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경의 그림리뷰] 2010 춘천마임축제 뒷북리뷰 "공연 관람 보단 그저 축제를 즐기라고?"

[류호경의 그림리뷰]


2010 춘천마임축제 뒷북리뷰
"공연 관람 보단 그저 축제를 즐기라고?" 



글ㅣ 류호경





그렇다. 춘천마임축제에 다녀왔다



춘천마임축제에는 예전(아마 오백년 전부터)부터 가보고 싶었지만 게으름 때문에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근데 마침 '인디언밥'에서 함 다녀와서 리뷰를 써봄이 어떻겠냐는 솔깃한 제안이 들어와서 찬스다 싶어 (또) 덜컥 수락해버렸다. 좀 충동적이었다. 사실 나란 인간은 이렇게라도 가지 않으면 또다시 오백년을 마임축제에 가보지 않고 흘려보냈을 지도 모른다.


원래 두 편의 공연을 보고 리뷰를 쓰기로 했는데 그 두 공연의 관계자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그 두 편의 리뷰만을 썼다간 분량도 안 나오고 쓰는 내내 우울해질 것만 같아서 무박이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축제를 둘러본 단상을 가볍게 스케치하듯 기록해 보기로 했다.


공연의 리뷰도 조금 쓰긴 쓸 거다. 아주 조금.





가죠 뭐~



우선 춘천마임축제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1989년 '한국마임페스티발'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어 1994년 '춘천국제마임축제'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지금까지 이어져왔단다. 물론 처음에는 지금처럼 큰 규모로 시작되진 않았지만(국내공연자 9명으로 시작되었다함) 어쨌든 그 흐름이 끊기지 않고 국제적 축제로까지 발전되어 왔다한다!! 해서 세계 3대 마임축제라능...


  



20년도 넘은 거로구나...


 

근데 처음 춘천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을 때는 조금 썰렁한 감이 있었다. 춘천이 마임축제로 더욱 유명해졌고 해를 거듭할수록 아는 이들도 많아지고 찾는 이들도 많아 질 텐데 너무 조용한 분위기였다. 명색이 축제인데 마임축제를 알리는 현수막 하나 보이지 않고 버스터미널 한 쪽에 관광안내소 겸 작은 부스 하나가 전부였다. 뭐 조악한 조형물이나 유치한 풍선 따위는 없어서 다행이랄까?


 

 

분위기를 띄우는 마임이스트나 광대분장의 안내원 정도가 버스터미널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춘천 시내 곳곳에서 한다는 공연이나 행사도 처음가본 사람에겐 언제 어디로 가야할 지 조금 막막한 느낌. 어떻게 동선을 짜면 좋을지 팁이라도 줄 수 있는 간단한 가이드북이라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뭐 말이 쉬운 건가. 하긴 버스에서 내린 낮 시간의 역에는 사람들이 붐비거나 하지 않았으니까 그런 치장들이 어색했을까?... 아니다, 그래도 버스터미널이 갖는 상징성을 생각한다면 바람잡이 역할을 할 뭔가가 필요하다! 꼭 많은 사람들이 지켜 서 서 보고 있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그니까 마임축제가 뭔지, 혹은 마임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세상에는, 춘천에는 이런 게 있소'라고 즐겁고 유쾌하게 말을 건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던 거다. 


여하튼 이번 축제에서 보기로 한 두 편의 공연장의 위치를 파악해 놓고 축제의 중심지인 '우다마리'로 향했다. 버스정류장이 어디 있는 지 또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모르겠고 사람들에게 묻기는 귀찮아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비록 날백수지만 오늘만큼은 취재원으로서 왔다는 사명감에 불타 거리낌 없이 택시를 잡아타고


 "기사님, '안보회관'이요~"


근데 이때부터 나는 취재원이라는 최면이 먹혀들기 시작했는지 원래 나는 웬만큼 친숙해지지 않은 사람들과는 좀체 말을 섞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연세가 꽤 있어 뵈는 택시기사님께 질문을 해버리고 말았다.


"이 축제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나요?"

"많이 늘었지요."


이렇게 시작된 대화는 목적지에 이를 때까지 계속 되었다.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붕어의 기억력을 가진 나로서는 기사님의 말씀을 다 기억할 수 없어 제대로 인용하지 못함이 아쉽지만 축제가 어떻게 변화해 왔다든가 누가 누가 애를 많이 썼다든가 축제 덕에 춘천이 더 알려지고 그 곳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등등을 말씀해 주셔서 축제의 현지인들에 대한 영향력을 조금 느꼈다.


특히 공연을 직접 보신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간질간질한 재미가 있었다. 공연을 보기 위한 목적으로 일부러 공연장을 찾아간 적은 없지만 축제 기간 동안 시내에서 가끔 마주치는 거리공연은 보신 적이 있단다. 그리고 마임(연극)공연은 낯설고 자신은 나이도 있고 해서 솔직히 재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공연들을 보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셨단다. 극 자체의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을지라도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마치 스크린에 투사시켜 보듯이 하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순의 나이가 넘은 시점에서도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셨단다. 다소 감상에 젖은 듯 한 표현들이 진정성을 의심하게 할 법도 했지만 나는 왠지 좀 착해져서는 덩달아 감상적으로 되었다.

      



본의 아니게 택시기사님을 취재했다.



우다마리에는 밤에 열릴 축제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우다마리 내에서의 축제는 해가 떨어져야 본격적으로 시작될 모양이었다. 해서 그냥 쏘다녔다. 미리 잘 알아보고 갔으면 춘천 시내를 쏘다니며 거리축제를 즐길 수도 있었을 텐데 하며 좀 아쉬워했지만 좀 싸돌아다녀 보니까 나름 준비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밌었다. 자원봉사자들의 땀 흘려 일하는 모습마저 부러워 보였고 리허설을 하는 배우들과 무대를 준비하는 스텝들의 분주한 모습들은 구경꾼인 나까지도 설레게 했다. 몇몇 봉사자들은 서로 안마를 해주거나 잠깐 눈을 붙인 이들도 보였고 리허설을 하는 사람들은 기대와 긴장이 팽팽히 엮인 듯 열정적으로 노래하고 움직였다.

     




이런 것들 또한 축제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모습 아니겠는가!

(위: 리허설 중 쉬고 있는 배우들 / 아래: 일하다가 쉬고 있는 스텝들)



그렇게 살짝 달떠서 돌아 댕기다가 서울프린지네트워크의 S양과 접선하고 공연 시작을 한 시간 가량 남겨놓게 되어 저녁을 먹고 공연을 보기 위해 다시 문화예술회관 근처로 이동. 유명한 춘천막국수를 먹기로 한다. 빈대떡도 시켜먹었다. 닭갈비는 공연 시간도 그렇고 공연장 예절을 생각해서 참았다.


 



맛있었지만 면발이 조금 더 쫄깃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여기서부터 공연리뷰 잠깐.


첫 번째 본 공연은 영국 극단 게코의 '외투'


무대, 음악, 의상, 배우들의 연기 등 극 을 이루는 요소들 대부분이 힘 있고 인상적이었으나 이야기 전개에 있어 약간의 지루함과 후반부의 극적인 장면에서의 긴장감을 필요한 만큼 끌어올리지 못한 듯 보였다.


좀 후다닥 해치우고 지나가버린 느낌이랄까. 무대를 사용하는 기술이나 미술, 배우들의 연기력은 나무랄 데 없지만 너무 그런 쪽에만 치중한 나머지 진득한 이야기 전개가 이뤄지지 못한 부분은 좀 아쉬운 느낌이었다.


만약 의도적으로 그런 표면적인 재미만을 추구했다면 전반부에 할애된 시간과 노력들은 뭐란 말인가.
아쉽다.


 


이걸 입으면 능력과 인기를 얻게 된단다. 난 능력과 인기는 됐고 얻고픈 사람이 있다나.



두 번째 본 공연은 국내 극단 노뜰의 '귀환'


무대, 음악, 의상, 배우들의 연기 등 극 을 이루는 요소들 대부분이 힘이 없고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도 심한 지루함과 이야기 전개에 있어 노골적이고 불필요한 설명들이 내 애간장을 오글거리게 했고 당혹케 했다.


이걸로 리뷰를 어떻게 쓸까하는 걱정만 가득했다. 뭐 쓸게 있어야 아쉬움을 표하든가 하지. 이건 뭐...


귀환? 내가 귀환하고 싶었다. 이건 그릴 것이 없다. 생략-


사실 연극이나 마임에 대해선 문외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고 공연을 많이 봤다고 할 수도 없어 얘기하기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내겐 그렇게 보였고 그렇게 느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지만 알면 더 비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 한 가지 칭찬을 하자면 열심히 했고 열정이 있는 모습은 보였다. 하지만 그건 좀 다른 문제다.

후에 몇몇 사람들과 공연에 관한 얘기를 좀 나눠봤다. 조금씩 의견을 달리하긴 했지만 공연들이 전반적으로 썩 좋지 않다는데 무게가 실렸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마임축제를 오래 지켜봐온 사람들도 인정하는 현상이란다. 어떤 분은 공연 관람에 초점을 두지 말고 축제를 즐긴다는 기분으로 가는 것이 좋을 거라는 말씀을 해주셨던 것도 새삼 기억난다.


뭐 좀 끝맺음이 좀 부정적이라서 안타깝지만 그날 밤새 진행된 '미친 금요일'에 관한 리뷰를 굵고 짧게 올릴 예정이다. 그건 좀 발랄한 얘기니까 가볍게 다시 찾아 주시길 바란다. 


가볍게 마무리하고픈 의지를 보이는 사진 한 장

 


우다마리에서 만난 친구. 매년 구경 온단다.





2010 춘천마임축제
Chuncheon International Mime Festival

춘천마임축제개요

날 짜 : 2010년 5월 23일(일) ~ 5월 30일(일
장 소 : 축제극장몸짓, 마임의집, 춘천문화예술회관, 춘천인형극장, 봄내극장, 브라운5번가, 중앙로,    
한림대학교, 어린이회관, 공지천 등 춘천시 전역
참가단체 : 국내 90여 마임극단 및 공연단체, 해외 6개국 10개 단체

공연 프로그램
: 국내외 공식초청작 / 야외공연공모선정작/ 아시아몸짓찾기/ 한국마임기획공연/
 강릉관노가면극 현대화공모선정작 / 도깨비어워드 / 도깨비리턴 / 수요일플랫폼
 자유참가작 & 아마추어참가작

☞ 축제 프로그램
: 개막난장_ 아!水라장 (도심 물폭탄난장)
 발광난장_ 미친금요일 (금요일밤부터 토요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자유무한지대)
 밤샘난장_ 도깨비난장 (토요일부터 일요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밤샘난장)
 폐막난장_ 아!우다마리 (공지천 불꽃난장)
 중앙로 화산이 터진다! / 좌절금지 희망유발단 / 페스티벌클럽

☞ 학술 프로그램 : 컨퍼런스
☞ 참여 프로그램 : 공지어9999, 깨비비평단
☞ 교육 프로그램 : 움직이는 놀이마임, 서커스마당
☞ 부대행사 : 전시 및 설치, 마임과 크로키의 만남전, 이외수의 무아지경, 임근우의 예술파티 등

축제 홈페이지 바로가기



필자 류호경은...소개를 해달라고 했으나..
"아, 그런데 제 소개는 딱히 할 것이 없네요. 그냥 백수라..."라고..




  1. 이번에 춘천마임축제에 가지 못해 아쉬웠는데. 그 현장의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지네요. 저랑 매버릭 그려준거 너무 웃겨요 ㅋㅋ 감사해용.

  2. 인디언밥 덕분에 잘 다녀왔어요^^
    아아시, 내년 춘천마임축제에는 직접 현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