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꿈꾸는 나, 너, 그 때 <꿈꾸는 아이들>

꿈꾸는 나, 너, 그 때

- <꿈꾸는 아이들> 리뷰

 

글_ 성지은

서면 인터뷰_ 채유수

 

그림 그리는 사람, 채유수는 2010년에 만든 <꿈꾸는 아이들: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15가지 창의적인 방법들>이라는 책의 크기를 키워 지난 2012년 겨울 개정판을 냈다. 20장이 채 되지 않는 가볍고 작은 책이다. 화려한 색과 그림보다는 간결하고 정돈된 글과 그림이 눈길을 끄는 이 책은 ‘독립출판물’이다. 독립출판이란, 출판등록이 되어 있든 안 되어 있든지 간에, 책 출판의 전 과정을 작가가 조정하고 통제하는, 소자본 또는 소규모의 출판이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전적인 손길과 입김은 독립출판의 장점이 되고, 또한 여느 장점이 그러하듯이 단점이 되기도 한다. 그것이 득이냐 실이냐를 떠나서, 작가가 모든 것을 통제, 관장한다는 점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을 예측하고 구상하고 실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채유수 작가는 그 과정을 오롯이 자기만의 무언가로 채워냈다.

<꿈꾸는 아이들>은 그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학교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15가지 모습을 그려놓은 책이다. 작가가 고등학생일 때 보았던 여러 친구들의 모습이다. 이 책은 작가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당시 그림그리기는 시간을 보내기 위한 한 가지 방편이었고 그때의 그림들을 조그만 책으로 엮어 보는 것은 그 시절의 나에게 거는 안부전화 한 통”이라는 작가의 말은 곧 지루하지만 때로 찬란했던 학창시절을 불러들인다.

작가의 독백은 계속 이어진다. “첫 책이다... 차츰 나아질 것이다. 글이 길어졌다”라는 고백은 지난 시절을 추억하는 작가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도록 해준다. 그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교실의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비추는 한 편의 짧은 단편영화와도 같다. 나의 목소리와 친구의 목소리가 섞여 들어가 때로는 구분되지 않았던 그 시절, 졸고 있는 친구를 바라보며 선생님의 목소리는 지워버렸던 시절, 끝내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는 친구를 보고 웃거나 놀리곤 했던 때이다. 왼편에 그려진 아이들의 모습과, 오른편에 무심히 적혀 있는 글을 읽으며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작가가 고등학교 시절의 자신에게 보내는 애정과 위로가 느껴진다. 그 시절에 우리는 어떻게든 매일매일을 살았다.

글과 그림이 동등한 자리를 차지하는 이 책을 무엇이라 봐야 할까? 일기일까, 드로잉일까, 아니면 동화일까. 그 무엇도 아닌 것으로, 또는 단편영화 콘티처럼 보이는 이 작품에서 글과 그림은 서로 밀착해있다. 말과 이미지가 하나가 되어 만든 장면들은 강하게 약하게 서로를 연결하고 끌어당기며 리듬을 만든다. 거창한 글, 화려한 그림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이 작은 책에서 풍부한 흐름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작가의 역량이 온전히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독립출판이라는 고되지만 자유로운 장에서 작가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다.

 

 

1.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그림들을 엮어서 출판 등록이 되지 않은 책들을 몇 권 만들었습니다.

어릴 때 조용히 보내는 시간이 많은 편이었고 자연스럽게 그림 그리기와 만들기가 취미가 되었습니다. 막연히 그리는 것을 즐겼었는데 계속 그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특별히 뭔가를 해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 활동을 지속한 것은 아닙니다. 고등학교 때 그림은 해도 해도 끝이 없을 것 같아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고 막연한 희망을 품긴 했었습니다.

 

▲ 2010년판 <꿈꾸는 아이들>

2. <꿈꾸는 아이들>을 만든 과정이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때 졸음을 잘 참는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께 미안해서 그랬으나 결과적으로 수업을 열심히 들은 것은 아닌 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즐겁게 그린 그림들이지만 한동안 생각 않고 지냈었습니다. 몇 년 전에 작업들을 보여주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 고민을 하던 중 집에서 몇 쪽짜리 책을 간단히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계기가 있었고 이를 실행해보고자 만들어 보았습니다. 어떤 그림들로 실험을 해 볼까 고민하면서 찾아보다가 분량이 적절한 이 그림들을 찾았습니다. 그림을 그렸을 당시 적어두었던 약간의 글들에 살을 붙여서 A4용지 한 장으로 제작가능한(표지를 제외하고) 손바닥 반 크기만한 16쪽짜리 책을 만들었습니다.

책을 완성하고 나니 마침 소규모 출판물 행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참가를 하게 되었고 어느 날 지나가다가 행사장에 들렀는데 어떤 독자분께서 책을 열심히 봐 주고 계셨던 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행사기간 동안에 1권밖에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그러한 좋은 기억 때문에 책 만들기를 계속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책을 만들기 시작할 당시에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일입니다.

원본의 크기로 그림을 실어보고 싶어서 개정판을 만들었습니다. 그림만 키우려고 시작한 작업이었지만 어느 날 글 쓰는 작가분께 가제본 한 상태의 책을 보여드릴 일이 있었고 그것을 계기로 글도 적지 않게 다듬은 상태로 개정판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작업과정에서 꼭 작업에 대한 의견을 주는 것이 아닐지라도 작업 과정을 지켜봐 주는 동료의 존재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야기가 잠시 다른 곳으로 흘렀습니다.

 

▲ <꿈꾸는 아이들> 제작 과정

 

3. 블로그에서 이미지뿐만 아니라 영상과 소리(오디오북)를 통해 작품들을 보여주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2차원 이미지와 움직이는 이미지, 소리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작가의 목소리로 <꿈꾸는 아이들>을 읽어주는 영상은 이곳과 이곳에서.)

재작년에 친구 2명과 ‘그녀와 나’라는 단편소설집을 만드는 일에 삽화를 그리는 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한명이 쓴 글에 한명은 편집을 그리고 저는 삽화를 그리게 된 것이었는데요 책을 완성하고 보니 홍보하는데 작가의 목소리가 녹음된 오디오북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저도 해 본 적이 없는 작업을 친구한테 만들어 보라고 할 수 없어서 보여주고 제안을 하기 위해서 표본삼아 만들어 본 것입니다. 제가 만든 것을 들어보니 낯설고 조금 민망하기도 했습니다. 책을 넘기는 영상을 만들어 올린 것은 인터넷에서 본 다른 책 소개들에서 보여준 방식이 좋아보여서 따라해 본 것입니다. 생각보다 제작이 쉽고 보시는 분들도 재미있어 했습니다.

그림, 동영상 그리고 소리의 관계는 실험할 거리가 많아서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만들었던 애니메이션들에 소리를 입히지 못한 것을 아직까지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장차 계속 작업을 하다보면 깊이 공부하게 될 계기가 있을 겁니다. 정지된 이미지와 소리의 결합은 장차 만들게 될 새 판형의 오디오 북에 시도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던져주신 질문이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4. <꿈꾸는 아이들>은 작가님이 블로그에 계속 올리시는, 지하철 승객들을 스케치해서 모아놓는 작업과 ‘인물’, ‘관찰’이라는 면에서 닿아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에게 지나가는 사람들, 눈에 보이는 사람들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그러한 연결고리를 찾을 수도 있겠네요. 사람들의 모습에는 다 그 나름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그러한 이야기들을 생각나게 한 요소들이 무엇인지를 더 잘 알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그림에서 표현되지 않던 분위기가 옷을 그리고 나서야 표현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 이런 경우 내가 사람을 볼 때 적지 않게 옷에서 오는 느낌으로 사람을 보게 되는구나 하는 것을 느낍니다.

때로는 그러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있는 듯한 사람의 모습을 그림으로 옮겨보고 다른 이에게 보여주면 보는 이는 전혀 다른 부분을 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물론 때로는 비슷한 부분을 보기도 하고요. 이럴 때는 저마다 각기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구나 하고 느낍니다. 그런 같거나 다른 지점들을 조금씩 알아 가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 지하철에서 본 인물들 

5. 마지막으로, 어떤 작품을 그리고 싶으신가요?

과정이 즐거움을 주는 작업들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물론 즐거울 수만은 없고 늘 풀어야 하는 문제거리들, 어려움들이 있지만 작업을 계속 할 수 있는 계기들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이미지 출처_ 채유수 

채유수

주로 그림을 엮어서 책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꿈꾸는 아이들, 연소, 지하철을 만들었고 다음 책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러한 소규모 출판물들을 소개하는 실험적인 소개서를 만드는 작업도 얼마 전에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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