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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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프린지에서 "이름 부르기" - 용산, 그리고 <타인의 고통>
프린지에서 “이름 부르기” - 용산, 그리고 글_요끌로딘 #1 한 노작가가 특정치킨회사의 이름을 넣은 트윗을 올리면 그 회사로부터 돈을 받아 장학금으로 적립한다고. '이름'을 말하는 행위에 일정한 값이 매겨지고 숨가쁘게 재생산되며 그러면서도 그 매커니즘은 말끔하게 표백되는 일련의 과정이 나에겐 다만 혼란스럽다. 정신없이 팽창했다 쭈그러들고,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탈바꿈하는 서울이라는 도시. 그리고 그 주변(fringe), 도시에서 밀려난 이들이 서울을 굽어본다. 프린지는 공식(公式)의 지위를 얻지 못한 - 심지어는 언제 어느 때라도 삭제되어 버릴 지도 모를 모든 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장이다. 그 이름 부르는 행위는 그 자체로 몹시 처연하다. 우리는 어느 장소에 모여 앉아서 그 과정을 시간을 함께 나누..
2010.10.04 -
[리뷰] Project Big Boy - 양태석 아저씨를 보러 갔다가 '아티스트 양태석'에 홀려왔다
Project Big Boy 그 첫번째 Big Boy, 솔로드럼아티스트 양태석 "티켓박스에서는 리플렛과 제 공연 DVD를 팔고 있습니다." ‘...DVD를 팔고 있습니다.’? 드럼을 치는 사람이라면 그는 뮤지션이 아닌가? 뮤지션이라면 영상이 담긴 실황보다는 음악이 담긴 음반을 파는 게 일반적이지 않을까? 하는 의문. 글_지노 #1 양태석씨의 공연을 처음본 건 약 한 달 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오프닝퍼레이드 때였다. 퍼레이드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그의 공연, 감상은 딱히 특별하지 않았다. ‘신이 났고, 신기했다’ 정도로. 나는 인디스트였었기에 퍼레이드 속에서 한껏 흥이 난 상태였고, 가뜩이나 비까지 내리던 날이었기 때문에(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는 처량한 상황 따위에 처하면 몸에서 제멋대로 엔도르핀을 분비해..
2010.10.01 -
[리뷰] '극장이 아닌 깊은 숲속에서 놀다 온 기분' - 성미산 마임축제
'극장이 아닌 깊은 숲속에서 놀다 온 기분' - 성미산 마임축제 글_ 박비봉 사진_ 성미산마을 동네사진관 제공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 12가지 이야기들을 보았다. 숲속에는 많은 아이들과 아이보다 더 아이같은 어른들이 있었다. 그 곳에서 울리는 웃음 소리와 고요소리는 숲에서 나올 때 까지 나를 설레게 했다. 숲에는 비가 오지도 않았는데 여기저기에 무지개가 떠 있었다. 비누방울 속에 무지개가 떠 있었고 비누방울을 터트리는 아이들의 움직임에도 무지개가 떠 있었다. 배우의 시선과 관객의 시선에, 그 눈동자에 무지개가 떠 있었고 숲 안에서 울리는 모든 음악들에서 무지개가 떠 있었다. '어떻게 이런게 가능하지?' 라고 자문해 보았다. '아마도 여기가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깊은 숲 속이어서가 아닐까?' 끊임..
2010.09.29 -
[리뷰] 거문고팩토리 - <난중다이어리 심난가>
한 음악극에 대한 18개의 단상 - “잔인한 세상이여, 그러나 우리에게는 음악이 있다.” 거문고팩토리 - 글_ 요끌라 [서] 연극 하나 보고 와서 리뷰를 쓰다보면 으레 찾아오는 어떤 답답함- 넓든 좁든 무대라는 공간을 왔다갔다 쥐락펴락하는 배우들을 보다가 골방에서 발 디딜만한 넓이도 못 될 노트북 모니터에 글자를 채워 넣으며 낑낑대는 모습은, 스스로 생각해도 퍽 애처롭다. [1] 지금부터 거문고 팩토리와 그들의 음악, 그리고 연극 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한다. 특히 그들의 음악에 대해 꼭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는 ‘참신한 실험’이라는 말만 우려먹다 그것이 결국 뭔지 대답을 못할 것 같아서. [2] 음악과 극의 만남은 사실 우리가 가장 흔히, 쉽게 경험하는 예술 양상 중 하나이면서도 -당장 TV에서..
2010.09.28 -
[리뷰] "바다가 보고싶다" - 극단 '로기나래' <소금인형>
바다가 보고싶다 극단 '로기나래' 글_김지선 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짭짜리한 소금 맛이 묻어나오는 유쾌하지 않은 공기와 비릿한 향기, 갈매기들의 비명이 들리지 않는 바다. 그 속을 알 수 없도록 시커멓도록 파란 일렁임, 출렁임. 한없이 출렁거리며 내 몸을 맡기고 싶은 나의 바다. 극단 로기나래의 ‘소금인형’을 보고 나와 첫 번째로 든 생각이다. 바다는 언제나 무엇이든 품어줄 것만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치 어머니처럼 모든 것을 품어줄 것만 같은 바다는 때로 공포스럽게 나를 덮치고, 나를 잠식하고 모든 것을 삼켜 버릴 것같은 두려움을 주기도 한다. 어머니의 품처럼 묘사되다가도 순식간에 그 모습을 바꿔 모든 것을 삼킬 듯 한 포식자. 이 아이러니가 ‘소금인형’안에 묻어 나온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2010.09.27 -
[리뷰] 코끼리, 나무, 바퀴벌레, 인간, 인디스트 - 극단 '위드오즈' <숙희씨네 코끼리>
코끼리, 나무, 바퀴벌레, 인간, 인디스트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극단 '위드오즈' 글_ 정진삼 1. 코끼리 어느 날 스승님이 말했다. “상상이라는 말이 있다. 생각할 상(想) 자에 형상 상(像)자. 뒷 글자는 코끼리 상(象)자에 사람(人)이 더해진 것이다. 예전에는 코끼리를 보는 일이 흔치 않았다. 보지 못한 코끼리의 모양을 생각해서 그리는 것. 이것이 상상이다.” 2. 나무 음악극이란다. 라디오 디제이 씨코드와 지코드가 ‘바퀴벌레’ 와 연애하게 된 청취자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기타, 건반, 타악으로 단촐하게 짜여진 밴드의 음악이 울려 퍼진다. 무대가 밝아지면 문에 들이찬 거대한 나무가 중심에 서 있다. 가져갈 짐은 싸고, 놓고갈 짐은 남겨진다. 숙희씨네 이사가는 날, 코끼리는 간데없고..
2010.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