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nbob(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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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과천한마당축제2-동물원의 브레멘의 악대, 도시구경에 나서다
개쏭의 2009 과천한마당축제 공연 보기 1 도시춤악대_언더 더 브릿지 새파란 여치들이 뛰어다닌다. 늦은 오후, 햇빛이 얼굴에 비추이는 시간에, 생기발랄한 여치들이 뛰어놀기 시작한다. 여치는 막 돋아난 풀잎같이 밝은 색을 갖고 있다. 낮에는 놀고, 낮에 움직이다, 낮이 저물어서야 잠이 든다. 그들은 아폴론의 곤충, 낮의 햇살을 받으며 노래한다. 그들은 긴 다리로 수풀을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여기저기에서 노래를 한다. 그들의 노래는 캐스터네츠 소리 같기도 하고, 마카라스 소리 같기도 하다. 여치는 가을, 낮의 전령이다. 그리고 그들 도시춤악대, 언더더브릿지는 그런 여치들 마냥 흥겹게 낮을 누빈다. 닭, 고양이, 개 등등의 모자를 쓰고, 마치 동물원의 동물들이 사람 구경하러 놀러 나온 것처럼 흥겹게 춤을 추고..
2009.10.11 -
[리뷰] 과천한마당축제1-나의 취향
강말금의 2009 과천한마당축제 공연 보기 1 나의 취향 8월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인디언밥의 잠재적인 필자가 되어, 다섯시나 여덟시가 되면 반사적으로 홍대에 나갔다. 낮잠을 자다 벌떡 일어나곤 하면서 뜨거운 여름이 지났다. 페스티벌이 끝나고 고심 끝에 한 편의 글이 완성되었을 때, 어느 한 단위의 시간이 지나간 느낌을 받았다. 작은 UPGRADE. 그래서 참 고마웠다. 다양한 공연을 보고 좋은 친구들을 만난 것만도 충분히 좋은데, 글로 칭찬까지 받았을 땐 기분 최고였다. 신인은 칭찬 먹고 산다는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날라다니고 있다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과천 축제 글 제의였는데 이번엔 고료도 있었다. 캬, 돈 받고 글을 쓰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9월 24, 25, 26, 27일 오이도행 지하..
2009.10.05 -
[리뷰] 하지만, 그 곳은 빛났다지. - ‘휘경, 사라지는 풍경’展
하지만, 그 곳은 빛났다지. - ‘휘경, 사라지는 풍경’展 글 스카링 l 외벽작업 l 김형관 타일위에 색테이프 2009 최근 몰두하는 단어가 하나 생겼다. 공간. 그저 무언가의 배경일 뿐 아니던가? 하지만 글을 쓰면서, 프린지페스티벌과 기타 여러 전시회를 돌아보면서 단단히 굳은 생각이 말랑말랑해진다. 공간은 단순한 무대와 전시를 위한 곳이 아닌, 예술가의 작품을 온전히 담아내는 그릇인 것이다. 개인적 취향을 보태자면, 거친 원석과 같은 공간이 좋다. (물론 잘 꾸며진 아기자기한 공간이 대세라지만 가공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어서 말이지.) 익숙함을 깨고, 예상 밖의 공간에 소환된 예술작품은 더욱 싱싱하게 살아있다. 이런 공간을 맛보는 날이 많아진다. 어쩐지 소믈리에가 된 기분? 창고, 까페, 길거리, 2층..
2009.10.02 -
[에세이] 서울와우북페스티벌 : 가을은 분명 책에게도 축복을 내린 계절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 - 이라는 말을 도대체 누가 만들어 놨단 말인가? 사람들은 오히려 가을에 책을 더 안 읽는다. 그건 날씨와 관계가 있다. 높고 푸른 하늘, 맑은 공기, 바깥활동 하기에 적당한 기온까지. 몇 가지 단서만으로도 왜 사람들이 가을에 책을 더 안 읽게 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맞다. 이 모든 건 독서를 위해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이런 계절이 오면 좋은 친구들과 함께 산과 들로 여행 다니는 걸 즐긴다. 어느 누가 방안에 틀어박혀 고리타분하게 책이나 읽고 싶겠느냐, 이 말이다. 그러나 가을은 분명 책에게도 축복을 내린 계절이다. 어렸을 적 학교에서 배운 대로 사계절이 뚜렷한(요즘엔 전혀 그런 것 같지도 않지만!) 우리나라 특성상 책을 주제로 야외에서 행사다운 행사를 할 수 있는 시기..
2009.09.28 -
[리뷰]십이분의 일 - 프로젝트 빅보이 1
프린지+두산 프로젝트 빅보이 1. 양손프로젝트&상상만발극장 나와 당신 안에 있는, 어쩌면 같은 것 당신의 믿음은 어떤 것일까요? / ……. 누구로부터 배반당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 ……. 당신은 유다인가요? / 네. 공연 중에 나오는 대사가 아니다. 공연이 끝난 후 한 관객의 마음 안에 떠오른 자문자답이다. 대개의 자문자답은 초반의 장면에서처럼 두 개의 목소리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경주를 벌였다. 겹치기도 했고 흩어지기도 했고 서로를 방해하기도 했다. 배우 손상규와 양종욱이 정면을 향해 직소하는 목소리를 보면서(목소리 운용마저도 시각적이다.) 그렇게 점점 유다에게 귀 기울였다. 믿음이 없는 세계. 나는 현 시대를 그렇게 믿고 있다. 종교의 신실함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공연에 쓰인 류이치 사카모토..
2009.09.28 -
[리뷰] 태양은 하나다
글 정윤미 불편하다.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불편해야만 한다. 2009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살아있는 시체처럼 서 있는 사람들. 무대 위의 그들은 “저는 지금 죽었다고 말하잖아요” 라고 말하는 듯하다. 무대 위가 밝아오자 볼 곳을 잃은듯한 시선으로 유령처럼 서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재이와, 유흥업소를 하는 재이의 엄마와 업소에서 일하는 두 이모는 모두 한 가족이다. 꼭 피를 나눈 사람들이 아닐지라도 그들은 가족이다. 이제 막 새로운 터전에 업소를 옮긴 이 가족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 재이는 이사 온 동네에서 새 친구들을 만나고 즐거워한다. 각자 새로운 환경에서 새 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재개발지역이라며 철거해야하니 이곳을 비우라는..
2009.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