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콘서트<이야기 해주세요> "잘 들리게, 모두 들을 수 있게"

2013. 4. 10. 11:28Review

 

'위안부' 피해여성들을 위한 외침과 속삭임 

 그 두 번째 이야기, 콘서트<이야기 해주세요>  

"잘 들리게, 모두 들을 수 있게"  

 

글_나그네

 

 

'위안부' 피해여성들을 위한 외침과 속삭임 그 두 번째 이야기, '이야기 해주세요'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과 인생이 담긴 증언집 <들리나요>가 출간되면서 작년 4월에 이어 2013년 4월 5일, 두 번째 후원 공연이 열렸다.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송은지' 씨의 기획 아래 진행된 공연에는 할머니들을 지지하고 후원하고자 하는 아티스트들이 함께 했다. 공연장은 가득 채워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이 모여 노래를 통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뜻 깊은 자리였다.

 

(왼쪽 위부터 송브리즈, 전기흐른, 위댄스, 야마가타 트윅스터)

 

야마가타 트윅스터, "할머니 그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수많은 슬픔, 우리 여기서 함께 이야기해 보아요."

무거운 주제가 담긴 공연이었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어쿠스틱 기타와 바이올린, 아코디언의 조합으로 너무도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준 송브리즈와, 통통 튀면서도 심오한 일렉트로닉 밴드 전기흐른, 공연장을 한 순간에 댄스 파티장으로 바꾸어버린 개성 넘치는 위댄스와 환락의 금요일 밤의 홍대에서 이 곳을 찾아주어 고맙다는 야마가타 트윅스터까지. 아티스트들은 각자 그들의 음악을 혼신을 다해 연주를 함으로써 저마다의 지지를 음악으로 보여주었다.

 

 

"거대한 이야길 하려는 건 아니라도, 이야기 할 것이 너무 많고 울컥하는 것이 너무 많아서 곡을 쓰는 게 어렵다."

위와 같이 허전한 공연장을 사운드로 채워준 아티스트들도 있었지만, 통기타 혹은 건반 한 대를 가지고 공허한 공연장 안에 그들의 메세지가 메아리가 되어 울려퍼지게 한 이들도 있었다. 빅베이비 드라이버는 이번 '이야기해주세요' 음반에 참여를 하게 되어 곡작업을 하고 있는데, 가사를 쓰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이해를 하고 위로를 해주려 하지만, 그 노력은 할머니들의 고통을 덮어주기엔 너무 보잘 것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상한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기에, 음악 작업을 하면서 심적으로 많이 힘이 들었다."

로터스 프로젝트는 여성을 위한 세 곡을 들려주었다.

첫 번째 곡은 최고은 작가의 아사 사건을 위로하기 위한 '길고양이를 위한 애가'

두 번째 곡은 '너는 늦게 피는 꽃이다'의 송이를 생각하며 만든 '너는 꽃'

세 번째 곡은 할머니들의 증언집을 그대로 노래로 옮긴 '나와 우리의 이야기'

노래를 한곡 한곡 부를 때마다 객석은 눈물바다로 변하였다. 나 역시 첫 곡부터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차올라, 시작부터 이렇게 마음이 무거워지는데 끝날 즈음엔 어쩌나 하는 걱정까지 했다. 특히 할머니들이 그 때 그 일에 대해 죽을 때까지 이야기하지 않으려 했지만 너무 억울했기 때문에 증언집에 참여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세 번째 노래를 들었기 때문인지 노래가 더욱 차가웠고, 따뜻했다.

 

 

"(더욱, 잘 들리게) 이야기 해주세요."

중간에 공연을 기획한 송은지 씨가 나와 <들리나요> '의 몇 구절을 낭독해 주었다. 정말 일말의 가감 없이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그대로 담겨 있어 조금이나마 그 분들의 마음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다. 송은지 씨는 "이야기해주세요" 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가, 이것이 할머니들을 넘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했다. 현재까지도 곳곳에서 존재하는 이야기들. 이를테면 갈수록 늘어가는 성폭력 문제에 대한 피해자들과,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약자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일제시대 친일 잔재로 인해 나누어진 경제적, 사회적 지위까지. 옳지 않은 기준으로 인한 이분법적인 세상에서 상처 입으며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의 이야기들. 그것이 아무도 모르는 채로 박제화 되어 역사의 한 구석에 묻히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그러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세상에게 전하기 위해 공연장 상상마당과 출연 아티스트들, 또 몇몇 후원자들이 이번 공연을 도와주었다고 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이 가득 채워지지 않은 것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위안부 할머니들에 관한 인터넷 기사만 보아도 분노의 댓글을 다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상당수 존재하는데. 정작 이런 뜻 깊은 공연에는 그 마음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이 씁쓸했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또 이어질 "이야기해주세요" 공연의 기획에 있어서, 그 때는 좀 더 적극적인 홍보가 선행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공연뿐만 아니라 현재 두 번째 음반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더욱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일 수 있었으면, 그래서 우리 모두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씻어낼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작품명 '못다 핀 꽃 한송이', 출처 : 국민권익블로그, http://blog.daum.net/loveacrc/2660)

 

큰 배를 타고 먼 바달 건너, 출렁 출렁 파도가 이끄는 그 곳으로.

검고 어두운 밤 어깨에 닐 기대고, 끝없는 밤 네 손을 잡고 어둠을 견디네.

보이지 않았던 끝, 아침은 찾아오고 시작은 또 다른 어둠으로 날 이끄네.

온몸에 새긴 흔적 심장을 파고드네. 아무도 모르는 붉은 글씨 내 가슴을 달구네.

네 손을 잡고 네 어깰 안고 토닥토닥 긴 밤을 눈물을 훔치네.

큰 배를 타고 먼 바달 건너, 출렁출렁 파도가 이끄는 그 곳으로.

지현, '나와 소녀들과 할머니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