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BBK라는 이름의 떡밥 - 대선 대비용 참고서 연극

2012. 11. 2. 20:18Review

 

<BBK라는 이름의 떡밥>

"대선 대비용 참고서 연극"

글_시티약국

 

시작부터 엄청난 리얼리티가 쏟아진다. BBK 주식회사가 치킨 집으로 이름을 바꾸고, 외곡동으로 공간을 지칭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연극을 보는 이들은 어떤 이야기인지, 누굴 얘기하고 싶어서 그러는지 설명해주지 않아도 다 안다. 치킨 집에 전화해서 "나 도지산데, 이름이 뭐냐?" 라고 묻는 장난전화를 시작으로, 케이준의 결백을 주장하던 누나-메리카 김이 돌연 모든 잘못을 자신의 동생인 케이준의 탓이라고 주장을 번복하는 상황까지. 익살스러운 배우들의 연기를 뺀다면,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정치적인 사안을 다루는 연극을 만드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은 연극'

이 연극은 두개의 겹을 가지고 있다. 앞서 말한 하나는, 앞서 말한 다큐에 가까운 재연이다. 현대통령인 이명박의 BBK 관련한 사건에 대한 사실들이 무대에서 재연되는데, 이는 꾸미지 않은 현실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미디에 가까운 깨알 같은 재미를 보여준다.

약간의 연출이 가미된 재연이 끝나고 다면, 이 연극의 결정적인 또 다른 겹이 등장한다. 정치적인 발언을 하기 위해서 의기투합해 모인 멤버와 이런 정치적 방향성에 동의하지 않는 또 다른 배우와의 갈등, 그리고 신념과 현실이 부딪혀야만 하는 제작환경에 대한 것이다.

 

 

왜 하필 BBK 사건을 다뤘어야 했는가? 라는 토론부터 현실을 바꾸는 게 아니라면 이 극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어떤 식으로 드러나야만 하는가? 에 대한 쉼 없는 질문과 대답들이 오고간다. 이 두개의 겹이 계속해서 중첩되고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극이 이어진다. 4년간의 현 정권이 집행한 정책 및 다양한 분야의 현안들에 분개한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은 무대 위에 배우들이 하는 대화들을 비슷하게 또는 똑같이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욕하다가 잡혀가는 거 아닌가? 댓글 한번 잘못 달았다가 민간인사찰 당하는 거 아니야? 라는 우스갯소리를 했던 기억이 스치기도 했다. 힘없는 한 개인이 이러했을진대, 공개적으로 작품으로 이를 드러낸다고 했을 때 제작진의 부담감은 오죽했을까 싶다. 

  

 

이런, 연극으로 현실이 바뀔 수나 있을까?

비단 연극에 한정짓지 않고 보자면, 사회적인 움직임, 방향성을 담지하고 있는 예술들은 현실을 바꿀 수 있냐는 질문으로 확장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예술은 현실을 바꾸는 직접적인 도구나 수단이 되기는 힘들어도, 대중에게 다른 시각에서 제시하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간접적인 장치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BBK라는 이름의 떡밥' 은 제목 그대로 BBK라는 이름으로 떡밥을 던져두고, 예술이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예술을 만드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일들에 대한 긴 이야기를 던지고 있다.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음에도 연극제작비 마련이라는 이유로 조중동 종편방송의 캐스팅을 쉽게 마다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극중 정주동의 비극(?) 이 그러하고, 정치적인 이야기가 자신과 맞지 않다고 하며 돈을 벌기위한 수단으로 뮤지컬 '육영수' 오디션을 보는 또 다른 배우 강대한의 이야기가 그러하다. 밥벌이에 얽매이다 보면, 옳은 소리를 못하고 옳은 소리를 하자니 밥벌이를 못하겠고. 더 어려운건 옳은 소리라고 생각하는 걸 증명해야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옳은 소리라는 것 또한 끊임없이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 줄줄이 이어지는 물음들과, 질문, 그리고 고민들- 무대는 끝난 후, 배우들의 질문은 온전히 관객들에게 돌아온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점은, 기왕 BBK라는 떡밥으로 이야기를 던진 바에야, 시원하게 까고, 더 우스꽝스럽게 보여줘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레임덕이니만큼 더 통렬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이 역시 보는 사람의 입장이지 만드는 사람을 고려한 입장은 아니니 혹시나 제작진이 이 글을 보시면 노여워 마시기를 바란다.

연극은 이명박이 당선되기 전 상황을 묘사한 마지막 씬-지명박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대통령 당선의 확신을 드러내는 기운찬 연설로 마무리된다. 현 시점으로 본다면 마지막 장면 이후,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두 달 뒤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 최근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MB의 추억' 이 호러, 스릴러, 코미디 장르로 표기된 것은 시대적 희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을 뽑고 후회한 사람이든 안 뽑고 울화통 터졌던 사람이든 혹은 이명박을 뽑고 후회안하고 속 편하게 살았던 사람이든, 우리는 두 달 후에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BBK 라는 이름의 떡밥이라는 극사실적인 연극이 미약하게나마 대선이라는 큰 선택에 참고 서적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부디, 새로운 대통령과 함께하는 다가올 4년이 지금보다는 조금은, 행복의 나라이기를 바라본다. 우리 모두 꼭, 투표합시다.

 

*사진출처 - 가톨릭 청년회관 다리 제공 (http://www.scyc.or.kr)

 필자_씨티약국

 소개_ 도시에서 건강하게 잘 살기위해서 자가치료제 개발중인 과년한 시골처자. 무상 토익 운동을 진행 중에 있으며 세상을 원망하기 전에 나부터 잘하기위해 꾸준히 행동하고, 글을 쓸 예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