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단상들] 2012년 인디음악씬 키워드 - 나그네

2012. 12. 26. 12:50Feature

 

2012년 인디 음악씬을 살(짝)펴보다

 

글_나그네 

다사다난했던 2012년.

봄, 여름 그리고 가을이 지나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추위와 함께 겨울이 찾아왔다. 새해를 맞이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올 한해 인디음악의 발걸음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주요 키워드를 뽑아 정리해보려 한다.

 

# 대중매체 출연

무엇보다 올 한해 가장 큰 이슈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인디 아티스트들의 활발한 대중매체 진출이 아니었나 싶다. 이전에는 <EBS 스페이스 공감>이나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같은 전문 음악 프로그램이 아닌 이상, 인디 음악가들을 방송에서 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올 한해는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인디 아티스트를 찾아볼 수 있었다. 우선 첫 등장부터 강렬한 센세이션을 일으켜 최근에는 쟁쟁한 가수들과 함께 가왕전 4강전에까지 오르는 등의 활약을 보여준 <나는가수다>의 ‘국카스텐’의 사례가 있다. 국카스텐이 인디음악 팬들 사이에서는 실력파로 이미 소문이 자자하였지만, 대중성이 있는 음악을 하는 팀은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 <나는가수다> 출연 소식이 들려올 즈음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당당하게 대중들에게도 그들의 매력을 어필하는 것을 보며 우리는 인디 음악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현재 음악 시장에 범람하고 있는 아이돌 음악이 비슷한 패턴의 멜로디와 다소 가벼운 내용의 가사로 몇 년간 대중 음악계를 점령하고 있다 보니, 음악적 다양성에 대한 대중들의 갈망이 극에 달하였고, 이는 앞으로 인디음악이 좀 더 넓은 범위의 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

 

▲국카스텐 MBC “나는 가수다” 화면캡쳐, 관련글 http://indienbob.tistory.com/611

 

국카스텐의 사례가 대중음악의 잣대에 대한 변화를 반영해 주었다면, <탑밴드>와 같은 경우는 기존의 인디음악 팬들과 음악가들 스스로의 인식적인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이전에는 인디 음악가들은 상업성과는 거리를 두고 예술성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인식, 혹은 그들의 희소성을 지키고자 하는 인식이 팽배하여 인디 음악가의 TV 출연에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이 퍼져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탑밴드>에 기성 밴드들이 많이 등장을 하게 되면서 그들이 그들의 음악을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고, 소통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통로가 극히 제한적인 현실을 다시 한 번 체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도 그들의 음악을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일 권리가 있다는 점을 음악 팬들도, 아티스트 자신들도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신드롬이 앞으로도 계속 되어 인디 아티스트들이 대중매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더 이상‘상업성에 물든, 창작 예술의 특성에 반하는 행위’라고 여겨지지 않고 ‘그들의 음악을 통해 더욱 많은 공감을 얻어내기 위한 당연한 현상’이라는 인식과 함께 더욱 활성화되길 바래본다.

 

# 루키들의 활약과 기존 인디 아티스트의 또 다른 모습

2012년에 활발하게 활동한 팀들이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도 2013년을 책임질 개성 넘치는 루키 팀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먼저 탑밴드 출연을 통해 더욱 많은 사랑을 받게 된 ‘판타스틱 드럭스토어’와 ‘블랙백’의 경우 쟁쟁한 기성 아티스트들과의 경쟁으로 인해 조금 일찍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음에도 짧았던 출연 기간 동안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최근 1집 앨범을 발매한 ‘전기뱀장어’는 통통 튀는 멜로디와 전기뱀장어 특유의 유머러스한 가사로 큰 사랑을 얻고 있다. 2010년 여름 1집 앨범을 내자마자 2년 간 군대 문제로 휴식기를 가졌다가 얼마 전 컴백 공연을 가진 ‘쏜애플’ 역시 2013년의 활동이 주목되는 가장 강력한 루키팀 중 하나이다. 이에 더해 홍대의 라이브 클럽 공연장에서 거의 쉬지 않고 왕성한 공연 활동을 펼치고 있는‘홀로그램 필름’, ‘몽키즈’, 그리고 ‘온달’ 등의 팀들 역시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는 팀으로 꼽고 싶다.

 

▲판타스틱드럭스토어(上), 전기뱀장어(下) / EBS "스페이스공감" 화면캡쳐, 관련글 http://hellorookie.tistory.com

 

이렇게 개성 넘치는 신인 팀들이 여럿 등장한 만큼, 기존의 아티스트들 중에서도 새로운 모습으로 팬들에게 다가온 팀들이 많은 한 해였다. 우선 MOT(못)의 ‘이이언’은 아주 긴 공백기를 깨고 솔로 앨범으로 돌아와 왕성한 음악 활동을 펼쳐주고 있고, 피아노 세션으로 활약하던 임영조는 ‘폴라로이드 피아노’라는 이름으로 한층 업그레이드 된 감성으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박솔과 나루의 조합으로 탄생한 ‘솔루션스’는 세련된 음악으로 각 팀이 솔로로 활동할 때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언급한 팀들을 살펴보면 그 음악적 색깔이 아주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는데, 이전에는 주로 풍부한 감성이 담겨 있는 살짝은 대중성 있는 모던락이 집중적으로 사랑을 받은 것에 비해, 현재는 인디음악 자체에서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고루 사랑을 받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고 이는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 아티스트-팬들간의 활발한 음악 소통

인디씬의 움직임이 해가 지날수록 조금씩 더 활발해지고 있고, 그러한 발자취는 올 해에도 계속 되어 2012년은 인디씬이 가장 활발했던 한 해였던 것 같다. ‘넬’, ‘데이브레이크’, ‘10cm’등 인디씬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팀들의 새 정규 앨범이 세상에 소개되었고, 그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느낌의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왕성한 음반 활동 덕에 음악 팬들은 귀가 즐거운 한 해였다. 이렇게 음반 시장이 왕성하게 돌아감에 따라 공연 활동 역시 더욱 활기를 띄우게 되었는데, 인디 아티스트가 단독 콘서트 등의 공연을 하게 되면 그 티켓이 5분, 10분 만에 매진되는 현상을 이제는 쉽게 볼 수가 있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그 만큼 인디 아티스트도 두터운 매니아 층을 형성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공연장의 규모가 클럽, 소극장, 아트센터 이상을 벗어나게 되면 아직도 공연장을 가득 메우는 것이 쉽지가 않다.

인디 아티스트들이 더 넓은 무대를 가지는데 있어 직면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벽을 앞으로 뛰어 넘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지금, '10cm'가 내년 2월에 인디 밴드 최초로 올림픽공연 체조경기장 공연에 도전하게 되었다는 소식은 어떠한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인디 아티스트들 중에서는 인지도가 상당한 편인 '10cm'이지만 그럼에도 그 넓은 공연장을 채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리라. 이 공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인디 밴드의 무대를 더욱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 하다고 해도 많은 아티스트들의 도전 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선례가 될 것이라 보여진다.

 

▲ 지산밸리 락페스티벌, 관련글 http://indienbob.tistory.com/600

 

페스티벌에 대해 살펴보자면, 페스티벌이 양적으로 대폭 증가하였던 지난 2011년에 비해서는 한층 누그러진 한 해였다. 하지만 그 만큼 무분별한 페스티벌이 많이 줄어듦으로써 질적으로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고 본다. 축제 문화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어, 기존의 이름 있는 대형 페스티벌들이 오히려 많은 숙제를 떠안게 되었는데, 우선 수요가 많아지다 보니 관객을 수용하는 범위나 방식에 있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혼란이 느껴졌다. 또 아직은 축제 기획사 측에서 온전히 축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자금을 부담하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기업의 투자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축제 현장에 상업적인 측면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게 된 시점인 것 같다. 어느 정도 기반을 다져가고 있는 인디 음악 이하 각종 음악 페스티벌들이 이제는 이를 더욱 경쟁력 있는 하나의 문화적 소통의 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다가오는 2013년에는 좀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 아티스트의 권리 찾기

올 한해를 정리해볼 수 있는 마지막 키워드는 바로 ‘아티스트의 권리 의식’에 대한 부분이다. 올 해 따라 유난히 아티스트들이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인 권리가 침해당하는 상황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아졌던 것 같은데, 우선 ‘음원정액제 폐지’서명운동에 대해 SNS를 통해서라도 들어본 일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음원 시장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불법 다운로드 및 정액제 결제를 통한 무제한 다운로드를 당연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음원 수익 배분 체계를 살펴보아도, 음원 수익의 상당 부분이 아티스트가 아닌 기획사 혹은 유통업자에게 돌아가게 되어 있어 심지어 아티스트는 음반 활동으로는 절대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공공연하게 떠돌게 되었다. 아티스트가 자신들의 창작물에 대해 권리를 가지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은 지극히 정당한 일이다. 물론 지금 당장 음원정액제를 폐지하면 소비자들이 많은 불만을 갖게 되겠지만, 우리나라의 문화 산업이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저작권법과 아티스트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 보장이 더욱 확실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에 더하여 문화 소비자들의 의식 역시 개선될 필요가 있는데, 단기간에 개선이 이루어지는 것은 힘이 들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아티스트들이 힘을 뭉쳐 그들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사회적인 관심을 이끌어 낸다면 그 시점이 점점 더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 음원정액제 폐지운동 / 출처 텐아시아 웹 페이지(사진제공. 음악생산자 연대), 관련글 http://10.asiae.co.kr/Articles/new_view.htm?a_id=2012071710450415975

 

음원 활동 뿐 아니라, 공연 활동에 있어서도 아티스트의 권리가 실현되지 못 하는 경우가 숱하게 발생하고 있다. 얼마전 슈퍼칼라슈퍼의 버스킹코리아 공연 진행 및 태도를 둘러 싼 대한 ‘기린’과 ‘루싸이트 토끼’의 글이 수많은 아티스트들과 음악팬의 분노를 산 일이 있었다. 다음은 사태에 대한 기획사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의 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첫째로 SCS는 저희를 섭외할 시에 이 투어에 대한 중요한 정보와 주요사항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투어 기간 중 단 한 명의 SCS쪽 스텝 없이 뮤지션이 스스로 직접 입장 수익 회계, 투어 중 버스킹 코리아 계정으로 로그인하여 SNS 활동을 할 것, 잡지에 싣게 될 고화질의 사진 촬영 등의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는 점을 알리지 않았고, 미리 논의했던 기본적인 입장수익 배분 외에 뮤지션과 소속 레이블의 고유 재산인 머천다이즈 수익(CD 판매금)에서 수수료를 추가로 가져간다는 점, 등에 대해 전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둘째로 SCS는 투어 에이젼시의 기본적인 책임과 역할을 다 하지 않았습니다.

테크라이더(무대셋팅 매뉴얼), 오프닝 게스트의 유무, 도어스텝 제공 등 공연을 진행함에 있어서 아주 기본적인 사항들조차 공연장 관계자 측에 전달되지 않아 매 공연 전 여러번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들을 저희가 직접 처리해야 했습니다. 서울 공연 시 당일 정오가 지나서야 저희에게 공연장과의 소통 부재로 인한 당일 공연 리허설 취소 사실을 알려왔고, 이마저도 오프닝 게스트에게는 전달조차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 소통의 책임을 뮤지션에게 떠넘기고 이런 업무들이 투어 에이젼시의 아주 기본적인 역할임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으나 진정성이 담긴 어떠한 사과나 해명도 받지 못 하였고, 이에 크게 부당함을 느낀 우리는 대표인 Sean Maylone에게 메일을 보냈으나 그의 답엔 협박의 의도가 다분히 담겨있었을 뿐이었습니다.”

-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www.msbsound.com

 

이러한 사례는 극단적인 사례라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도 인디씬을 둘러싸고 발생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다. 특히 기업의 프로모션 공연 및 대기업이 진행하는 공연의 경우, 공연 환경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로 무작정 이름 좀 있다고 여겨지는 인디 팀들을 섭외하여 이러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인디 아티스트는 또 다른 성향의 음악을 하는 것일 뿐이지, 결코 대중음악의 아래에 있는‘언더 그라운드’가 아니다.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사회적인 인식 및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겠다. ■ 

 

**본 기사는 2012년 인디언밥결산+필자WS(12.11~12.18)에서 다루어진 내용을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필자_나그네

 소개_안녕하세요. 음악을 사랑하는 24살 서예슬이라고 합니다.

 20대라는 나이가 담고 있는 '청춘'과 '젊음'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에겐 버겁기만 합니다. 하지만 저는 20대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늘 열정이라는 가치를 놓치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삶에서 열정을 잃는 순간, 그 삶은 제 것이 아닌 게 되어버리죠. 저에게 그런 열정을 가져다 주는 것은 바로 ‘음악’이었고, 현재 홍대를 비롯한 여러 공연장들을 찾아다니거나, 각종 페스티벌에 일꾼으로 참여를 하는 등 열심히 이런저런 음악적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취미로 밴드에서 노래도 부르고요.

 저는 우리 모두가 나그네라고 생각해요. 세상에 길고도 짧은 여정을 떠나 온 나그네. 적어도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라면, 내가 진정 열정을 느끼는 것이 무엇일까? 한 번 쯤은 고민해보시고 더 능동적인 삶을 설계해보았음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이번 여행 좀 더 활기차게 즐겨보자구요. 우린 아직도 여행 초반부에 있고, 갈 수 있는 길이 더 많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