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리뷰]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공간 리뷰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_ 심야책방

 

 

글 리경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이하 이상북)>에 다녀왔습니다. 3월 24일 금요일 열시 경 응암역에 내렸습니다. 홈피 약도로 찾아보려고 하니 시간 좀 걸렸습니다. 건물 앞에 이 공간을 알리는 포스터 하나가 공간 지시물의 전부이다 보니 포스터를 발견하기 전까지 그 앞을 몇 번 왔다 갔다 했어요. 간판 하나쯤은 있을 법도 한 데 속으로 '이 사장님 정말 돈 벌 생각 없나보다' 라고 생각했어요. 하하.

 

그럼 들어 가볼까요.

 

책방 입구입니다.

 

책방 내부입니다.

 

사진 속 앉아 있는 분이 사장님이에요. 그 오른쪽으로는 주방입니다.

 

안쪽에 책꽂이로 구분해 놓은 작은 공간이 있어요. 회의실로 사용하기도 하고, 그날은 공연이 있어 의상 및 소품실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이상북>에서는 심야책방을 운영합니다. 이 정보를 입수하고 대체 책방에서 뭐하고 밤을 새는지 영 궁금해지더라구요. 듣자하니 공연도 하고, 야식도 먹을 수 있다기에 오케이 고고 했습니다. 도착했을 때는 jamDOCU 강정' 영화를 상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난 후에 사람들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찬반토론을 했습니다. 적은 수였지만 진지한 대화가 오고 갔습니다. 잠시 바깥바람을 쐬고 오니 공연 준비에 한창이었습니다. 열두시가 조금 넘어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직장인 연극 동호회 ‘엔씨어터’ 분들이었어요. <맥베스>의 두 장만 약 30분에 걸쳐 공연했습니다.

 

공연 후에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어요. 많은 질문과 대답이 30분 넘게 이어졌습니다.

 

관객과의 대화 내용을 잠시 다루고 싶습니다. 직장인 동호회 사람들이다보니 생업과 병행하는 문제에 대한 질문이 있었어요. 배우 한 분이 연극 동호회 활동이 가능한 직장으로 이직했다는 이야기를 꺼내셨죠. 그것을 받아 관객 중 한 분이 질문을 했습니다. 직장을 옮기면서까지 이 활동을 할 만큼 좋은 이유가 있나요. 그 배우가 몇 줄로 대답하셨지만 내게 남는 건, “여기서는 박장대소 할 수 있어요.” 라는 말이었어요. 남 눈치 보고 신경 쓰고 체면 차리느라 감정을 억압하는 데 상당 시간 노출되어 사는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이라면 저 말이 얼마나 많은 것을 말해주며 이해 가능한 말인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쎄요. <이상북>이 무슨 공간인지를 물으면 책방이라고 일단 시작할 거 같은데,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할 거 같아요. 까페이기도 하고, 공연장도 되고, 영화관이나 세미나실도 되고, 그렇지요. 대표 성격은 있지만 그 공간을 하나로 규정할 수 없어요. 앞으로 더 많은 용도로 공간이 사용될 거예요. 공간의 사용을 정해놓고 사람이 그 룰에 맞추는 게 아니라 사람의 필요에 맞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는 방향이니까요. 각자의 필요에 맞게 공간을 사용하죠. 그러면서 그 안에는 편안한 대화가 오갑니다. 아는 사람끼리 모임도 하며, 모르는 사람들이 독서모임, 공연, 영화 상영에서 자유롭게 말을 나누게 됩니다. 사람에게 열린 공간, 이런 공간을 사람은 좋아하기 마련이지요.

 

요즘 우리는 어떤 공간에 머물며 살고 있나요. 집에서 먹고 자고 텔레비전 보고 밖으로 나옵니다. 어린이들 노는 건 놀이터에서 하라고 만들어져있죠. 어른들은 까페나 영화관, 술집에서 놀아요. 피크닉은 따로 검색해서 이동수단을 타고 어딘가를 가야하지요. 우리는 목적을 정하고 거기에 맞는 곳에 가서 돈을 지불하고 공간이 주는 활동을 하고 나옵니다. 우리가 지내는 많은 공간이 그러네요. 대학 때 연극 동아리 방 기억이 나는군요. 사실 연극 만드는 시간보다 모여서 먹고, 기타치고, 과제도 하다, 낮잠도 자고, 술 마시고, 그러다 청춘의 고민들이 담긴 진지한 이야기도 하였지요. 학교 앞에 허름한 술집들이 늘어선 골목이 있었는데 거기는 저녁에 들어가면 새벽에 나오기가 일쑤인 곳이었습니다. 밥 먹고 술 마시고 노래하고 누군가 집에 가면 누군가는 늦게 오고 했습니다. 여럿의 삶이 머물다 갔습니다. 특정한 목적 없이 다녀가고 그러다 또 목적을 함께 정해보고 사람을 만나고 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이 있었어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머물다간 사람들 덩어리의 성격이 생성되었지요. 어떤 자연스러움, 사람들이 오고가며 발생하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요즘 주어진 공간에서, 주어진 문화를 흡입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러니 부디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이여, 우리의 공간을 먼저 해방시킵시다. 여유의 빈 공간을 허락합시다. 우리가 머무는 공간에, 우리를 정의하는 틀에, 우리의 마음에, 사람들이 모여 어떤 문화가 자연 발생할 수 있도록 둡시다. 우리의 감정과 말을 교류하는, 대화가 틀어 앉도록 둡시다. Mission과 Complete 만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머무르며 무언가가 끊임없이 생산되는 공간을 원합니다. 구 서울역, 전남도청과 같은 의미 있는 공간까지 문화정책화되어 잠시 구경하고 떠나버리는 관광 상품으로서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그런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시간이 쌓이면서 유동적으로 형태가 만들어지고 의미가 발생하는 공간에서 누군가를 만나 웃고 떠들고 놀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헌 책방> 방문은 그 날의 모습으로, 열린 공간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거나 사야한다는, 음료를 시켜야한다는, 정숙해야한다는, 모임이 끝나면 집에 가야한다는 등의 꼭 어떠해야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그런 시간이 쌓이면 사장님이 주인이고 방문자들은 손님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나도 머무는 동안에는 주인의식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겠지요. 이러한 공간이 넘치는 곳이 이상한 나라라고 한다면,

나는 기꺼이, 그 이상한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photographed by pippifatal)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2sangbook.com/

직장인 아마츄어 연극동호회 엔씨어터 카페 바로가기 http://cafe.naver.com/ntheatre/

 

   필자소개 

   리경_ queen0225@ymail.com "맥락있는 대화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