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공연 리뷰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 >

2010. 6. 11. 12:26Review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공연 리뷰?


외규장각 도서 및 약탈문화재 반환을 위한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





글| 반전 indiefeel






1985년 7월, 영국 런던의 웸블리 경기장과 미국의 필라델피아 존 F 케네디 경기장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는 에티오피아 난민의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한 자금마련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 공연이 열렸다.

이 공연은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실시간 위성 중계 텔레비전 방송을 겸했으며 약 15억 명의 시청자가 100여개의 국가에서 실황 중계되는 공연을 관람했다고 한다. 공익적인 의도를 가지고 기부금을 모은다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이 공연은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둬, 공연 후 2억 836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관련링크


한국에서는 2009년 4월 23일과 24일 양일간, 같은 이름의 공연이 열렸다. 추계콘서트홀에서 열렸던 콘서트의 이름은 “용산참사 유가족 돕기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Live Aid) 콘서트 희망”. 2009년 1월, 서울 용산 재개발지역 철거민들의 점거농성에 대한 경찰의 진압작전 중 사망자가 나오는 참사가 발생하였고 이에 대한 보상과 협상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던 때였다.

콘서트가 열렸던 4월은 이 문제로 많은 시민들이 분노하던 때였고, 협상이 한창 진행되며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던 때였다. 당시 콘서트는 용산참사 유가족 돕기 콘서트 준비위원회의 주최, 문화연대의 주관으로 이루어진 행사였다.

물론 국내 어느 방송사도 이 콘서트를 중계하지는 않았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올해 5월 27일과 28일 양일간 상상마당에서는 “외규장각 도서 및 약탈문화재 반환을 위한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가 열렸다. 사회적인 관심도를 반영이라도 하듯, 규모는 한층 작아졌으며 공연장에 설 수도 없을 만큼 관객들이 자리를 꽉 채우지도 않았다.

2009년 약 750석의 규모에서 이루어졌던 공연은 2010년 스탠딩 300석 규모의 소규모 공연장으로 옮겨 진행되었으며 10개의 공연팀은 6개로 축소되었다. 물론 공연을 찾은 관객의 수도 현저히 줄었다.

이 날 진행된 콘서트의 주제는 콘서트 명에서도 볼 수 있듯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부대가 약탈해간 외규장각의 도서를 다시 돌려받기 위한 반환소송의 자금을 모으기 위한 콘서트이다.

이미 문화연대는 2007년 9월,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마련된 소송비용으로 프랑스 파리 행정법원에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위한 소송을 신청하였고 2009년 12월 기각 결정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프랑스 파리 행정법원은 당시 프랑스 정부가 외규장각 도서를 ‘약탈’한 것임을 공식 인정하였으나 결과적으로 문화재는 돌려줄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에 항소를 결정하고 항소에 대한 비용을 모금하기 위해 마련한 콘서트가 바로 이번에 열린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이다.


자, 여기서부터 고민이었다.

공연을 보고나면 나는 공연의 내용을 이야기해야 할 것인가, 의도를 이야기해야 할 것인가. 의도를 앞세워 진행된 공연들을 보고난 후에는 무언가 모를 허탈함을 느끼곤 했다. 주최 측의 열렬하고도 적극적인 홍보와 달리 무대에 선 예술가들의 시크한 태도 때문이다. 무대 위에 선 사람이 의도를 앞세운 공연에서 단순히 한 마디로 ‘지지합니다’ 또는 ‘오늘은 즐겨봅시다’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쨌건 1년 전의 공연과 똑같은 이름으로 진행된 이 공연에 대해 반신반의하며 상상마당을 찾았다.

결과적으로 어땠냐고? 대만족이었다.






이틀 동안 진행된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 무대에 오른 팀은 총 6개 팀으로 27일에는 허클베리핀, 이승환, 윈디시티가, 28일에는 이한철, 소히, 3호선 버터플라이가 공연했다.

양 일간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입장료를 들여야 했지만 그 사용처가 명확했으며 공연 내내 충실하게 내용을 설명했다. 공연한 6개 팀은 1985년 라이브 에이드의 공연처럼 실비 수준의 개런티-정확히는 그들의 음악적 능력을 모금 마련을 위해 기부했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이다-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앞서 말한 대로 이날 공연에서 무척 인상 깊었던 것은 공연을 한 6개의 팀 모두가 아주 명확하게 공연의 취지와 내용을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이며, 동시에 그 내용에 대해 매우 설득력 있는 표현으로 공연을 찾은 관객에 주지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실력 있는 팀들이니 공연 자체가 얼마나 훌륭했는가에 대해서는 말할 나위가 없다.

그 덕에 공연의 내용이 곧 공연의 의도였으며, 소리의 질이 어떠했느냐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소리의 밸런스가 어떠했든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아는 노래는 아는 대로, 모르는 노래는 모르는 대로, 멘트에는 화답하고 음악에는 호응하며 약 2시간의 공연을, 어떠한 의도로든 즐길 수 있었다.

허클베리핀은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의 제일 첫 팀이었다. 조금 늦게 공연장에 들어가는 바람에 공연의 앞부분을 많이 놓쳐버렸지만 그럼에도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그들이 공연 중간 홀짝홀짝 들이키던 캔 맥주마냥 시원스럽게 노래했다. 마지막에 가까워질 즈음, 보컬 이소영은 “빼앗은 것을 다시 돌려 달라!”를 (아마도) 프랑스어로 절규하듯 외쳤다.

두 번째로 무대에 오른 윈디시티는 그 어느 팀보다도 관객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고 많은 질문을 던졌는데 인상 깊었던 것은 외규장각의 도서와 약탈 문화재를 되찾으려는 운동이 제국주의적 발상으로 인식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늘 하던대로 사랑, 평화, 음악을 노래했다.

첫 날의 마지막 공연자인 이승환은 첫 곡을 마친 후, 남들은 앨범을 내면 뮤직뱅크에 나가는데 본인은 첫 공연이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라는 멘트로 사람들의 마음을 가볍게 했다. 이미 용산 참사 유가족 돕기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에서도 공연한 바 있는 그는, 이 공연 제안을 받은 후 인터넷으로 열심히 기사를 검색해보았다고 한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의 많지 않은 멘트들, 그가 섰던 무대에 비하면 한없이 작은 사이즈의 공연장, 그럼에도 그는 최선을 다해 공연했고 캠페인에 대한 지지를 뮤지션답게 표현했다.


두 번째 날 첫 무대는 소히였다. 역시 새 앨범을 발매한지 얼마 되지 않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녀 역시 내용을 알아야 할 것 같아 인터넷을 검색해보았다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주기를 당부했다.

이어 등장한 이한철은 이미 5월 18일, 외규장각 문화재 반환을 위한 1인 시위에 참여한 바가 있었다. 음악가로서 적극적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한 바 있고 그 흐름을 이어 선 이번 무대에 대한 애착은 아마도 다른 뮤지션들과는 (어쩌면)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싶다. 그가 보여준 신나는 공연은 역시 베스트였지만 무엇보다 그의 멘트가 기억할만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한 것입니다. 월드컵도 좋지만 지금 이렇게 반짝할 것이 아니라 계속, 오래도록 관심가지고 참여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든 공연의 마지막 곡은 3호선 버터플라이의 ‘식민지’였는데 마지막 노래를 부르기 전 성기완은 “누군가가 누군가의 식민지일 수는 없잖아요?”라고 물었다. 아마 그 날 공연을 찾은 모든 사람들은 그 말의 맥락을 더 명쾌하게 이해했을 것이다. 특히 키보디스트로 참여한 세션 연주자가 프랑스인이라며 이 공연에 함께 해 주어 고맙다는 인사도 전했다.


모든 공연의 중간에는 이번 시민캠페인이 진행되기까지의 과정과 간략한 내용이 담긴 영상물을 상영했다.





공연을 보고 난 후, 그리고 최근 이승환의 인터뷰처럼 다시금 고민되는 것은 예술가로서, 시민으로서의 사회참여 문제다. 예술가가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는 방식, 그리고 (좋든 싫든)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 문제에 참여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 그런 면에서 이번 공연은 많은 부분에 해결책을 던져주었다.

주최 측이 만들어낸 정보를 부득불 참여한 뮤지션들에 강요하거나 숙지시키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정보를 조사, 공부하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그 자리의 관객들에게 이야기하는 것, 그것이 그들이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방법은 아닐까? 더불어 꾸준한 맥락을 가지고 지속적이고, 문화적인 방식으로 담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 역시, 이 공연을 주최한 시민단체가 할 수 있는 또는 해야 하는 방식일 것이다. (물론 그것이 가장 적합한 방식인가에 대한 것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자, 이리하여 공연 리뷰이긴 하나 음악에 대한 내용은 없는 리뷰를 끝내려 한다. 그 전에, 마지막 무대에 섰던 3호선 버터플라이의 제안을 전한다.

 

“저 제안이 있는데요, 저희 대통령을 줄테니까 외규장각 도서를 돌려달라고 하는 것은 어떨까요? 사르코지랑 무척 친해보이던데...”

 

그래,
진짜 프랑스에서 눈감고 그렇게만 해준다면 몇몇을 패키지로 묶어 덤핑 보내고 싶다.







<외규장각 약탈문화재 반환운동 참여방법>

 

● 모금참여

1) 1만 서포터즈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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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네이버 해피빈 콩 기부

3) 다음 모금청원

 

 

● 온라인 활동

1) 다음 74434 카페 활동

2) 네이버 카페

 

● 자원활

- 문의: 문화연대 02-773-7707






필자 _ 반전 indiefeel

한창 이라크 파병 문제로 반전운동을 하던 때 지은 필명이자 닉네임. '전쟁을 반대한다'와 '상황을 반전시킨다'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소통의 매개로서 글을 생각하고 활동의 매개로서 정리를 생각한다. 그리고 사는 내내 비주류의 감수성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하루하루 다짐한다. 현재는 너무 치열하게 살았던 2009년을 빨리 보내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