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밥 8월 레터] 8월의 어느 날, 100% 축제를 만나러 가는 ‘관객’ 에 대하여

2014. 8. 19. 21:20Letter

 

8월의 어느 날, 100% 축제를 만나러 가는 ‘관객’ 에 대하여

 

더위가 한풀 꺽인 어떤 날. ‘나’ 는 서울역 뒤 서계동으로, 혹은 인천역 앞 해안동으로, 혹은 상암 월드컵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곳에는 ‘나’ 에게 있어 100%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한발짝 한발짝 점점 가까워져 가면서 ‘나’ 의 마음은 떨립니다. 어떤 공연이 기다리고 있을까. 재미있을까? 분명히! 그렇겠지. 그럴거야. 여기저기 곳곳에서 막 피어오르는 꽃들과 같은 아름답고, 이상하고, 특별한 존재들이 분명히 ‘나’ 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분명히!

 

▲ 2회째를 맞이한, 독립공연예술가들의 축제, “한 여름밤의 작은 극장” (8.22 - 8.24)

 

▲ 마로니에 여름축제의 '팝업씨어터'로 미리 선을 보인 "15분 연극제" (8.22 - 8.24)

  

▲ 작년에 이어, 올해도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이어지는 축제속의 축제 "밤샘프린지" (8.23 - 8.24)

 

축제를 준비한 예술가들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축제를 기획한 기획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축제를 마련한 담당자들의 생각을 짐작해 봅니다. 아마도 분명히 작년의 시행착오를 수정했을 거야. 그리고 반드시 저번의 성취를 기억하고 있을거야. 그래서 무조건 이번에 더 멋있을거고, 더 발전했을거야.

지난 날, 그들을 보고 퍽 감동했었습니다. 작고 소박한 제안이었습니다. 화려하지 않은 고백이었습니다. 하지만 뜻밖의 열정과 진심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었습니다. 활기가 넘쳤습니다.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그 무엇도 억압받지 않는 축제. 상업 광고도 보이지 않고, 헛된 구호나 막연한 선언이 없었던 축제. 예술가가 자발적으로 일어났을 때, 기획자가 손 내밀며 일으켜주는 축제. 그 광경에 박수를 보내는 관객들이 있는 축제. 그리고 그 축제를 바라보던 ‘나’ 의 모습이 썩 잘 어울리던 축제.

그런 축제들을 향해서, 나는 부푼 기대감을 마음에 꾹꾹 눌러담고 뛸듯이 날듯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나’ 를 100%의 순수관객으로 만들어주는 예술적인 사건들을 만나기 위하여! 8월의 어느 날, 100% 축제를 만나러 가는 관객은, 어쩌면, 참으로 멋진 존재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ps. 이번달 주제는 ‘축제와 나’ 입니다. 어렵고 힘든 세월, 대도시와 인터넷에 파묻혀 사는 우울한 ‘나-들’ 의 마음에 와 닿았던 축제는 한결같이 극장공간을 벗어나 거리와 현장에서 펼쳐졌습니다. 작지만 상상력 넘치는 작품들이 위축되고 왜소해진 ‘나’ 를 일으켜 세우고 힘을 북돋았지요. 그러고보니, 동시대 공연예술은 그 물리적 크기를 자유자재로 변형시킬 수 있는 능력으로, 관객의 심리적 크기 또한 맞춰갈 수 있는게 매력이 아닐까요. 스스로 몸집을 줄이고 눈높이를 맞춰 다가온 예술가들과 축제기획자들의 판에 진심어린 응원을 보냅니다. 이로서 관객은 조금은, 아니 그보다 더 많이 즐거워졌습니다. 레터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100%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대하여>에서 모티브를 따왔습니다.

 

2014년 8월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위원

정진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