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밥 3월 레터] 재밌는 일은 꼭 사람들이 연결되는 것에서 시작하지요

 

 

재밌는 일은 꼭 사람들이 연결되는 것에서 시작하지요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로 여는 레터가 몇 편이나 있을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첫 문장이 무조건 매력적이어야 한다고 문예창작 교수님께 들어왔던 것 같은데, 이렇게 뻔하고 당연한 인사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안녕하세요,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에 새로이 함께 하게 된 김민수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참 오랜만의 레터입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일원으로 만나던 인디언밥에 발을 담그게 되면서 이렇게 인사하는 글을 쓰는 게 수줍습니다. 앞으로는 자주 만날 수 있을 거란 약속까지는 아니고, 그냥 그러면 좋겠다는 바람만 전해요. 

 

사진출처_<쏠티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뮤지컬 악보+대사집>

 

 

많은 사람들이 아픈 시절입니다. 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이들이 공포에 질려있는 시기라지요. 병보다 병든 자들을 미워하는 세상이 낯설도록 익숙합니다. 우리가 정말 무서워하는 게 무언지 자주 생각해요. 여러 공간이 문을 닫았고, 공연도 전시도 취소되고 있다 합니다. 힘든 시기 가운데를 그야말로 견디는 이들의 너털거리는 웃음소리를 듣습니다. 어서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저는 최근 작업실을 열었어요. 작은 방은 제 음악을 만드는 공간으로 두고, 큰 방에서 이런저런 모임을 만들 생각이었습니다. 입주하기도 전에 ‘재밌는 일은 꼭 사람들이 연결되는 것에서 시작하지요’라는 문장을 붙여둔 SNS계정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모든 계획을 잠시 뒤로 미루며, 언제까지 미룰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무엇도 약속할 수 없는 시절 속에 우리는 무얼 할 수 있을까요.

 

사진출처_girl in gale의 <pain au chocolat>앨범커버

 

 

인디언밥의 운영에 손을 얹게 되면서 ‘기록 받을 권리’에 대해 얘기 나눴어요. 작은 의무감이 심어지기도 했습니다. 더 많은 예술가와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어떤 눈으로는 보지 못할 것들을 읽어내고 싶어요. 좋은 글을 쓰고 싶어요. 그 글을 통해 많은 이들을 만나고 싶어요. 그 안에서 우린, 훌륭한 답은 아니라도 좋은 질문은 나눌 수 있겠지요. 병과 함께 공포나 혐오가 퍼지는 시기지만, 그런 글과 마음을 퍼나르고 싶어요.

 

약속도 아니고, 다짐도 못 될 욕심들을 늘어놓고는 제목을 적습니다. 재밌는 일은 꼭 사람들이 연결되는 것에서 시작하지요.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우리 자주 보아요.

 

2020년 3월 15일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위원

김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