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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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개인사정은 준비 중입니다 - 다리의 봄「다리연극교실」두번째 이야기
개인사정은 준비 중입니다 - 다리의 봄「다리연극교실」두번째 이야기 글_ 김첨 (첫번째 이야기에 이어서) ■ 여섯째 날 : 쉬는 시간 7. 거짓말이 아닌 거짓말을 만들어내는 방법 긴긴 연극의 소개가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갖는다. 쉬는 시간 동안 누군가 들어와서는 새사람들을 소개해주겠다고 한다. 문을 열고 들어온 아홉 명의 새 인물들은 작가다. 작가라는 소개를 듣고 관객들 중 누군가는 생각한다, ‘오, 거짓말쟁이잖아?’ 그리고 그 말을 듣기라도 한 듯 아홉 명의 작가들 중에 한 사람이 말한다. “거짓말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리고는 모두들 극본을 하나씩 꺼내들었다. 하지만 극본을 보여주지는 않은 채, 이게 어떤 이야기를 하는 극본인지 맞춰보라고 말한다.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은 채로 다만 질문하라고 ..
2011.05.13 -
[연재]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쏭노인 퐁당뎐」- ④ 지워진 곳을 향해 떠나는 여행과 그리고 …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대형거리인형퍼포먼스 「쏭노인 퐁당뎐」 - ④ 지워진 곳을 향해 떠나는 여행과 그리고 … 글_ 엄현희(공연창작집단 뛰다 드라마터그) 지워진 곳을 향해 떠나는 여행 회귀의 욕망은 원초적이며 본능적이다. 우리는 누구나 유아기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하루하루 늙어가지만, 그 ‘잃어버린 기억’은 꿈으로 환상으로 나타나 스스로의 존재를 알리곤 한다. 은 그 잃어버린 세계에 대한 작품이다. 마치 유아기의 기억 같은 세계, 부재함으로써 존재하는 시공간, 기억하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존재감이 살아있는 세계 …. 어떤가, 당신은 이제 우리의 작품이 궁금해지지 않는가. 당신도 우리의 주인공 쏭노인처럼 물속으로 퐁당! 뛰어들고 싶어지지 않는가. 그렇다면, 은 잃어버린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무엇을 ..
2011.05.06 -
[연재] 개인사정으로 준비 중입니다 - 다리의 봄「다리연극교실」첫번째 이야기
개인사정으로 준비 중입니다 - 다리의 봄「다리연극교실」첫번째 이야기 글_ 김첨 “개인사정으로 좀 놀겠습니다. 다리연극교실”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의 '가톨릭청년회관 다리'의 연습실에서는 매일 저녁 일곱 시부터 연극이 벌어진다. 그러니까 ‘연극교실’은 연극이 벌어지는 교실이다. 4월 19일 화요일 오후 일곱 시반, 첫 번째 연극이 시작되었다. ■ 첫째 날, 둘째 날 : 서로를 소개하기 1. 배역 배우인 사람 아홉 명, 관객인 사람 아홉 명, 그렇게 총 아홉 명이 둥그렇게 둘러앉았다. 아직은 서로가 어떤 배역을 맡고 있는지 전혀 모르기에, 아홉 관객은 이제 막 불이 꺼진 공연장에 앉아 있는 양 숨을 죽이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잠시 후, 무대에 조명이 켜지고 아홉 명의 배우가 한 사람 씩 자신이 맡고 있는 ..
2011.05.04 -
[연재]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쏭노인 퐁당뎐」- ③ 애매함과 넘어서기, 그리고 비행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대형거리인형퍼포먼스 「쏭노인 퐁당뎐」 - ③ 애매함과 넘어서기, 그리고 비행 글_ 엄현희(공연창작집단 뛰다 드라마터그) 애매함과 넘어서기 우리가 5월에 할 일은 도시에 물을 끌고 가는 것이다. 은 사람들과 자동차로 넘쳐나는 도시 한복판의 광장, 공원, 빈터를 물로 채우고자 하는 작품이다. 우리의 물은 이상한 생물들이 들끓는다. 물고기엔 사람의 다리가 달려있고, 해골 군인들이 뼈 강아지를 끌고 간다. 은 당신의 일상에 우리의 물을 쏟아 붇길 원한다. 혹시 당신은 우리를 맞닥뜨리면 이상해서 피할 것 같은가. 하지만 괴기한 것에 대한 사람의 매혹은 아주 원초적인 끌림 중 하나다. 오히려 우리의 물은 당신도 모르는 새 은근히 당신에게 스며들어 당신의 일상 안쪽에서 차오를 것이다...
2011.04.14 -
[연재]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쏭노인 퐁당뎐」- ② 실패의 순간들이 만들어내는 별자리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대형거리인형퍼포먼스 「쏭노인 퐁당뎐」 - ② 실패의 순간들이 만들어내는 별자리 글_ 엄현희(공연창작집단 뛰다 드라마터그) 사실 5월이면 출범할 우리의 은 우리가 결과물까지 가기 위해 거쳤던 수많은 과정과는 아주 동떨어진 모습일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그렸던 거친 스케치들은 그냥 사라져 버리는 것일까. 결과물 속에 어떻게든 스며들어 있다고 여기며 연관성을 찾아내 위안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애써 한 점으로 연결시키는 대신에 산산이 흩어져 있는 실패의 순간들을 그 자체로 바라보길 원한다. 우리의 실패의 순간들은 마치 지금 하늘에 떠 있는 별빛들 중 사실은 이미 죽어버린 별들이 발산하는 별빛 같다. 나는 실존하지 않는 것들의 빛을 찾아내 별자리를 긋고..
2011.03.30 -
[연재]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쏭노인 퐁당뎐」- ① 출발에 부쳐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대형거리인형퍼포먼스 「쏭노인 퐁당뎐」 - ①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축제형 유목연극 '쏭노인 퐁당뎐'의 출발에 부쳐 글_ 엄현희(공연창작집단 뛰다 드라마터그) 유목/정착 당신은 '유목'이란 단어를 보면 무엇을 떠올리는가? 여행, 방랑, 유랑, 자유, 여정, 비행 혹은 비상까지 등등 ……. 확실히 '유목'이란 말이 끌어당기는 심상들은 매혹적이다. 그 결코 머물지 않음의 속성에서 추출되는 ‘여기’가 아닌 ‘저기’라니, 늘 꿈을 꾸는 인간의 본능을 달콤하게 자극한다. 하지만 '유목'의 달콤함 뒤에는 전혀 다른 맛이 동전의 뒷면처럼 함께한다. 꿈이 현실의 반대항에 자리하기에 제의미를 지니는 것처럼, '유목'(유목(遊牧) : 일정한 거처를 정하지 아니하고 물과 풀밭을 찾아 옮겨 다니면..
2011.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