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르 플라카드-the와 le 종속된 무호흡의 사운드 공연



르 플라카드-the와 le 종속된 무호흡의 사운드 공연


글_나나기타
 

 

 





지난 8월 12일 서교예술실험센터 1층에 도착하니 바닥엔 앰프에서 분산된 헤드폰들이 널려있었다. 바로 스피커가 없는 사운드 공연, 오직 헤드폰을 위한 콘서트 '르 플라카드(Le Placard)', 영어권에서는 ‘더 플래카드(The Placard)라 불리는 국제적인 퍼포먼스였다.


16시에 시작된 ‘르 플라카드 서울’은 각국 아티스트들이 30분의 간격으로 자신이 있는 도시에서 연주를 하며 시작됐다. 암스테르담, 함부르크에 이어 서울의 차례가 되었을 때는 이미 19시가 되어 있었다. 첫 공연이었던 ‘ㅈ과 음성들’은 외부에서 지켜보았을 때 연주나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듯 보였지만 사실은 연주 중이었다. 헤드폰이라는 결정적인 테마를 순간 잊어서 청음을 놓쳤던 것이다.

 




 





잠시 후 이대일의 ‘Urban Fossil'이 시작되었다. 음악은 약간 난해한 현대음악적 요소와 미니멀리즘, 곡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이미지가 절충되고 추상적인 연상이었다. 미리 곡을 준비하여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현장성이 부족하게 느껴졌지만 비오는 날씨와 더불어 진지하면서도 심오한 사운드였다.

 


 

이어서 ‘Ian-John'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그는 수음마이크(청진기를 생각하면 쉽다)를 입속에 넣어 핥고 빨며 침과 혼합될 때 입속에서 혼재되는 소리를 명확하게 헤드폰으로 들려주었다. 이때 관객은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의 자극을 받게 되는데 이는 진정 촉각, 청각, 시각의 트라이앵글이 빛을 발하는 사운드인 것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좋은 소리들을 지나치고 있는지 인지하게 해준 아이디어였다. 그 소리는 마치 사람과 사람이 키스를 할 때 날 수 있는 소리이며, 달콤한 열매를 씹을 때 날 수 있는 소리이다. 아마도 관객 개개인은 지난날 입안의 추억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곧바로 신문지가 구겨졌다 펴지는 소리에서 입안의 혼재된 사운드를 새롭게 변형하며 진행시키는 기발함을 보였다. 사운드 아티스트는 소리가 가진 음역과 시그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칫 어색할 수 있는 진행이었지만 입속에서 신문지로 이동할 때 사운드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음역을 들려주었다. 또한 입속과 신문은, 음성적 언어와 활자라는 상징적 의미로서 우리 생활에서 잠재적으로 융화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 퍼포먼스로도 읽힌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마지막으로 수음마이크는 하모니카로 이동했다. 반주와 멜로디가 동시에 가능한 악기라는 하모니카의 일반적 특징이 아닌 하나의 음만을 강조하며 소리가 이어졌다. 소리는 마치 안개 낀 바다에 갈매기가 날아다는 흑백의 바다를 연상시켰다. 그러던 중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지점에서 갑자기 컨트리풍의 연주가 시작되며 퍼포먼스는 마무리가 되었다. ‘Ian-John’의 퍼포먼스는 소리를 이미지화 하는 매우 아름다운 작업이었으며 도구만 다를 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았다. 또한 수음마이크는 인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가깝지만 듣기 어려운 소리들을 잡아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그 지향점이 분명했다. 그의 퍼포먼스는 이날 ‘르 플라카드’에서 얻어낸 가장 인상깊은 공연이었다.




 

 









‘Yohm Project’는 키보드 기타, 보컬이 함께 어우러진 어두운 성향의 곡을 들려주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잠깐 쉬어가는 순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룬앤니들’ 레이블 소속의 진상태와 홍철기는 노이즈음악으로는 국내 유일무이한 뮤지션의 입지를 굳힌 아티스트로서 존재감이 느껴졌다.


진상태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와 금속성 전류를 통한 노이즈를 선보이며 오브제를 통한 소리의 재탐색과 기계적 매커니즘이 보여주는 음향을 묘사했다.


홍철기는 이날 좁은 음역대의 소리로 끙끙거리며 신음하는 소리를 화이트노이즈와 함께 차분히 연출했다. 육체의 기관인 성대로부터 표출되는 소리와 기계적 조합이 잠재성과 무의식을 교차를 느끼게 하는 가장 미니멀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공연은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으로 중계되었으며 이 영상들은 1층 구석구석에서 반복적으로 흘러나왔다. 관객은 별로 없었지만 소수의 사람들끼리 헤드폰을 끼고 듣는 공연은 그 어떤 공연보다 사색적이었다.


예술은 각각의 장르를 엮어내는 무형의 언어로부터 소통을 추구한다. 그 소통은 특별한 새로움을 창출하기도 하며 충격적 크로스오버와 새로운 용어를 앞세운 장르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유럽과 한국에서 릴레이되었던 ‘르 플라카드’는 크리에이티브의 과정(아이디어-구상-작업-기록 혹은 재현)을 통한 포스트모던의 동시대성을 다시 한 번 일러주었다. 앞으로도 페스티벌 산하에서뿐 아니라 뜻이 맞는 아티스트들의 자발적인 동참과 시도를 기대해본다.









필자소개

나나기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시 전공

텐더라인, 나나기타로 활동 중인 뮤지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