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12년 축제들을 다시보다 - 시티약국

2012. 12. 27. 10:58Review

 

2012년 축제(들)의 재구성

 

글_시티약국

 

올해 우리나라는 일상이 축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수많은 축제가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어쩌면 새로운 축제라고 부를 수 있는 게 드물지도 모르겠다. 인디언밥에서 다뤘던 축제기사들을 중심으로 올 한해 축제를 정리해보고, 앞으로 축제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볼 수 있을지 주관적인 추측까지 전개해보겠다. (부록으로 올해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경향성도 정리해본다)

올해 인디언밥은 4월부터 11월까지 총 12개의 축제를 다루었다. 그 중에는 대표적인 기성축제라고 할 수 있는 하이서울페스티벌과 과천축제, 그리고 해외의 아비뇽 페스티벌도 작품 및 프로그램별로 소개되었다. 하이서울페스티벌은 청계천과 광화문 일대를 배경으로 많은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고, 과천축제도 지역의 많은 사람들에게 국내외 거리예술의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했다. 거리예술의 특성 상, 기후를 비롯한 외부요인에 많은 제약이 있다는 점이 한계로 드러나긴 했지만 한국의 거리예술이 꾸준한 발전을 보이고 있다는 또 다른 실험의 장으로 기능하기도 하였다.

 

▲2012 하이서울페스티벌 중 청계천 버스킹 프로그램 “시월맑음”, 관련글 http://indienbob.tistory.com/627

 

 대부분의 축제가 기관의 기금을 받아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축제의 정체성을 모색하는 동시에 많은 대중들과도 친근하게 그리고 매끄럽게 만나야 하는 두개의 과제가 축제관계자들에게 주어진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상업 자본을 기본으로 하는 축제의 경우, 양적 확장을 보여주고 있다. 관 주도의 축제가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잡는 과정에서 내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상업 자본 위주의 축제는 소위 ‘잘 팔리는’ 예술가 섭외의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지산밸리락페스티벌의 (이하 지산) 경우, 화려한 라인업에 비례해 비싸진 티켓가격으로 원성을 샀고, 축제 현장의 상업화는 매년 꾸준히 관객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지산을 찾는 것은, 음악애호가들의 취향을 전략적이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지산밸리는 관객들로 가득 찰 가능성이 굉장히 농후하다.

 

▲2012 서울변방연극제 포스터, 관련글 http://indienbob.tistory.com/588 589, 592, 593

 

이런 가운데 관 주도도 아니고 영리한 상업자본도 아닌 제3의 지대에서 제 몫을 해내고 있는 축제들도 있었다. 서울변방연극제는 기존 축제와는 결이 다르게, 뚜렷한 자기만의 정체성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어 낸 한해였다. 축제 장소를 다각화하는 동시에 변방을 대변하는 예술가와 결합한 다양한 프로젝트는 많은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갔다. 악산밸리락페스티벌서울똥꼬비엔날레 그리고 24군용텐트치기와 같은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축제성의 등장은 이 시대의 축제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에 충분했다. 누군가 하고 싶어서 하는 축제,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축제의 형태는 앞으로 더 다양한 형태로 확장해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신당아케이드 가을축제와 같이 지역과 예술이 결합한 시장축제나, 작년에 이어 거리예술가들이 모여 한 편의 서사를 창작해내는 유랑축제도 축제의 다양성을 선보이는 계기가 되었다. 그 외에 각 지방에서 이루어진 축제에서도 다양한 시도와 꾸준한 모험이 시도되었으리라 추측해본다.

 

신당창작아케이드 가을축제 포스터, 관련글 http://indienbob.tistory.com/639

 

관객들은 왜 축제를 즐기고, 축제 기획자들은 왜 축제를 만들며, 왜 예술가는 축제를 원하는 걸까? 축제가 홍수같이 쏟아지는 현 대한민국에서 왜 축제여야만 하는 가 질문을 던질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축제 연말 정산을 맞아, ‘어떻게’ 라는 방법론보다 “왜‘ 냐는 존재론적 질문을 통해 축제의 바탕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올해 어떤 축제를 보았는지, 그리고 필자가 빠트린 축제가 있다면 따로 의견을 주셔도 좋을 것 같다. 인디언밥 독자님들, 내년도 축제현장에서도 만나자. ■  

 


덤) 2012년 서울프린지 페스티벌 축제의 경향성

 

▲2012 서울프린지페스티벌 포스터, 관련글 http://indienbob.tistory.com/601

 

다른 축제는 관객으로 참여했다면,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기획 및 실행의 주체로 참여하게 되었다. 이에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을 보다 세밀하게 분석해보고, 2012년 서울프린지 페스티벌이 궁금했을 뭇 독자들을 위해 추신으로 덧붙인다. 이에 대한 첨언, 제안 혹은 반론도 환영한다.

첫째는, 연극 장르의 압도적 비율이었다.

이번 축제는 연극의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축제 참가비라는 장치가 참가팀의 수적 감소를 유인했는데 연극의 비율은 줄어들지 않았다. 타 장르에 비해, 지원이나 창작의 판이 열악하다는 분석도 가능할 것 같다.

두 번째는, 눈에 띄는 정치적 발언이었다. 대선과 맞물린 탓인 지, 정치적 발언을 하는 눈에 띄는 작품들이 있었다. 연극으로 사회를 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보여준 'BBK라는 이름의 떡밥', 천안함을 다룬 'Ship,ship, ship 새끼들', 쌍용자동차 사태를 다룬 '해방구'가 대표적인 작품이었다. 내년에는 보다 쌘 강도의 정치적인 발언이 등장하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과 걱정이 동시에 있다. 새로운 대통령과 정권이 예술혼의 재료로 쓰일 수 있을지 지켜보자.

 

▲<BBK라는 이름의 떡밥> 공연사진, 관련글 http://indienbob.tistory.com/637 

 

셋째는, 작가실험무대의 도입이다. 인디스트들과 공동작업으로 진행된 ‘올모스트 상수’는 프린지페스티벌 내에서는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그 외 강신우씨와 박진원씨의 콜라보레이션 무대, 신안진 작가의 작품 낭독도 잔잔한 반향을 주었다.

네 번째는, 연극팀 가운데에서도 대학로나 기존 극단에서 활동하는 연극인들의 비중이 높았다. 극단 내에서 할 수 없는 새로운 시도를 프린지를 통해 해내기도 했다. 프로젝트 327-9, 신기루만화경 류성철, 12언어스튜디오 윤성호 연출, 플라스틱 필름 조형진 연출 등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다섯 번째는, 야외프로그램의 전반적인 축소였다. 음악 팀의 비중이 눈에 띌 정도로 줄었고, 야외프로그램의 경우 다양성이 부족했다. 태풍이라는 악천후까지 겹쳐 야외프로그램의 취소가 잦은 요소도 있었다. 오픈 스테이지를 통해서는 다양한 홍대 인디밴드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이 따로 진행되기도 하지만, 기존 프린지페스티벌에 비하면 음악 팀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여섯 번째는, 모호한 정체성의 문제였다. 새로운 시도들이 진행되었으나, 여전히 다른 축제에 비해 뚜렷한 색깔 혹은 변별력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은 한계점으로 보인다. 축제의 태동자체가 예술가집단이 모여 만든 1998년 ‘독립예술제’ 에 있고, 다른 축제와는 심사가 없는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장·단점이 공존한다. 자유참가 이외에 장치들에 대한 고안이 필요하고, 프로그램 구성에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시점으로 볼 수 도 있을 것이다. ■

 

**본 기사는 2012년 인디언밥결산+필자WS(12.11~12.18)에서 다루어진 내용을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필자_씨티약국

 소개_ 도시에서 건강하게 잘 살기위해서 자가치료제 개발중인 과년한 시골처자. 무상 토익 운동을 진행 중에 있으며 세상을 원망하기 전에 나부터 잘하기위해 꾸준히 행동하고, 글을 쓸 예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