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창무국제무용제:아시아컨템포러리댄스II> "창작자여, 네 멋대로 해라!"

2010. 6. 29. 12:00Review


제16회 창무국제무용제
아시아컨템포러리댄스II





네 멋대로 해라!





글| 김정현




김재덕프로젝트_다크니스품바



 

사실을 먼저 전달하자면,

의정부에서 제 16회 창무국제무용제가 열렸다.
이 페스티벌은 6월 13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었다. 나는 19일, 무용제 프로그램 섹션 중 하나인 <아시아컨템포러리댄스II>를 보러 갔다. 혼자. 아래는 그 날 본 공연 네 편. 순서대로다.

 


한국          강미리 할 무용단<유초신>

인도네시아  난 좀방 댄스 컴퍼니 <공존>

일본          베이비-큐 <E/G-자아의 좌표>

한국          김재덕 프로젝트 <다크니스 품바>




공연을 전달하기 전에 이 지면을 빌어 아니 이 화면을 빌어
사적인 궁시렁 좀 허겄습니다! 
위의 네 개의 공연을 보고 나서 많은 생각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와서 말이죠.

혹시 공연리뷰가 당장 궁금하신 분은 스크롤을 주욱 내려서 글의 뒷부분을 보셔요. 
굉장히 사적인 리뷰가! 그것도 한 공연에 대해서만! 있을 거예요!

불친절해서 죄송합니다! 
요즘 밀고 있는 모드,
불친절한 정현씨, 랍니다!



궁시렁 시작합니다.

(반말로 전환!)



는 무용을 한다.

그래서 이번 창무국제무용제의 공연리뷰를 쓰게 되었다.

무용은 보통사람들한테는 너무 어렵고 심오하다는 강한 고정관념 속에서
그래도 무용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좀 더 무용공연에 대한 이해력이 높을 것이라는
공통의 착각 속에
공연보고 평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솔직히 나,
좀처럼 무용공연을 찾아다니면서 보지 않는다.

요새는 더더욱.


아주 가끔은 무용하는 친구들의 창작과정을 지켜보거나
그들의 고민을 잘 아는 경우,
  ‘친구여, 내가 여 왔으니 힘내시게’라는 격려차원으로,  
한편으로는 고통스런 창작의 과정이 극장 위의 결과물로 어떻게 나왔을까하는
호기심 차원으로 극장으로 발걸음 한다.


예전에, 그러니까 몸과 움직임의 신비함과 위대함과 설렘 등등으로
가슴이 콩닥콩닥 뛰던 때.

서울에서 하는 춤 공연이란 춤 공연은 모두 찾아다니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러니까.

음 

여전히 몸과 움직임은 위대하지만

음.

게을러진 건 아닐 것이다. 그건 아니어야 하니까.

음!


왜 그런 걸까. 나름 곰곰이 생각해 봤다.

사실 창작자로서 다른 이의 작업 안 보고 독불장군으로 살고 싶은 마음도 ‘살짝’ 있고.
무용공연의 방점이 ‘공연’보다는 ‘무용’에 찍힌 것이 강요된 폭력처럼 느껴지고.
좀 더 솔직 하자면,
대다수 춤 공연, 심히 천편일률적이고
창작자가 창작과정에서 상상의 관객 눈치를 너무 본 나머지
스스로를 심히 대상화시켜버렸다.
그 결과 하향평준화로 고고고!


물론 모든 춤 공연이 다 그런 건 아니니!

뭐, 일반화할 생각은 없다.

통계치와 경험치를 얘기하는 것 뿐.

너무 냉소적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힘을 내자.

몸은 위대하다.

좋은 공연은 좋은 친구나 스승처럼 마음으로 바로 오니까.

이해의 과정이 점프되고 무대 위 몸이 관객석 의자에 갇힌 내 몸을 흔드는 강렬한 체험.

그것을 경험했던 나는 깨달음을 얻은 마냥, 진실과 진리를 강박적으로 좇고 있다.

늘 목마르고 고프다.




012


 

본론으로 돌아와, <아시아 컨템포러리 II>의 공연얘기를 해보자면,

이 날 연이어 네 개의 작품이 공연되었는데,

단적으로 말해, 앞의 세 작품은 공연이 끝난 뒤 되돌아보게 되지 않는다.

그 이유를 구구절절 써내려갔다가 방금 삭제했다.


나는 무책임하고 소심한 평화주의자. 이거 참 궤변이군.

공연이 별로라고 솔직히 대놓고 얘기하지 않은 것에 너무 죄의식을 느끼진 말자고
스스로 다독이는 중.

나는 은근히 마니아적 인간.

작업에 있어서는 완전 편파적이다. 인정!

내가 좋아하는 거 말고는 나쁜 거. 그런 거 좀 있다. 인정!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순서로 공연한 김재덕 안무의 <다크니스 품바>는 꼭 이야기 하고 싶다.
투 썸즈업!

공연이 끝나고 지금까지 나를 흠칫하게 하고
내게 절절히 호소하는 생명으로 살아서 글을 쓰게 만드는 작품이었으므로.






김재덕프로젝트 <다크니스품바>





와우. 멋지다 이사람. 김재덕.


유치한 표현이라고? 멋졌어 좋았어 등등의 표현이?

평소라면 나도 무언가 썸씽 스페셜한 단어를 찾아 헤매었겠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안무가인 김재덕의 단순함과 솔직함을 따라.


품바음악에 맞춰 무대에는 고도로 훈련된-속도와 정확성 면에서 혀를 내두를 만한-무용수들의 다이나믹한 동작의 조합이 펼쳐진다. 이 지점은 그닥 나의 호기심은 아니었지만 무용수들의 정확성과 극단적인 훈련의 결과로 만들어진 표현력에 충분히 눈이 즐거웠다. 이 부분에서 개념이나 주제는 논외의 문제.


그러나 꽤 긴 시간을 할애해 선보이고자 한, 흠잡을 데 없는 무용수와 매끈한 동작의 나열이 너무 기계적이었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동작의 방법론적 조합과 도미노식의 캐논 안무에 집중력이 흐릿해지기 시작 할 때쯤, 객석 계단에서 전통음악가가 직접 라이브로 품바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스피드와 다이나믹의 극한까지 간 음악으로 안무했음직한, 무대 위 모던하고 빠른 동작들이 품바노래와 박자를 맞춰가며 어우러지는 순간순간에는 그 어색함과 그 절묘함에 오금이 저렸다. 오줌도 마려웠다.


이래도 되는 건가, 이상한 조화. 나를 당황하게 하는 순간이 즐거웠다. 정말.

건방지고 도발적이고 제멋대로인 거 이거 이거 멋지잖아.

이런 시도 많이들 한다고?

언제, 어디서나 중요한 건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다.

<다크니스 품바>는 에둘러가지 않는다. 바로 간다. 그것이 도발이다.

라이브 노래에 맞춰 춤이 진행되는 중에 무용수중의 한명으로 점프동작을 반복하던 안무가 김재덕이 갑자기 객석 계단으로 뛰어올라와 품바노래를 부르던 전통음악가와 마주보고 서서 같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이거이거 정말 신이 난다. 뭐냐면 노래 부르는 본인들이 아주 신나 죽는다. 어라?!

동시에 무대 안쪽 커튼 막이 올라가 무대가 확장되면서
무대 위에 드러머와 두 명의 전자기타 뮤지션이 등장해 품바를 락으로 탈바꿈시킨다.

그 와중에 이 안무자, 관객들 틈에서 악기까지 연주한다.

품바에 이어 ‘독도는 우리땅’도 락버전으로 부른다.

아주 죽겠다 신나서. 그도 그들도 나도.

관객들은 자신들 입이 헤죽 벌어진 것도 모르고 박수를 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환호. 

예술의 전당 소극장이 일순간 콘서트장으로 변신.

이 때, 안무자 다시 도발한다.


“여러분! 저는 예술가가 아닙니다! 저는 딴따라입니다!”


음....


굉장히 민망하고 닭살스러울 수 있는 저 생 말!

그러나 이 순간 빛을 발한다. 날개를 단다.


멋있다. 솔직히.

그리고 

부럽다.

딴따라여서.


이 와중에도 무대 위 무용수들은 계속 절제된 상태를 잃지 않고 동작을 반복한다.

그들은 무대 위에서 사람의 감정이 아닌 몸과 동작과 안무적 표현으로 존재한다.


끼가 넘쳐흐르는 안무자의 한바탕 놀이판과 차갑게 안무화 된 무대 위 인위적 세계가 공존하면서 오히려 관객을 편안하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관객은 무용과 움직임이라는 보편적 틀의 이해 속에서 딴따라의 신명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해방감을 맛본다.


현대무용이 현대예술이라는 감옥으로 스스로를 가두던 그 지점에서 그는 아무렇지 않게 문을 열고 나와서 씨익 웃는다.

웃겨서 배를 붙잡고 구르는 웃음이 아니라 기분 좋게 씨익 웃는다.

그곳에서 나는 미소 지었다.


참 젊은 공연이라 반갑다.

이 공연을 현대와 전통의 만남, 그리고 관객과의 열린 소통이라는

재미없는 해석 속에 가두지 말자.

딴따라가 기술과 끼를 보여준 거다. 자신의 방식으로.
관객 눈치 안보고. 관객이랑 같이 놀려고.


 

                                                                                                    김재덕프로젝트 <다크니스품바>


 


내가 이 공연에 대해 이렇게 줄줄이 글을 늘어놓는 것은

<다크니스 품바>가 너무너무 잘 만들어진 최고의 공연이어서가 아니다.

공연자가 공연을 즐기고 이 모습을 보고 관객이 신나고 미소 짓는 이 자연스러운 흐름이 마당 놀이판이 아닌 극장에서 현대무용의 틀로도 가능하단 걸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공연은 그의 멋이었다. 그래서 멋졌다.






다시 한 번 절실히 느끼는 것.

나에게 너에게 꼬옥 하고 싶은 말.




창작자여,


네 멋대로 해라!



 

제 16회 창무국제무용제 의정부 2010
2010. 6. 12 SAT ~ 20 SUN
의정부 예술의전당

아시아컨템포러리댄스II
2010. 6 19~20

한국            강미리 할 무용단<유초신>

인도네시아  난 좀방 댄스 컴퍼니 <공존>

일본            베이비-큐 <E/G-자아의 좌표>

한국            김재덕 프로젝트 <다크니스 품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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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정현   
공연을 연출하고 안무한다.

즉흥그룹<임프로드 바닥>의 일꾼이자  춤꾼이다.

춤추고 노래하고 글쓰고 무언가를 만들며

사람으로의 진화를 꾀하는 중이다.
imthinki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