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좌담] 찰나의 순간을 뒤로 한 채,《머리 없는 몸과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들》

 

 

찰나의 순간을 뒤로 한 채,《머리 없는 몸과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들좌담회

 

 

글 정리 : 김솔지, 남하나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완성한 전시는 짧은 기간 관객을 만나고 조용히 사라진다. 전시 기간 그 순간에 취해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버리고 남은 이후, 아무도 없는 텅 빈 전시장. 마지막 관객이 떠나고 날마다 오가던 공간이 다시 낯설어지는 순간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동료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고, 작업실에 박혀 작품에 매진했던 시간이 흘러 작품이 남았다. 전시는 아카이브라는 이름으로 몇 장의 사진과 영상, 리뷰로 남는다. 재현할 수 없는 순간을 만끽했던 전시를 다시 되돌아본다.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전시를 어떻게 남겨야 할까, 서로는 작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다하지 못한 말들은 무엇일까. 여러 궁금증을 가지고 좌담회를 시작한다.

 

*본 좌담회는 정부지침에 따른 ‘5인 이상 집합금지' 방침을 준수하여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모더레이터 : 김솔지

기획자 : 강정아 

참여작가 : 남하나, 문규철, 안민환, 정혜진, 조말

 《머리 없는 몸과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들》 아카이브존 디테일_출처 히스테리안

 

역사, 신화, 여성, 신체, 그리고 전시 

 

“이 이야기는 땅을 여성으로 상징하는 고대의 ‘어머니' 신화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사는 땅을 무참히 살해한 지모신의 몸을 빗대어 보기로 한 시작의 언저리를 더듬어가면서 최초의 살해된 지모신의 옛 흔적들을 찾아가기로 한다. 이 흔적은 세계 곳곳에서 설화나 민담으로 전해져 내려온다. 우리가 신화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지모신의 모태가 세계의 근원이고 지모신의 찢긴 몸이 세계의 재료가 된다는 사실이다.” - 전시 서문 일부 발췌 

 

솔지 : 전시는 ‘신화’에서 시작하는데, 전시 전반의 연결고리가 궁금하다.

정아 : 지모신을 가져온 것은 인간중심적, 기능적인 것, 자연 파괴적인 것, 현시대의 환경까지 담아내고 싶어 맥락들을 가져왔다. 신화가 맥락을 아우르는 주요한 것으로 읽히고 싶었다. 우리가 파괴하는 것, 아브젝트(비체)처럼 인간과 비인간, 동물과 동물이 아닌 것을 구분 짓지 않는 것, 그만 멈춤을 알리고 싶었다. 전 지구적인 역사, 사회, 환경 등을 가져가고 싶었는데 그렇게 된다면 캠페인으로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솔지 : 전시의 시작점으로 특정 신화를 둔 의도가 인간 중심에서 조금 더 벗어나서 원초적인 상태를 생각해 보자는 것으로, 긍정적인 의미네요. 훼손되지 않은 자연과 신화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가?

정아 : 구지가도 풍요를 기원하며 인간과 인간의 관계, 자연과 인간의 맞닿음이 있었는데 현재는 그것들이 절단되어 있고, 이런 부분을 오늘날 다시 환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모신과 구지가를 가지고 온 것이다. 

솔지 : 전시의 마지막에 기획 의도를 제시해 주는 것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그러면서 지모신 얘기가 나오는데 왜 마고할멈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단군신화 등의 동양신화는 드러나지 않고 서양신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인트로 영상에서부터 느껴지듯 굉장히 복잡한 구도가 보였다. 전시를 통해서 기획자가 여러 신화들(myths)을 가지고 얘기하고 싶은건지, 아니면 신화 일반 혹은 신화학(mythology)과 같은 넓은 의미를 얘기하고 싶었던 것인지 등, 전시 구성이 다차원적인 면이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기획 의도가 궁금했다. 

정아 : 그래서 리서치북을 만들어 기록했다. 머리를 자른다는 것은 풍요를 어떻게 기원하는지, 머리가 어떻게 잘려져서 신에게 구원받냐, 마녀로 전락하는냐 등의 맥락이있다. 그리고 중국이나 인도의 지모신과 전 동시대의 지모신 사이의 풍요, 생명의 잉태와 연결되는 것으로 정리가 되어있었다. 전시 전반으로 연결되는 매체로 집중하기보다 하나의 전시 서사로 인용하려고 했다.

혜진: 아카이빙 영상이 시작점이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전부가 되어있더라. 처음부터 시작했으면 어쩌면 작업방향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 생각한다. 우리 각자가 생각하는 바가 달랐다. 신화를 가지고 오면서 신화에서의 시발점을 현실적인 상황과 맞물려 신화가 실패한 하는 것으로 봐야하는 것인가? 아니면 신화가 잘못되었다든지 신화에 오류가 있다든지 하는 얘기인가? 라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정아와 같이 아카이빙 영상 제작을 하면서 알게되었다. 전시에서 가장 크게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여전히 지속되는  역사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솔지 : 어딘가에는 답이 있을 건데 전시에서 드러내고 정리해 떠먹여준 전시는 아닌 것 같다. 기획자가 앞서서 달려나가되 굳이 마무리를 짓지 않겠다, 하나로 모으지 않겠다고 할 수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현재의 역사도 여전하다는 것을,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을 공유해보고 싶은 것으로 읽힌다. 마지막으로 지모신을 말한 뉘앙스가 태초의 자연을 여성으로 보는 시각, 여성이 창조한 세계, 대지의 여신으로서 어머니를 자연으로 상징화하는 등 자연을 여성화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기획에 이러한 맥락도 담겨있는지 궁금하다. ‘지모신’을 등장시키면 관객에게는 자연을 여성화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관점도 있을 수 있어서 전시의 맥을 잡고자 하는 데 계속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시가 말하는 ‘역사를 비틀고 있다’라는 의도는 알겠으나 지모신을 굳이 언급하고 있는 이유, 왜 출발점으로 세우고자 했는지 궁금하다. 

정아 : 단편적으로는 그 의미가 맞는데 남성과 여성의 문제보다는 생산과 비생산, 효과적인 것과 효과적인 않은 것의 싸움으로 본다. 지모신이라는 게 여성이 아니라 효과적이지도 않고 자본으로 보는 시각으로도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 터부시되는 것들에 대한 지점이 있다는 것으로 말하고 싶었다. 단편적으로 메두사, 헤라 등 신화 속 여성 존재에 대한 터부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요소였겠지만 전시를 보다 더 열린 구조로 설정하고 싶었다. 이를 기반으로한 신화적 내용들은 함께 준비한 ‘책'에 맥락이 더 드러난다.

 

 《머리 없는 몸과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들》 인트로 영상_출처 히스테리안

 

기획과 작품 사이의 연결고리: 작가들은 어떻게 연결감을 가져갔는가?

 

문규철  <구지가 2021>

규철 : 사운드의 경우 강정아 기획자가 앞서 사운드를 발이 없는 매체, 미래의 언어라고 해석하는 부분에서 흥미를 느꼈다. 구지가를 보면서 가사는 있는데 노래가 없는 것을 어떤 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했다. 기획자는 처음 만났을 때 공간을 연결하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해서 각자가 상상하는 공간에서 사운드가 존재하고 그것이 실제로 물질의 형태로서가 아닌 미디어로서 작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그런 컨셉과 노동요의 콘셉트를 전달받았을 때 요즘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빠르거나 반복적인 것이 대부분인데 주변의 모든 것들이 빠르게 흘러가니까 나중에 의미를 가지는 노동요의 개념은 천천히 흘러가는 것들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봤다. 전시의 절단의 콘셉트와도 연결되었다. 개인적으로 사실 목소리가 나오는데 노래를 부르는 친구들을 부탁해서 여자 목소리 상상해봤는데 젠더를 떠나서, 제가 노래를 불러보고 싶었다. 그런 것들이 사운드의 개념과 공간성, 전시의 콘셉트와 이어주는 맥락과 연결되도록 생각했다.

 

<구지가 2021> channel sound_2021 _ 출처 : 히스테리안

 

안민환  <무엇도 아니지만 무엇도 가능한 덩어리>

민환 : 항상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장르로 풀어보는 작업을 해왔다. 또 요새 고민하는 것은 나의 시작점은 무엇인가이다. 기존에는 형식적으로 어머니를 거슬러 올라가 거기서부터 진화를 상상하며 유추하는 것을 그렸다. 상상할 수 있는 단어들을 가지고 조각적 시도를 예전에 했었는데, 이전 작업인 조각에서는 팔, 다리와 같은 신체구조를 생략하고 본질에 가까운 생식과 번식에 대해서만 풀었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존재로 생명력을 가진 움직일 수 있는 덩어리를 만들고 싶었다. 즉, ‘최초, 태초’의 단어로 출발해서 덩어리들이 나왔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태어났기에 존재하는 지, 죽음이 있기에 존재하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부터 나의 존재 위치에 대해 고민하면서 작업했는데 덩어리에 이끼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지점 등 직관적이고 동시에 느껴질 수 있는 소재로 시도해봤다. 

솔지: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료를 사용해서 작품을 제작했다고 들었다. 더불어 덩어리들 사이사이에 늘어진 고무와 같은 형태와 피부 같은 덩어리가 군데군데 같이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 설명해 주시면 좋겠다. 

민환 : 주변에 나뭇가지들과 덩어리를 받치고 있는 와이목 같은 경우는 옛날부터 수집을 했었다. 벌목 작업하면서 그때 처음으로 느꼈던 것 같다. 언제 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작업하면서 생각하고 있던 인간의 잔인함과 동시에 나무의 생명력이 사이에서 나무가  절단된 모습이 토르소와 비슷하게 보였다. 이번에 와이목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점점 구체화 되면서 처음으로 발표했다. 기존에는 와이목에 조각상 덧붙이거나 모델링을 한 인위적인 행동을 했다면 이번에는 나무목 그 자체만으로 시작해보고 싶었다. 흙이나 라텍스를 사용했는데 2015년 첫 개인전부터 보여줬던 재료들이다. 내구성이 약한 것을 선호한다. 언제든지 삭아서 소멸할 수 있는 것들로 인간도 언제든지 영원할 수 없음을 나타내고자 사용하고 있다. 라텍스의 경우는 덩어리가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를 주려고 생각했다. 제 작업의 방향에서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은 인간의 무의식에서 나오는 3대 에너지 죽음, 폭력, 성에너지이다. 이것은 모든 생명들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늘어진 라텍스가 가진 긴장감 그 안에서 지금도 에너지가 움직이고 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

 

<무엇도 아니지만 무엇도 가능한 덩어리> 흙, 라텍스, 우레탄폼, 아크릴, 이끼, 나무_가변설치_2021

 

조말  <하얀 광기>

 

조말 : 이번 작품은 절두산을 발견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첫 번째로 도심 한 가운데 역사 속에 잠든 이야기가 쌓여 그 위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면, 절두산의 이야기와 저 스스로 가지고 있는 믿음에 관한 의문도 있다보니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과연 믿음, 신념이란게 뭘까?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목이 잘리면서까지 희생을 했어야만 했나 종교적인 이유로 말이다. 초반에는 처음 관심을 가진 부분에서 시작을 하면 되는데 너무 근본적으로 돌아갔다. 믿음, 신념, 기독교는 무엇인지 등 어마어마한 담론 안에 묻히는 상황이었다. 마치 바닷물 속에서 숨도 못쉬는 상태처럼  몇달을 지냈다. 주제가 어렵게 다가왔다. 그것을 끊어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작품 구현에 있어서 기존 작업에서는 작품의 의도를 숨기고자 했었다. 이번에는 다른 구상과 아이디어가 있음에도 오히려 과감하게 내질러보는 시도를 해봤다. 

가장 크게는 누가 봐도 단두대인 형상을 만들어봤다. 과거의 자료를 찾아보면서 직접적으로 목이 잘려나간 그 모습을 상상했다. 

솔지 : 개인의 믿음과 관련해서 절두산이라는 곳에 있던 많은 희생 위에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느낄 수 있게 잘 표현을 해주셨는데요. 그런데 궁금한 부분은 칼날을 신문과 낱장의 신문들 사이의 투명한 여백으로 제작하셨다는 점이에요. 한 개인의 기독교적 믿음, 개인의 역설적인 희생 차원과 다른 맥락과 연결되는 것 같은데, 이와 관련하여 이야기해주면 좋겠어요.

조말 : 칼날은 종교적인 이유에서 순교를 했지만 현재에도 언어가 다른 형태와 매체로 인해 희생을 당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과 연결을 지어봤다. 지금까지도 순교라는 것이 이어져오고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신문지, 종이를 쌓아올리며 역사성, 시간성을 표현했다면 중간중간에 투명 아크릴은  보이지 않는,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분명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빈칸(투명한 공간)으로 남겨놨다. 

 

<하얀 광기> mixed media_133x233cm_2021

 

남하나 <아브젝트 만찬>, <매혹적인 구멍>, <몸으로부터 시리즈>

 

하나 : 2019년에 리서치클럽에서 호스트가 되면서 예술 파트에서 아브젝트를 진행하는 시간이 있었다. 기존의 아브젝트 작업을 했던 작가들에서 출발했지만 제 작업의 기반인 ‘개인의 불안’을 연결 짓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다. 특히 회화에서 기존 작가들과 다르게 풀어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가 앞으로 하고자 하는 작업의 맥락과 어떻게 연결하면 좋을지 등 생각이 많았다. 또한 기획에 있어 2층에 신화적이거나 역사성에 기반한다면 3층 여성신체가 드러나야되는 지점과 조말 작가의 단두대와 연결되면 알 수 없는 얼굴의 머리들이 우글우글 거리는 것을 식탁 위라는 공간으로 가져오는데 초점을 많이 맞추려고 노력했다. 3층 처음 입구로 들어오는 관객들에게 캔버스의 크기로 압도감을 주는 것, 아브젝트라 명명되는 표현 그 자체인 생리혈, 오물, 정액, 음식 등을 보여주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 그래서 더욱이 식탁 위를 연상할 수 있는 오브제들이 있고 주변부에는 기획에서 말하는 신화, 역사적인 이야기가 있으면서 식탁 위의 스토리를 만들고자 했다. 

아브젝트를 여성의 신체, 생성되기 위해 존재해야하는 물질들이 터부시되는 존재가 아닌 에너지로 운동성있는 자원으로 나타나면 좋겠다는 의미를 작품에 강하게 투여했다. 그리고 가장 크게는 작품을 만들면서 관객들에게 작품을 통해 질문을 던져주고 싶었다. 식탁 그리고 잘 차려진 만찬의 콘셉트에서 배설한 것을 다시 먹는 행위는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 터부시 된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될 관객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아브젝트 만찬>에 이어서 <매혹적인 구멍>, <몸으로부터>는 만찬을 만들기 이전의 재료들이다. 그래서 더더욱이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살리기, 새로운 표현법을 고민하면서 만든 작품이다. 오히려 소작의 작품들이 더 애착이 간다. 작품을 통해서 이야기를 있되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 만들어야 하는지 스스로가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을 해서 처음에는 상당히 두려움과 주눅든 부분도 있었다. 아브젝트가 이미지로 특히나 회화로 갔을 때 어때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많이 들었다. 주변의 피드백에서는 아름답다, 귀엽다는 의견도 나왔다.

솔지 : 2층에서 3층의 제목을 보고 올라가는데 <아브젝트 만찬>은 ‘민중미술’의 군상과 굉장히 비슷하면서도 달라서 형태적 유사성과 내용상의 차이를 대비하면서 보게되었다. 아브젝트는 간혹 질감이나 냄새 등에서 역겨운 느낌이 들거나 그로테스크하게 엉킨 무언가를 상상하게 만드는 것으로 떠올려지는데, 하나님의 회화에서는 말끔하게 표현되니 그게 낯설어 오히려 민중미술에서 표현된 군상의 형태와 비교하게 된 듯하다. 작품을 봤을 때 말하고자하는 내용을 진짜 감각적으로 느끼게 하기 보다는 이야기로 전하는 회화라고 느껴졌다. 시각적으로 묘사하는데 치중하지 않고, 말씀하셨듯이 우리 식탁에 올라온 아브젝트가 순환하는 자원으로 보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혜진 : 오히려 제목에서 아브젝트를 넣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아브젝트하면 사람들이 워낙에 기대하는 바가 뚜렷하게 있다. 그래서 제목에 가려져서 작품이 자체가 가진 것을 느끼지 못한건 아닐까라고 생각해봤다. 

솔지 : 제목이 너무 미리 던져버린 게 강해서 자꾸 그것에 맞춰서 작품을 보려고 하는게 있다보니 아쉽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아브젝트를 생각하면 내가 느껴야 하고 그 의도를 따라가야 할 거 같은데, 오히려 이 마저도 깨는 작업이고 관객에게 질문을 던져줘서 거리감을 두는 것 같다.

 

<아브젝트 만찬> acrylic on canvas_ 260x194cm_2021

 

정혜진  <동굴-환영-목소리>

 

혜진 : 리서치 과정에서 문학, 철학, 예술(젠더, 바이오아트, 아브젝트) 파트 중 저희가 파트를 나누었고, 저는 바이오아트를 맡았다. 리서치클럽을 진행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신체에서 벗어나서 상상할 수 있는 지점들을 리서치했다. 정상신체와 비정상신체를 나누는 것을 넘어 신체를 조금 더 기능적으로 보고, 어떤 정상화되어 있지 않는 틀에 맞추지 않는 것을 연습해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라고 했을 때 저의 모든 기준을 갖춘 부류로 트랜스젠더 성노동자를 생각했다. 우리가 가진 기존의 이미지가 떠올려짐에도 그들이 직업에 맞는 신체를 선택하고 그 기능을 선택했다는 지점에서 떠올린 것이다. 그들과의 접촉 장면이 있다. 글에서 나온 것처럼 제가 필리핀에 1년 정도 체류를 한 적이 있는데 저녁에 밖을 나가지 못했다. 밖을 쳐다봤을 때, 가로등 아래에서 무리지어 서 있는 모습, 어둠 속 불 하나 켜져있는 방에서 제가 그들을 쳐다보고 있는데 그들과 눈이 마주치는 그 장면에서부터 시작했다. 소수화되어 있는 정상이라는 틀안에 들어가지 못한 존재를 바라볼 때 우리의 시선이 어떨지 생각해보고 싶었다. 그들을 동굴 안에 동물화된 부류로 상상하고 이미지화했다. 그들의 시선 안에서는 건물 안에 갇힌 것이 동굴에 갇힌 인간으로 볼일 수 있도록 대치되는 상황을 그렸다. 그래서 전시장 안에서 만들어보고 싶었다. 공간을 동굴 안으로 만들기도 하고 그 공간이 동굴처럼 보여지게 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저는 대놓고 이들을 성노동자야, 트랜스젠더라고 대상화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그 부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을 항상 갖게 하고 싶었고, 이것이 제가 작업할 때 갖는 태도이다. 대상화를 하다보면 거리를 두게 되지 않나. 이렇게 그들의 이야기, 안타까운 이야기로 보지 않게 하고 조금 더 추상성을 부여하여 네러티브로만 존재했을때 그것이 나의 이야기로 흡수 될 수 있게 하는 지점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작업은 추상적으로 만들었다.

 

<동굴-환영-목소리> single channel video installation, 8min_2021

 

프리뷰 전시와 본 전시 사이 

솔지 : 전시의 마지막 코너에는 히스테리안의 4번째 책 십할년 이 비치돼 있고, 책의 내용이 담긴 발췌된 글이 전시되어 있었다. 프리뷰 전시에 있던  좌대와 조각들이 아카이브존에 같이 놓여 있었다. 전시의 구성과 관련해 고민했던 지점들을 설명해주시면 좋겠다. 

정아 : 히스테리안은 2018년 리서치클럽에서 시작하면서 여성에게 부여된 비틀년을 해체하고 이에 대한 책을 읽고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하나의 장이었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글과 책을 통해 관객에게 선보였고 이번 전시는 그 긴 여정의 마지막 시즌이다. 이 긴 달리기의 바톤자의 역할로 히스테리안의 만든 이야기를 잘 소개하고 싶었다. 

저자에 주눅들지 말고 글을 계속 쓰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했으나 전반적으로 전시의 텍스트가 많았기에 책을 전면에 진열하지 않고,  더 뒤로 빼는 것도 있었다. 프리뷰의 조각도 전시장이 2층에 있는데, 불편한 신체를 가진분들은 2층에 못오지않나. 우리가 젠더, 퀴어, 기후위기 등을 말만하고 이미지로서 소진되는 것만이 아닌 전시를 만들고 1층 공간에 전시를 볼 수 있는 전시를 생각했고 그래서 전시장을 2개로 찢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오프라인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온라인으로 매체를 볼 수 있는 것을 고민하자. 전시장 찾아보겠다는 가장 처음의 목적이었다. 마침 동네에 초등학교 앞에 1층에 5평 정도의 갤러리를 발견했다. 사람들도 많이 오가고 아이들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전시를 준비했다. 

안민환 작가와 함께 진입로에 휠체어가 갈 수 있는 턱을 만들려고 했으나 실제로는 안됐다. 첫번째 목적이 깨지게 됐다. 목적이 있으면 맞춰야하는데 그러다가 한 달이 지나니 고민이 됐다. 내가 진짜하고 하고자 하는 전시의 목적이 불편한 신체를 가진 사람들이 전시를 보는 것이 목적인가. 불편하면 왜 불편한지 물어보는 전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는 전시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전시의 맥락을 연결할 수 있을까 하다가 ‘시도 그 자체, 행위하는 그 자체’에 집중을 하기로 정리되니 그러면 전시장에 사운드가 필요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위성을 모든 것을 연결하는 제일 큰 에너지, 목적이 잡혔다. ‘우리가 지금 움직이는 이유, 발화하는 것’으로 말이다. 프리뷰가 작품이 되기 전에 하나의 영감받은 조각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연결되는,  덩어리체 놓여있는, 누가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시도이자 끝, ‘우리는 전시가 끝나도 계속 시도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프리뷰가 프리뷰가 아니다. 

‘하나의 작품으로 세계를 구원할 수 없다’라는 명제를 시문으로 전시를 열었다. 원래는 설정된 전시 종료 이후에 정리했어야 하는데, 다시 아카이브 방에 갖다놓아서 시도를... 작가들도 이해못할 것이다. 나 혼자 아는 맥락에 대해서 할 말이 없다. 가져다 놓음으로써 계속되는 것이 저한테는 시도이다. 질문을 주셨으나 작가들에게는 전달이 잘 되지 않았던 부분이라 고민이 많았다. 저한테는 고민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전시다. 

솔지 : 본인이 상상됐던 요소들이 아직 구체화되기 이전의 모습으로 한 눈에 담겨있어서 그런 생각을 하셨나요?

정아 : 시도하는 것 자체가 제일 중요한게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전시가 끝나면 허무하고 이걸 왜하나 싶은 마음이 드는데 이번에 철수를 하고 나서도 아직 그 형태가 계속 생각난다. 이번에 설득 못한 체 강행했다. 

솔지 : 어떻게 보면 프리뷰를 ‘시도’라는 측면에서 볼 때, 반복되는 시작, 끝나지 않는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서문에서 미리보기는 시간적 함정을 제안하는 것도 있지않나. 프리뷰의 전과 후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시문에서도 쓰여 있지만 여기에 자의적이고 복잡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 같아요. 팸플릿에 실린 글에서 아닌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부정적인 규정을 하면서 프리뷰를 설명하고 있는데, 관람객으로서 기획자의 의도를 따른다면 정말로 어떤 방식으로 봐야하는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아 : 기획에서 신화를 가지고 왔는데 그대로 재현한다면 똑같아지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다시 신화에 함몰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원시신화로 가자, 모계사회로 가자는 것도 아니었다. 비역사를 들춰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서의 시도였다. 시문에서 언급한 ‘시간적 함정’이라는 것, 계속 구멍내는 존재가 필요했다. 그런 의미로서 저한테 프리뷰가 있어야 완성이 되는 이야기였다. 전시를 만들기 위한 행동들은 저한테는 똑같이 답습하는 하나의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기에 프리뷰가 중간을 끊어주는 역할로 필요했다.

 

 《머리 없는 몸과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들》 아카이브존 전경 _ 출처 : 히스테리안

 

기획자의 역할은 어디까지

 

민환 : 이번 전시에 참여하면서 기획자의 역할을 어디까지인지 궁금하다.

정아 : 이 전시 끝나고 다른 기획자와 얘기해봤다. 기획전인데 다들 단체전이라고 이야기한다. 기획자와 예술가들의 언어도 달랐다. 

기획자의 역할이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궁금하다. 

혜진 : 이전에 콜렉티브 그룹으로 작업을 했기 때문에 몸에 익숙해진 것도 있겠다.

정아 : 콜렉티브 작업에서 협업에 대한 부분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넓은 맥락으로 아우르는 방법론에 고민이 많았고 이번 전시에서는 기획자가 어떤 메세지를 가지고 전시를 이끌고, 작가와 어떻게 협의해 나가는지가 중요했다. 

솔지 : 기획자와 작품하는 작가의 묘미이다. 

정아 : 기획자가 어디까지를 해야할지 고민된다. 다른 작업도 기획을 코디네이터 취급을 많이한다. 코디네이터, 매개자의 역할도 많이 하는데 어디까지 어떻게 결정해서 실행할지가 숙제라고 생각한다. 

솔지 : 정의한다고 정해지지 않는다. 대략적으로 내 선을 정할 수 있지만 어떤 전시를 누구와 어떻게 하는것이냐에 따라 다르다. 그 기획의 틀을 만들고 중간에 조율시켜하는 사람으로서 기획자가 있고, 작가적인 성향도 있는 기획자, 전시 전반을 주제를 던져주는 기획자도 있겠다. 다만 기획자도 하나의 프로젝트를 함께 만드는 사람이기에, 틀을 던지는 역할을 하더라도, 기획자가 모든 것을 다 정해놓고 아는 것처럼 여기는 점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아 : 이번에 고민하고 있던 ‘다른 것과 매개와 협력이 가능한 것’, ‘코디가 가능한 것’도 실행해봤다. 이번에 ‘아르코 기획전시 지원’을 받으면서 고민이 됐다. 작가페이를 기재하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스스로 이번 지원에서 처음으로 기획 사례비를 정하고 받았다. 그래서 국가에서는 어떻게 기획자를 보고 있나, 어떤 성과에 어떤 맥락으로 기획자를 조망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이 든다. 현재 버전의 기획자는 어떤 목소리와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이 부분이 작가에게 독이 된건 아닌가 하는 고민과 함께 기획에서 많은 부분을 제안했던 부분에 대해서 괜찮았는지 조심스럽다. 이번 전시는 기획에서부터 작품까지 의도대로 선점한 것이 많았던 것은 아니었는지 고민이 남는다. 

솔지 : 기획전의 양상도 다양할 수 있는데, 이번 전시는 기획의 색깔이 강하고 독특해서 전시가 다소 어렵지만 재미있게 느껴졌다. 기획자가 선점하려 했다는 표현을 쓰며 고민을 많이 하시는데, 이번 전시의 경우처럼 전시의 뼈대와 구성을 맡은 기획자로서 저는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이번 전시의 경험들이 각자에게 잘 담겨서 작가와 기획자의 향후 작업에 한 장의 신문처럼, 또 하나의 겹이 되기를 바란다.  



참여작가, 기획자, 관객이나 연구자인 6명이 만나 지난 전시를 되돌아보면서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시의 처음과 전시가 종료된 이후 감각들이 조금씩을 달라졌을 것이다. 각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거나 알지 못했던 작품의 이야기, 전시를 구성하면서 각자가 발현하고자 했던 요소들을 파악할 수 있는 자리였다. 전시장에서 관객들은 어떻게 협력했는지, 전시를 구성하면서 중심을 둔 것은 무엇인지 등 질문들이 많았다. 오늘 이 자리를 통해서 전시팀은 서로에게 솔직하게, 관객들에게 유효한 정보를 제공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마지막으로 기획자의 역할도 살펴보았다. 다변화되고 있는 기획의 영역에서 정답은 없지만 자기만의 길을 가려고 하는 기획자의 솔직한 자기 고민으로 글을 마무리 한다.

《머리 없는 몸과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들》 

프리뷰 전시(신화) : 1/10-1/17 SO.ONE Gallery

전시 : 1/12-1/24 N/A Gallery

기획 : 강정아

작가 : 남하나, 문규철, 안민환, 정혜진, 조말

협력 : 강병우, 김은희, 김민주

디자인 : 파이카

사진 : 허재혁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 출판진흥원 

상세내용 : https://www.hysterianpubl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