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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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11월 레터] 용서를 가불해주세요
[인디언밥11월 레터] 용서를 가불해주세요 언젠가 신이 나타나서, 미래의 것을 미리 당겨쓸 기회를 하나 준다면 아주 비굴하게 말할 겁니다. “저…그…사장님…제가 요즘 형편이 안 좋아서 그런데 용서를 좀 가불 받을 수 있을까요?” 역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요. 비극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언젠가 인디언밥 레터가 참 특이하다는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건 아주 가늘고 느슨하게 지속되는 매체의 특수성 같은 거겠죠. 보통 그 달에 발행될 글을 갈무리하며 소개하는 글을 쓰거나, 어떤 주제나 방향성을 제시하는 레터를 쓰고 그에 맞는 기사를 발행할 텐데, 인디언밥 레터는 그렇지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래서 레터를 독자와의 관계 맺기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인디언밥 운영진이 이렇게 지낸다고 인사를 건네고 ..
2021.11.23 -
[인디언밥 9월 레터]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연서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연서 안녕하세요! 어쩐지 격월로 찾아오고마는 인디언밥 레터입니다. 죽지도 않고 또 왔다기엔 저는 조금 죽어가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아직 다 죽진 않았다니 기쁜 일일까요? 지난 달엔 이랑 작가의 3집 를 오래 들었습니다. ‘내 친구들은 모두 가난합니다. 이 가난에 대해 생각해보세요.’라고 말하는 노래는 강렬했습니다. 문 밖의 사람들을 외칠 땐 무키무키만만수의 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포도주를 만들고 그 찌꺼기를 먹을 뿐'이라며 소리치면 에서 만난 ‘내가 가난하지 않았다면 너도 부자되지 않았을텐데'같은 문구도 생각났어요. 그녀는 ‘우리는 여전히 여기에 있’다는 얘기를 남기고 우화를 빌려 이 노래들을 ‘잘 듣고 있’냐고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고는 ‘동시에 다 죽어버리자’고 외쳐요. 그..
2021.09.28 -
[인디언밥 7월 레터] BPM 119 정도로만 무더운 날
BPM 119 정도로만 무더운 날 여름입니다. 황당하지요. 뭘 했다고 2021년이 반이나 갔대? 하지만 돌이켜보면 모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름 시즌송을 낸지도 좀 됐으니까 한여름이 될 만했지-생각합니다. 아뿔싸 그건 작년이었다고요? 그럼 도대체 제 지난 시간은 어떻게 지나간 거죠? 선생님 저는 왜 통속의 뇌가 아닌 겁니까? 저에게 제발 행복한 전기신호를 흘려보내주세요! 죄송합니다, 편지의 도입부가 썩 정신없었지요. 요즘 일상이 이렇습니다. 벌여놓고 방치해뒀던 이들이 자꾸 문 앞에 찾아오는 기분이에요. 젠틀하게 문을 두드리며 “안녕하세요 선생님, 당신의 업보입니다.”하고 서있으면 문을 안 열수가 없잖아요. 하지만 얼른 문을 열어야한다는 생각만 하면서 문 앞에서 괴로워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만 바쁜 ..
2021.07.12 -
[인디언밥 5월 레터] 많이들 만나고 계신가요
인디언밥 5월 레터 많이들 만나고 계신가요 “많이들 만나고 계신가요.” 잘 지내는지 묻는 새로운 방법으로 만들어본 문장입니다. 골똘한 표정을 본다면, 요즘은 무엇을 만나고 계신지 마저 묻고 싶어요. 그 만남이 어땠는지도요. 많이 못 만나고 있다고 한다면 혼자선 무얼 하고 지내는지 물어볼 생각입니다. 뭐 인사라는 게 어찌됐건 이야기가 잘 풀리면 다 좋은 거 아니겠어요. 요즘 저는 독서모임을 하거나, 비정기적으로 모여 글쓰는 자리에 나가고, 온라인 연극 리뷰 모임에도 참여를 시작했습니다. 읽고 쓰는 것만큼 혼자하기 좋은 일이 없는데도 꼭 그렇게 되더라고요. ENFP[1]의 특성이기도 하겠지만 사실은 스스로를 강제할 동기가 필요해서였고, 가끔은 외로워서하는 것 아닐까 생각도 합니다. 지난 달엔 불쑥 혼자 오픈..
2021.05.17 -
[인디언밥 4월 레터] 이밤의 끝을 잡고…나의 사랑이
인디언밥 4월 레터 이밤의 끝을 잡고...나의 사랑이 레터를 쓰는 데 몇 일이 걸렸네요. 빠르게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너무 늦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글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며 글을 써 내려갑니다. 벌써 2021년의 4월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빠르게 시간이 흘러갑니다. 어느새 벚꽃이 피었다 빠르게 떨어지면서 푸르른 여름을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네요. 한동안 저는 갈 길을 잃은 듯 마음과 머릿속 소용돌이는 잦아들지 않은 체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러다 밤산책을 나가거나 노래를 찾아 듣는다든지 반려묘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을 달래봅니다. 참 마음이라는게 하루에도 수십번씩 널뛰기는 게 신기하게도 느껴집니다. 8월 축제를 위해 벌써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회의를 하다..
2021.04.24 -
[인디언밥 2월 레터] 와아, 살아야겠다
인디언밥 2월 레터 와아, 살아야겠다 요즘처럼 생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적인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매일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되뇌였습니다. 빈센트 밀레이의 시 를 소리 내 읽었고, 예람의 노래 를 들었습니다. 왜였을까요.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어서일지도, 그 첫 스케줄이 함께 작업하던 동료의 장례식이었어서 일지도, 그 가운데에서도 일을 해야했어서, 혹은 일을 너무 하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겨울은 지원서의 계절 같습니다. 인터뷰에서 만난 한 창작자는 ‘야생의 연극을 해야 하는데 사냥법을 잊어버린 동물이 된 것 같다’는 얘기를 전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바득바득 각종 지원사업을 썼습니다. 성과가 있기도 했고, 주어진 기회를 제 발로 차버리기도, 무심하게 던..
2021.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