

연기상
(김송이)

조원석

4

극단

나비효과 24

5.20(목)

연출상
(이자순)

아데모모

5

극단 원형무대

세 마녀 이야기

5.21(금)

아데모모

6

라나앤레오

하이! 스마트월드

5.22(토)

조원석

 

글쓴이 조원석은 서울 271번 버스 승객, 진로 마켓 손님, 이 현수의 남편. 상추를 키우는 정원사. 구피 열아홉마리를 키우는 어부. 도장 자격증이 있는 페인트공. 시나리오 '벽에 기대다'를 50만원에 팔고 남들한테 자랑하는 사람. "현실"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쓰다가 말다가 하는 게으른 사람.
그 외에도 수많은 "나"가 있어 어떻게 소개해야 할 지 모르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