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쏭노인 퐁당뎐」- ④ 지워진 곳을 향해 떠나는 여행과 그리고 …

2011. 5. 6. 15:39Feature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대형거리인형퍼포먼스 「쏭노인 퐁당뎐」
- ④ 지워진 곳을 향해 떠나는 여행과 그리고 …  

 

글_ 엄현희(공연창작집단 뛰다 드라마터그)

 

지워진 곳을 향해 떠나는 여행


회귀의 욕망은 원초적이며 본능적이다
. 우리는 누구나 유아기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하루하루 늙어가지만, 잃어버린 기억은 꿈으로 환상으로 나타나 스스로의 존재를 알리곤 한다. <쏭노인 퐁당뎐>은 그 잃어버린 세계에 대한 작품이다. 마치 유아기의 기억 같은 세계, 부재함으로써 존재하는 시공간, 기억하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존재감이 살아있는 세계 . 어떤가, 당신은 이제 우리의 작품이 궁금해지지 않는가. 당신도 우리의 주인공 쏭노인처럼 물속으로 퐁당! 뛰어들고 싶어지지 않는가.

 

그렇다면, <쏭노인 퐁당뎐>은 잃어버린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했을까. 작품에서 잃어버린 세계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을까. 라깡은 아기가 아버지의 말을 배움으로써 사회화되기 이전의 어떤 시선이 존재한다고 말했는데, <쏭노인 퐁당뎐>의 시각적 청각적 요소들은 바로 이전의 어떤 시선이 체험, 구성하는 세상의 모습과 닮아 있다.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깔로 채색된 인형들과 심장이 고동칠 정도로 자극적이며 크게 울리는 음악들 그리고 단순하면서 명쾌한 대사 언어들이 <쏭노인 퐁당뎐>을 이루고 있다.

 

쏭노인은 전쟁이 끝난 전장을 지키고 있는 가엾은 해골 군인들을 만나 전쟁은 이미 끝났다 말해준다. 쏭노인은 군인들을 만나서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될까.




음악 「늙은이여 울지마라」(연리목) 악보



<쏭노인 퐁당뎐>은 아기가 바라보는 세상 같은 모습이다. 제 멋대로 의미를 같다 붙이는 아기의 눈이 바라봐 구성한 세상처럼, 이질적인 것들이 접합돼 조화를 이룸으로써 존재한다. <쏭노인 퐁당뎐>의 인형들의 의상은 화곡동의 구제 옷 가게에서 구입한 7,80년대를 연상시키는 촌스런 옷들로 제작한 것이며, 음악은 민중가요나 메탈리카 같은 옛날 락 풍, 철지난 트로트 등을 차용, 응용한 것들이다(심지어 쏭노인은 탈춤을 추기까지 한다).

 

<쏭노인 퐁당뎐>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질적인 것들의 조화중 또 하나로는 광명의 볍씨학교 학생들과의 만남을 들 수 있다. 볍씨학교 학생들과의 만남은 <쏭노인 퐁당뎐> 제작 과정에서 우연한 사건이라 할 만하다. 원래 <쏭노인 퐁당뎐>은 한 장면을 비워두고서 일반인이 그 장면을 만든 후에 공연 현장에서 결합하는 것을 의도했었으나, 볍씨학교에서의 인형 만들기 워크숍은 그 방향을 선회, 작품의 깊이를 더해주는 대목에 일반인의 창조력을 채워 넣는 것으로 바꾸게 만들었다. <쏭노인 퐁당뎐>에서 노인 캐릭터와 작품의 생기를 불어넣는 또 한 줄기의 메시지 및 작품의 마무리 장면은 볍씨학교 학생들과의 인형워크숍 후에 자라난 아이디어들이다.

 

「쏭노인 퐁당뎐」 이미지. 「쏭노인 퐁당뎐」이 찾아갈 도시는 우리 물고기의 등에 업혀서 우리와 대화를 나누며, 우리와 더불어 작품을 만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쏭노인 퐁당뎐>은 여러 면에서 이전의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레퍼토리들과는 다른데 - 시각적으로 배우가 드러나지 않는 인형의 생김새, 이전보다 훨씬 대규모의 관객들과의 만남을 시도한다는 점, 의도적으로 완성하지 않은 채 상연을 시도한다는 것 등 -, 내가 주목해서 보고 싶은 것은 작품의 풍성한 감성적 색채이다. <쏭노인 퐁당뎐>은 뛰다의 어느 작품보다도 타 존재에 대한 바라보기가 두드러진다.

 

<쏭노인 퐁당뎐>은 순수한 이타심을 발흥해야지만, 볼 수 있으며 만날 수 있는 존재들을 대거 등장시킨다. 고향도 집도 잃은 채 물고기 잡는 재미로만 사는 낚시터 주인 쏭노인부터, 갖가지 물고기들, 맑고 깊은 바다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심해어, 물속에서 텃밭을 가꾸며 살아가는 노인들, 이미 끝난 전장을 지키고 있는 해골 군인들 까지, 작품의 캐릭터들은 모두 못나고 어설프며 이들을 통해 벌어지는 사건 또한 군데군데 촌극 같기만 하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촌극을 봐야할까.


<
쏭노인 퐁당뎐>은 타 존재를 바라봄으로써 를 바라보게 되는 시선을 제안한다. <쏭노인 퐁당뎐>은 내가 소외시킨 존재들, 내가 배제시킨 존재들을 무대로 불러들임으로써 그 동안 그들을 잊고 지낸 를 각성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 각성의 순간이 어머니와 한 몸이라 여기는, 아기의 시선과 닮아 있어 신선하다. 이는 마치 거울을 통해 스스로를 바라볼 때 어머니와 자신을 구분하지 못하는 유아기의 시선과도 흡사하다.

 

우리의 작품에서 대미를 장식할 물. 파아랗게 염색한 천들이 당신을 휘감을 때, 당신은 우리의 작품에 퐁당!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신은
<쏭노인 퐁당뎐>에서 보여줄 지워진 곳을 향한 여행을 경험한 후에 어디로 도착하게 될까? 5월 달 안산과 서울, 의정부의 돔 현장에서 <쏭노인 퐁당뎐>을 만난 이후에 당신은 어디로 가게 될까? 여태까지 매우 어렵게 공연에 대해 읽어내려 갔지만, 당신이 가게 될 곳은 아주 단순한 답이다. ! 쏭노인은 작품의 마지막에 결국 잃어버린 고향집에 도착한다. 어머니 같은 고향집에.

 

 

공연창작집단 뛰다 - 쏭노인 퐁당뎐
공연장소 및 일시 :
안산거리극축제 - 5월 5일
하이서울페스티벌 - 5월 9~10일
의정부음악극축제 - 5월 17~20일
국립극장 청소년연극제 - 5월 27~29일

창단 10년째인 공연창작집단 뛰다는 올해 강원도 화천으로 이주해 세 가지 실천이념을 실행 중에 있습니다. ‘진화하는 연극’, ‘저항과 치유의 연극’, ‘공동체 중심의 연극’이란 세 가지 방향성이 뛰다의 앞으로의 10년을 움직이게 할 힘입니다. 뛰다는 특유의 광대 메소드, 인형과 가면 등을 통해 독특하며 실험적인 창작 연극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호주의 스너프 퍼펫은 연출 및 인형 제작사 앤디 프레이어가 대표로, 거대 인형 야외 퍼포먼스를 주로 작업해 오고 있는 단체입니다. 싱가폴, 호주, 대만, 일본 등지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는 인형 퍼포먼스를 2000년대 지속적으로 해 왔으며, 우리나라에도 방문한 바 있습니다. 스너프 퍼펫이란 이름이 시사하듯, 잔혹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환상적이며 투박한 이미지의 인형이 인상적이며, 유쾌한 난장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벌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필자소개
엄현희. 77년생. 한예종 연극원 연극학과 전문사 과정에 재학 중 <연극평론>을 통해 등단, <컬처뉴스>, <공연과 리뷰>, 경기문화재단 전문가 모니터링 활동 등을 통해 비평 작업을 해오다가 아기를 낳은 후 <‘해체’로 바라본 박근형의 연극세계> 논문으로 졸업한 후,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단원으로 들어가서 단원들과 함께 강원도 화천으로 이주함. 현재 극단 일을 열심히 배우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