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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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우물쭈물 꿈꾸는 움직임 - ③ 내 몸에 말을 걸다
우물쭈물 꿈꾸는 움직임 - ③ 내 몸에 말을 걸다 글_ 김혜정 나의 이미지, 나의 가식 ‘가식’을 주제로 춤을 추는 동안 나는 얼마나 내 본연의 모습에 가까워졌을까. 나는 얼마나 나를 인정하고 바라보게 되었을까. 공연을 앞두고 우리에게는 프로필 사진 촬영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이제는 정말 무용수가 되는 것일까. 프로필 사진 작업의 첫 번째는 ‘타인에게 보여지고 싶은 나의 모습’을 적어서 사진가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누구나 자신이 지향하는 이미지가 있기 마련이다. 물론 나 역시 그렇다. 아마 그 이미지에는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과 함께 내가 포장하고 싶은 가식도 덮여 있을 것이다. 내가 적어 보낸 내용은 이런 내용이었다. 타인에 대한 공감과 삶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
2011.09.30 -
[연재] 우물쭈물 꿈꾸는 움직임 - ② 가식을 벗고 움직이는 나의 춤
우물쭈물 꿈꾸는 움직임 - ② 가식을 벗고 움직이는 나의 춤 글_ 김혜정 나의 외로움이 춤을 춘다 인간은 외롭기 때문에 예술적 존재가 될 수 밖에 없다. 최근에 접한 예술 작품들에서 각각의 주체들은 모두 외로움을 끌어 안고 누군가와 소통을 원하고 있었다. 최근 본 무용에서 그들은 무대 위에서 외로움을 견디며 서로 하나가 되기 위해 애쓰고 있었고, 몸으로 관객과 소통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또 요즘 읽고 있는 시집에서 시인은 ‘내 자신의 작고 소소한 감정, 그것으로 사람과 만나는 시를 묵묵히 쓰고 싶다’고 했다. 유명한 사진전에서 만난 아프리카의 풍광 속에서 나는 그것을 프레임에 담기 위해 작가가 보냈을 고독한 시간들과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고, 이미 고인이 된 작곡가의 애절한 음악은 여전히 현재를 살며 ..
2011.08.24 -
[연재] 우물쭈물 꿈꾸는 움직임 - ① 서툰 몸짓의 시작
우물쭈물 꿈꾸는 움직임 - ① 서툰 몸짓의 시작 글_ 김혜정 32살, 하고 싶은 걸 할 테야 무용을 한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데는 여자들 밖에 없잖아. 남자들 많은 모임을 하지. 인라인 스케이트나 산악 자전거 모임 같은…” 그리고 정말 하고 싶은 말을 덧붙이셨다. “올해는 시집을 가야 할 텐데.” 어머니는 모른다. 남자가 많은 동호회라고 꼭 좋은 남자가 나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서른이 넘어서 결혼을 못하는 것보다 서른이 넘어도 하고 싶은 걸 못하는 게 더 문제야.” 그렇다. 나는 하고 싶은 건 해 본다. 아니, 이제는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시작했다고 해야 맞는 편이겠다. 스물 아홉이 끝날 무렵, 나는 열병 같은 사랑을 겨우 끊어내고 서른이 되었..
2011.07.28 -
[연재]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쏭노인 퐁당뎐」- ⑥ 네 개의 장소, 네 개의 쏭노인 퐁당뎐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대형거리인형퍼포먼스 「쏭노인 퐁당뎐」 - ⑥ 네 개의 장소, 네 개의 쏭노인 퐁당뎐 글_ 엄현희(공연창작집단 뛰다 드라마터그) 기로에 서 돌아보면 흔히 실내극과 야외극은 전혀 다른 미적 원리를 가진다 말해진다. 그렇다면, 실내극과 구분되는 야외극의 미적 원리란 정확히 무엇인가? 의 상반기 여정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상반기에 안산국제거리극축제, 하이서울페스티벌,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국립극장 청소년예술제에 참가했는데, 각각의 축제 사이트마다 그 공간에 조응하는 공연 형식을 찾고자 시도했으며 국립극장에선 실내극장까지도 경험함으로써 또 다른 가능성을 시험하기도 했다. 독특한 것은 네 장소를 거쳐 가는 가운데, 이 겪은 변화의 길이 ‘..
2011.06.15 -
[연재] 개인사정으로 좀 놀겠습니다 - 다리의 봄「다리연극교실」마지막 이야기
개인사정으로 좀 놀겠습니다 - 다리의 봄「다리연극교실」마지막 이야기 글_ 김첨 ■ 발표 : 개인사정으로 좀 놀겠습니다 10. ‘뭐가 더’ 배우인 사람 아홉 명, 관객인 사람 아홉 명, 연출자인 사람 아홉 명, 그렇게 총 아홉 명이 무대에 서있다. 그리고 무대 밖에는 열 번째 사람들이 있다. 막이 오른다. 반짝. 그리고 막이 내린다. 연극교실이 끝난 여덟 번째 날로부터 일주일 후, 오늘은 ‘연극’의 날이다. 전날 모여 하룻밤을 새고 다음 날 저녁 무대에 올랐다. 관객은 생각만큼 적지는 않았지만, 걱정만큼 많지도 않았다. (유료공연이라 걱정했었다. 하지만 ‘배우’가 관객을 부를 수 있는 무료티켓의 숫자만큼만 오셨다. 성공적인 관객 동원이다. 왜냐면..) “우리는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가?”를 생각해..
2011.05.27 -
[연재]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쏭노인 퐁당뎐」- ⑤ 질문은 미로가 아니라 빛이다!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대형거리인형퍼포먼스 「쏭노인 퐁당뎐」 - ⑤ 질문은 미로가 아니라 빛이다! 글_ 엄현희(공연창작집단 뛰다 드라마터그) 우연은 필연보다 운명적이다 고단한 도시노숙 생활 와중에, 불편하기만 한 공동생활 와중에, 머릿속에 늘 따라다닌 물음은 "나는 왜, 이 사람들은 왜, 부러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일까"였다. 답은 언제나 "다 내 책임인걸. 내가 연극한다고 나서서 그런거지. 뭐."라며 자승자박의 고통으로 떠올랐다. 신기한 것은 그 고통이 유희로 미끄러지게 한다는 것이다. 처음 연극을, 세상을 대할 때의 순수하게 찬란하게 빛나던 나의 과거를 불러와 마치 과거 속에서 현재를 사는 듯한 '시간의 유희'를 발동시킨다. 유희는 날씨의 도움으로 끈질긴 긴장 관계를 불러일으킴으로써 지속된다...
2011.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