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밥 4월 레터] 꿈꾸는 당신
2013. 4. 12. 13:54ㆍLetter
꿈꾸는 당신
시_마종기
내가 채워주지 못한 것을
당신은 어디서 구해 빈 터를 채우는가.
내가 덮어주지 못한 곳을
당신은 어떻게 탄탄히 메워
떨리는 오한을 이겨내는가.
헤매며 한정없이 찾고 있는 것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 곳에 있기에
당신은 돌아눕고 돌아눕고 하는가.
어느 날쯤 불안한 당신 속에 들어가
늪 깊이 숨은 것을 찾아주고 싶다.
김환기, 산호섬을 날으는 새, 1957
밤새 조용히 신음하는 어깨여,
시고 매운 세월이 얼마나 길었으면
약 바르지 못한 온몸의 피멍을
이불만 덮은 채로 참아내는가.
쉽게 따뜻해지지 않는 새벽의 침상,
아무리 인연의 끈이 질기다 해도
어차피 서로를 다 채워줄 수 없는 것
아는지, 빈 가슴 감춘 채 멀리 떠나며
수십 년의 밤을 불러 꿈꾸는 당신.
2013년 4월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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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기 그림 출처: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문학과 지성사 시인선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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