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10한국마임 극장공연 리뷰 - 「감옥」두번째 이야기



  2010한국마임 극장공연 리뷰
「감옥」 두번째 이야기


최경식 - 마르셀마르소를 그리며
극단 마음같이 - 우리는 이렇게...


글_ 조원석




우석레퍼토리극장 앞, 원석과 동이가 만났다. 둘은, 둘 다 잠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다. 눈인사도 하지 않았고, 악수도 하지 않았다.


 

▲ 최경식 - 마르셀마르소를 그리며



 

“<마르셀마르소를 그리며> 는 그림 같고, <우리는 이렇게...>는 사진 같다.” 극장을 나서며 원석이 처음 꺼낸 말이다.
“왜?” 동이는 궁금하지 않았다.


“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어. 그림은 화가가 중요하고, 사진은 대상이 중요하다고 할까? <마르셀마르소>는 공원이나, 서커스 극장의 풍경 속에서 화가가 느낀 감정을 표현했다고 한다면 <우리는 이렇게...>는 제목 그대로 우리가 사는 모습들을 재현했다고 봐. <마르셀마르소>에게 마임은 화법이야. 마임이라는 화법으로 그린 공원과 눈으로 보는 공원은 느낌이 달라. 화가에게 화법은 그림을 그리는 목적일 수 있어.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에게 마임은 사진기 같은 도구야. 다른 도구를 사용했어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거야.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자식을 키우는 과정을 마임으로 표현했지만, 면사포가 등장하고, 아기가 직접 등장하고, 마임이 아니었어도 내용 전달에는 무리가 없었을 거야.”

“그래도 마임이야. 마임에는 종류가 많거든.” 동이는 소설 ‘감옥’ 을 떠올렸다. ‘벌을 받으면 죄가 없어지는 걸까?’




극단 마음같이 - 우리는 이렇게...





“그건 너무 무책임한 말이다. 마임극이라고 했으면 마임이 도구가 아니라 목적이 되어야 하잖아. 인간에도 종류가 많고, 사랑에도 종류가 많으니까 이상한 인간도 인간이 되고, 이상한 사랑도 사랑이 되잖아. 이게 다 종류가 많아서 벌어지는 일들이야.” 원석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러면 뭐라고 불러?”

“마임이 있는 연극?”
“그게 마임극 이잖아.” “그런가? 그럼 내가 내 무덤을 판 건가? 왜 이렇게 나는 내 무덤을 잘 팔까?” 원석은 아주 크게 피식 웃었다.

“그렇게 헷갈리면 기준을 만들어. ‘마임은 마술이다.’라고 기준을 만들고, 실력이 있는 마술가와 실력이 없는 마술가로 나눈다거나, 창의력이 있는 마술가와 창의력이 없는 마술가로 나눈다거나 하면 되잖아.”
“마임이 마술이야? 관객을 속인다는 거지?”
“왜 그렇게 부정적이야. 속인다는 말 보다 환상을 만들어 낸다고 하면 좋잖아.”
“넌 왜 나한테 그렇게 부정적인데?”
“부정의 부정은 긍정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장난할 시간 없어.”

“미안, 미안. 이제 진지해질게.” 원석은 수첩을 꺼냈다. 동이는 질문을 꺼냈다. ‘죄를 부정하는 것이 벌일까? 죄를 긍정하는 것이 벌일까?’
“무슨 생각해? ”

“아? 그냥. 어디까지 얘기 했지?”

“어? 나도 모르는데.”


그래, 그럼 처음부터 다시 하자. 마임도 마술도 환상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마임의 환상은 현실로 다가가지만 마술의 환상은 현실에서 멀어지는 걸 좋아해. 마임이스트는 관객을 이해시키기 위해 환상을 만들어 내지만, 마술은 관객이 이해할 수 없는 환상을 만들어 낼수록 더 많은 박수를 받지. 즉
진실을 드러내는 환상이 마임이라면, 진실을 숨기는 환상이 마술이라고도 할 수 있어.” 동이는 ‘진실’이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때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너 마임 정말 좋아하는 구나!” 원석은 동이의 말에 감탄했다.

“지금은 마임 안 해.” 동이는 웃었다.

“ 잘 가.!” 인사를 하고 돌아서자마자 동이는 원석을 잊었고, 원석도 동이를 잊었다.


 

동이는 책상 의자에 앉았다. 책상 위에 놓인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마임을 같이 했던 동료, 마음을 주었던 여자, 마임을 가르쳐주신 선생님. 그리고 웃는 얼굴들. 그러나 사진 속에는 좋아했던 마임은 없었다. 그리고 소설 ‘감옥’


 

「감옥에서 생활하는 것이 점점 아늑해진다. 나는 이것이 나쁜 습관이란 걸 알고 있다. 이 습관을 깨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적이다. 탈옥은 기적이 아니다. 기적은 간수인 내가 죄수인 나를 사랑하는 것이고 죄수인 내가 간수인 나를 용서하는 것이다. 사랑과 용서가 나에겐 죄와 벌이다. 」


동이는 오래간만에 꿈을 꾸었고, 꿈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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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석의 '열심히 쓰는 글'
2010한국마임 극장공연 리뷰「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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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한국마임
2010 1026-1107 우석레퍼토리극장

1030-1031 프로그램

    최경식 - 마르셀마르소를 그리며
    세계적인 마임배우 마르셀마르소의 작품을 다시 만난다.
    출연: 최경식

    극단 마음같이 - 우리는 이렇게...
    죽음까지 함께하고픈 두 남녀의 사랑 그리고 살아가는 이야기
    출연: 현대철, 류지애, 현율

     

    글쓴이 조원석은 서울 271번 버스 승객, 진로 마켓 손님, 이 현수의 남편. 상추를 키우는 정원사. 구피 열아홉마리를 키우는 어부. 도장 자격증이 있는 페인트공. 시나리오 '벽에 기대다'를 50만원에 팔고 남들한테 자랑하는 사람. "현실"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쓰다가 말다가 하는 게으른 사람.
    그 외에도 수많은 "나"가 있어 어떻게 소개해야 할 지 모르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