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2010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⑤ <극단 원형무대>의 '세 마녀 이야기'

2010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다섯 번째 이야기: <세 마녀 이야기> 극단 원형무대 / 홍인표 연출


 


세 마녀 이야기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아데모모

 





  셰익스피어를 오늘 이 시점에 하는 이유? 그런 이유 따위는 필요치 않다. 하고 싶으면 하는 거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이건 좀 중요하다고 본다. 어떻게?

  러플달린 블라우스를 입고? 음.... 극단 원형무대의 맥베스는 로마의 전사와 같은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재미있는 해석이다. 싸울 준비가 되어있다는 암시라고나 할까. 그래서 시종일관 맥베스는 싸운다.


  관객이 들어오는 시점에 무대 위에는 입벌린 조개같은 무대장치가 세 개 있었다. 각각의 꽃 같기도 하고 조개 같기도 한 그 장치에는 세 네 개의 계단이 앞에 붙어있어 그 위로 올라가게 되어 있었다. 음, 그 자리가 바로 마녀의 자리겠군. 하고 추측했다. 물론 맞았다. 암전 속에서 마녀들은 그 조개 같기도 하고 꽃이 파리 같기도 한 그 곳에 올라가 섰다.

  등장하자마자 세 마녀들은 노래를 불렀다. 마치 그리스 신화에서 절벽아래 지나가는 배를 홀렸다던 사이렌처럼 세 마녀의 노랫소리는 섬뜩한 느낌을 자아내었다. 높고 낮고 그리고 그 중간의 음을 때로는 곱게 때로는 음산하게 때로는 위트 있게 조화를 이루었다. 그러나 그들의 노랫소리나 대사하는 소리는 점점 나의 주의력을 분산시키고 급기야는 내용을 전달하는 힘을 잃고 말았다. 아무리 좋은 소리도 세 번 이상 들으면 지겹다고 하던가? 아, 그건 좀 적절한 비유는 아니겠다. 그러나 어쨌든 말 같지 않게 음률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는 그 소리는 내용을 전달하는 힘을 잃었다고 하겠다.


  그건 맥베스도 마찬가지였다. 검투사 같던 그(심지어 신발도 가죽 샌들이었다)는 어쩌면 저것이 로얄 셰익스피어 컴퍼니(영국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많이 올리는 아주 유명한 극단)가 하는 형식이 아닐까, 저것이 바로 약강 오보 격이라던 그 음조가 아닐까 싶은 사극과 비슷한 어조로 처음부터 끝까지 말했다. 그럴수록 나의 집중력은 흐트러지고 나의 뇌파는 지지거리기 시작했다. 맥베스의 마음 속 고민이건 맥베스가 싸움을 청하건 난 그의 노래와 같은 인터네이션을 따라 무아지경으로 빠져들어 갔다.




  무대 위에는 그렇게 딱 4명만 등장한다. 세 마녀는 마치 신들린 무당들처럼 맥더프니 던컨 왕이니 레이디 맥베스니 하는 인물들이 되어서 맥베스와 갈등구조를 이룬다. 음 생각해보니 그렇다. 한 명도 맥베스를 편안하게 하거나 맥베스를 위로하거나 하지 않는다. 물론 대본 그대로 하면 두 세 시간은 나올 수 있는 공연을 한 시간 이십분으로 한 걸로 봐서 갈등 집중적인 각색이 따르지 않을 수 없구나 싶다.

 그래서 1시간 20분 동안 맥베스는 땀을 흘리면서 계속 싸운다. 한 순간도 쉼 없이 세 마녀들의 공격을 받으면서. 그래서 힘들었다. 맥베스는 땀을 완전 흘렸다. 아주 가벼워 보이는 그리고 짧은 의상을 입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 땀을 흘렸다. 그들의 연기는 정말 세련되고 깔끔했다.

 그러나 그들의 보이스는 지루했다. 가끔 들려오는 비명 소리와 마치 진짜로 사람을 찌를 때 날 것 같은 끔찍한 칼질의 음향 같은 효과들은 스러져가는 정신을 번쩍하고 깨웠지만, 그들의 합창과 그들의 돌림 노래는 그들의 내면보다 외면만을 채워주었다.


  마녀의 공간 세 개, 그리고 맥베스의 공간이자 극적 공간인 중간에 위치한 원형의 공간, 그렇게 공간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있다고 볼 수 있었다. 효과적인 무대 사용, 세련된 의상, 간단하게 변신이 가능한 극적인 의상, 소품, 그리고 깔끔한 연기, 모든 것이 각자의 위치에서 아름다웠지만, 이것이 어떠한 새로운 시도인가 하는 것은 형식적인 실험에서 그치지 않았나 싶었다. 그 모든 형식적인 실험이 관객을 데려가려고 하는 곳은 과연 어디였는지 묻고 싶었다.







극단 원형무대 <세 마녀 이야기>

     :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 홍인표
  : 백성진(맥베스 役), 이원희(마녀1 ), 서경화(마녀2 ), 임근아(마녀3 )


<작품소개>

피의 무대, 바보 광대의 운명!
원작의 등장인물을 세 마녀와 맥베스로 압축한다. '마녀들의 살인유희와 연극유희 속에 던져진 한 인간의 처절한 실존과 운명'이라는 관점으로 재구성한다. 맥베스의 비극을 냉정하게 파헤쳐 보고, 마녀의 세계와 다를 바 없는 근원적이고 잔혹한 우리의 삶과 부조리한 우리 삶의 실체를 조명해 보는 작품.




인디언밥에서는 <2010 서울 연극제> ‘미래야 솟아라’(5월 17일부터 22일까지 매일 한 편씩 공연,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 참가한 총 6편의 작품 리뷰를 릴레이로 연재합니다.

‘미래야 솟아라’는 “실험, 대안, 미래적인 연극 언어”를 모색하고 “한국연극의 미래를 가늠”한다는 취지로 올해 처음 신설되었습니다. 인디언밥은 “미래 연극 개발 프로젝트”를 표방하고 있는 ‘미래야 솟아라’에 선정된 작품들을 통해 연극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기회를 나누고자 합니다.

6편의 리뷰 후에는 이번 기획에 참여한 3명의 필자들과 함께 나눈 뒷담화 수다가 공개됩니다. 리뷰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작품에 대한 뒷얘기를 비롯해 '미래야 솟아라' 기획에 대한 소감, 수상 결과에 대한 수다들이 담길 예정입니다.



■ 인디언밥의 <2010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작품 리뷰 연재 순서

순서

단체명

작품명

공연날짜

수상

필자

1

씨어터제로

홀맨(Hall man)

5.17(월)

정진삼

2

무브먼트 당당

떠나는 사람들

5.18(화)

작품상

정진삼

3

극단 인

잃어버린 시간들

5.19(수)

연기상
(김송이)

조원석

4

극단

나비효과 24

5.20(목)

연출상
(이자순)

아데모모

5

극단 원형무대

세 마녀 이야기

5.21(금)

아데모모

6

라나앤레오

하이! 스마트월드

5.22(토)

조원석

 

필자소개

아데모모

현실과 상상 사이의 경계선에 한 발씩 걸쳐놓고 피터팬 콤플렉스를 느끼며 연극하고 살아가는 연출가, 언제나 있으면 떠나고 싶고 떠나면 돌아오고 싶어하는 청개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