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밥 3월 레터] 봄, 그리고 seeing

2013. 3. 20. 23:55Letter

 

 

, 그리고 seeing

 

계절이 하나 지나고, 새로운 계절이 왔습니다. 이제 완연한 봄입니다. 아직 공기에는 차가운 기운이 남아있지만, 어김없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 무언가가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제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은 바람에 실려 오는 꽃향기와 새순 돋은 나무의 연두 빛과 신입생들의 들뜬 얼굴 표정인 것 같습니다. 역시 어리고 예쁜 것들이 마음을 흔드나 봅니다. 예전에 읽었던 에드먼드 버크의 <숭고와 아름다움의 이념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탐구>가 생각납니다. 버크도 역시 작은 것을 아름다운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거대하고 큰 것은 숭고한 것이라고 했구요. 당시 책이 생각보다 쉽다'는 기쁨과 나의 감식안이 18세기 사람인 버크의 감식안과 별반 차이가 없구나라는 자괴감이 동시에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도대체 아름다움은 무엇일까요? 현대예술은 추한 것, 숭고한 것도 아름다운 것이라고 합니다. 누군가 저에게 그것 역시 예술이라면, 쾌감을 주지 않는 그림도 집에 걸어놓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런 그림들을 거실에 걸어두기에는 좀 거부감이 들지요. 이렇듯 일반적으로 아름다움은 소유의 개념과 관련이 있습니다.

 

 

 

저는 공연예술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태생이 소유와 관련이 없는 분야입니다. 공연예술이 아니더라도 이곳에 리뷰로 올라오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소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예술작품들은 그것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공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곳의 예술은 공간을 예술의 연장선으로 대하게 합니다. 작품이 공간과 만나면서 새로운 의미를 발생시킵니다. 이런 것들이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을까요? 근대의 아방가르드는 아름다움을 기존의 아름답다라는 것의 개념을 깨뜨리는 것에서 찾았습니다. 예술가들은 통념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창조하면서 오랜시간을 버텨 왔습니다. 통념에 도전하는 예술의 전신은 모두 독립예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보는 이들이 이 금기에 도전해 주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작품을 머릿속에 입력된 사회적 코드를 통해서 바라봅니다. 아름답다는 가치판단을 매기는 것은 진짜 내가 아닌, 나를 둘러싼 기존의 관념일 지도 모릅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사회에서 용인된 코드를 통해서 바라보는 것은 구경에 지나지 않습니다. 구경이 아닌 교감할 준비를 해주십시오. 우리의 작품을 온몸으로 바라봐 주십시오.

 

20133

독립웹진 인디언밥 편집위원

전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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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모네, 아르장퇴유 부근의 개양귀비꽃 (18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