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2010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④ <극단 화>의 '나비효과24'


2010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네 번째 이야기: <나비효과 24> 극단 화 / 이자순 연출




나비효과 24


내가 가는 길은 어디인가?




 

 아데모모
 





시계, 

지하철, 

신문, 공원,

자살, 노숙, 88만원,

시급 3295원, 나영이 사건, PC방, 원조교제, 살인--- 이상, “나비효과24” 중에서



 “꽃들에게 희망을” 이라는 그림책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쉘 실버스타인이 그린 그림책이다. 아주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애벌레들이 꾸물꾸물 위를 향해 가는 그림이었다. 어디를 향해가는 지 모르면서 그저 바로 앞의 그것이 가는 길을 따라 가는 벌레들.  지하철을 타고 역사 밖으로 나오는 계단을 오르거나 반대로 승강장을 향해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꾸물꾸물 내려갈 때, 난 그 그림을 떠올린다.


  무대 위에는 커다란 시계가 있었다. 살바도르 달리의 흘러내리는 시계가 연상되는 철 구조물이지만 흐물흐물해진 듯 구부러진 시계의 프레임과 시침과 분침이 있었다. 장면이 바뀔 때 어떤 늙은 아저씨가 나와서 시간을 바꾸곤 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열 명도 넘는 배우들이 나와서 어딘가로 향해 갔다. 마지막 장면에서 두 명의 남자는 반대편 벽을 향해 질주하다가 그 벽을 1m 정도 뛰어 올랐갔다가 떨어졌다. 방향성은 있었지만, 전체적인 사람들의 움직임 때문에 아주 산만하고 일정한 방향이 없는 사람들처럼 무리져 보였다.

  “나비효과 24!!!”


   한 여자가 지하철에 뛰어들어 자살하려고 하는 것을 구해준 한 남자는 결국 지하철 직원과 친구가 되고, 그 여자는 어린 시절 폭행당한 기억 때문에 노숙자를 죽인다. 개는 죽은 노숙자를 발견하고 시체를 치우는 노인을 따라 나간다. 신문에서 오려낸 기사들을 모아 만든 것 처럼, 이야기는 파편적으로 우리 시대의 삶을 모습을 재현한다. 그것은 분명 위트가 있는 만평들이었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내 앞 1m까지는 오지만, 결국 내 코끝으로 들어와 정신을 찌르지는 못하고 사라져버렸다. 웃어야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지만, 웃음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어찌보면 슬프고 찡한 부분이었지만, 내 눈물샘까지 다가오지 않았다.




  무대, 조명, 음향, 심지어 연기 아주 깔끔하고 단정했지만, 88만원 세대니, 최저시급에 대한 언급이 들릴 때마다 승화되지 못하고 여과되지 못한 이야기들이 조각조각 나열되는 느낌이었다. 뭔가 사회를 강하게 비평하는 듯 하지만, 결국 그 안에서 어쩌지 못하는 사람들의 초상화를 걸어놓았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이 든다. 연극이 즉 하룻밤의 공연이 관객 한 사람만의 인생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이다라고. 물론 그렇다, 연극이 꼭 인생의 난제에 대해 해답을 주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나역시 어려운 문제를 건드려 놓았기 때문에 이 작품 살짝 불편했다.


  미래야 솟아라... 미래가 솟으려면 어떤 이야길 어떻게 풀어야 하는 것일까?  왠지 미래가 솟아나기 보다는 아주 가까운 과거가 꺼져가는 형상이 보였다. 우리 모두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그곳이 낭떠러지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강한 문제제기? 그것이 목적이었다면 그러기엔 부드러웠고, 슬픈 현실에 대한 인식? 그러기엔 정서가 잘 다가오지 않았다. 현실의 문제를 푼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공연은 즐겨야 하는 건데, 공연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극단 화 <나비효과 24>

     : 김수미
  : 이자순
  : 정현기,주호수, 최정은, 신동력, 박상협, 송수진, 한승우, 박민환, 정희정신선희,
          
하현숙,김수미,이지아, 
감성교육개발원 EDI 강사들

<작품 소개>
타인이라는 이름으로 언제나 나를 스치는 네가 있다!
요즘의 경악할만한 사건들에서 사람 간의 관계 맺기가 부재된 현상을 쉽게 발견한다. 도시의 빠른 속도에, 점점 고립되고 침묵하면서 타인과의 관계에 미숙해지는 현대인. 직접적인 관계보다는 휴대폰, 컴퓨터를 통한 간접적인 관계가 더 편해진다. 이런 삶의 반복과 축적이 오늘의 사회 사건들로 폭발되거나, 딱딱한 무관심을 만들어내는 건 아닐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인디언밥에서는 <2010 서울 연극제> ‘미래야 솟아라’(5월 17일부터 22일까지 매일 한 편씩 공연,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 참가한 총 6편의 작품 리뷰를 릴레이로 연재합니다.

‘미래야 솟아라’는 “실험, 대안, 미래적인 연극 언어”를 모색하고 “한국연극의 미래를 가늠”한다는 취지로 올해 처음 신설되었습니다. 인디언밥은 “미래 연극 개발 프로젝트”를 표방하고 있는 ‘미래야 솟아라’에 선정된 작품들을 통해 연극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기회를 나누고자 합니다.

6편의 리뷰 후에는 이번 기획에 참여한 3명의 필자들과 함께 나눈 뒷담화 수다가 공개됩니다. 리뷰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작품에 대한 뒷얘기를 비롯해 '미래야 솟아라' 기획에 대한 소감, 수상 결과에 대한 수다들이 담길 예정입니다.



■ 인디언밥의 <2010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작품 리뷰 연재 순서

순서

단체명

작품명

공연날짜

수상

필자

1

씨어터제로

홀맨(Hall man)

5.17(월)

정진삼

2

무브먼트 당당

떠나는 사람들

5.18(화)

작품상

정진삼

3

극단 인

잃어버린 시간들

5.19(수)

연기상
(김송이)

조원석

4

극단

나비효과 24

5.20(목)

연출상
(이자순)

아데모모

5

극단 원형무대

세 마녀 이야기

5.21(금)

아데모모

6

라나앤레오

하이! 스마트월드

5.22(토)

조원석

 


 

필자소개

아데모모

현실과 상상 사이의 경계선에 한 발씩 걸쳐놓고 피터팬 콤플렉스를 느끼며 연극하고 살아가는 연출가, 언제나 있으면 떠나고 싶고 떠나면 돌아오고 싶어하는 청개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