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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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8월 레터]이야기는 스스로 넓어져서
안녕하세요, 2장의 싱글 음반을 내고 2번의 공연을 하고, 축제 2개를 마치고 돌아온 엠케이입니다. 엄청 대단하게 일하고 온 것처럼 얘기했지만 사실 하루 8시간씩 꼬박꼬박 잤습니다. 여전히 2024년의 2/3가 다 갔다는 게 믿기지 않고요. 소나기를 직감하고 음향장비에 비닐을 치러 달려가는 축제 무대감독처럼 시간이 날아가는 것 같습니다. 붙들고 앉아 시간을 들여야 할 수 있는 일과 달리, 그저 시간이 지나야 볼 수 있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만든 텍스트의 의미를 한참 뒤에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이번에 공연을 만들면서 저와 동료는 이주에 대해 한참을 얘기했고, 왜 그 얘길 하고 싶냐는 질문을 주고 받았고, 나고 자란 도시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감각에 대해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만들어진 작품..
2024.08.29 -
[인디언밥 5월 레터] 생애라는 시간 너머
두 달에 한 번은 레터를 쓰려고 마음 먹었는데 뭘 했다고 5월 중순이 다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만원 조금 넘는 돈을 세 번 썼을 뿐인데 통장에서 5만원이 빠져나간 것처럼 시간이 숭덩숭덩 지나가고 있습니다. 레터는 핑계고, 사실은 돈을 벌어야하는 나이가 그러지 못한 채 지나가는 것이 두렵습니다. 이 시간을 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요? 독립예술웹진과 어울리지 않게 돈 얘기로 레터를 열어 사과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최근엔 혜화동1번지에서 하는 안전연극제의 두 작품을 보고 왔습니다. 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의 은 초연을 봤었는데 오랜만에 보니 더 작아졌음에도 근사해진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창작집단 여기에있다 작품도 일상공간에 대한 익숙하고 낯선 감각을 일깨워주었어요. 그 사이엔 전주국제영화제에도 다녀왔습니다..
2024.05.13 -
[인디언밥 2월 레터] 우리 웹진 정상운영합니다.
지난 레터에 댓글이 하나 달렸습니다. 이런 글 말고 예전처럼 리뷰를 많이 써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매체가 관리가 안 되는 거냐고 적어주셔서 이렇게 남깁니다. 2023년 리뷰 부족했던 것 알고 있고 매체 관리 더 잘할게요! 우리 웹진 정상 운영합니다!! 세어보니 2023년 하반기에는 리뷰가 6편 정도 발행됐는데, 상반기에는 1편밖에 올리지 못했더군요. 연초에 작품 발표가 많지 않은 탓도 있지만 그보다 기획에 조금 더 신경을 썼던 탓도 같습니다. 매체가 관리가 안 되는 게 아니라 느슨하지만 오래 지속되는 과정일 뿐이니 걱정하지 말아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올해는 저도 글을 다시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지난 12월엔 인디언밥 편집위원 셋이 오랜만에 모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 너무 많은 이별에 노출되어 ..
2024.02.29 -
[인디언밥 12월 레터]연말 원망 인사
2023년 한 해 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같은 인사 너무 지겹지 않나요?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고마웠던 이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 각자의 삶에 감사하는 연말의 풍습이 아주 프로파간다 적이었다는 생각에, 저는 제안하고 싶어졌습니다. 연말 감사 인사 대신 연말 원망 인사를 나눕시다. 내가 이렇게나 불행한데, 이런 세상에 마냥 감사할 수 없다! 저는 더 이상 KBS을 좋아하던 고등학생이 아닙니다. 꼬일대로 꼬인 30대가 되어 아주 그냥 원망을 쏟아내 버릴 거예요. 일종의 객기라고 보셔도 좋습니다. 유난히 작별이 많은 해였습니다. 인디언밥은 라는 제목으로 밀려나는 예술공간들을 다뤘습니다. 플랫폼P, 서울혁신파크, 삼일로창고극장, 원주아카데미극장까지 다뤘던 게 여름이었는데요, 그 사이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2023.12.29 -
[인디언밥 11월 레터] 익숙한 투쟁
다들 바쁘시지요. 요즘처럼 바쁜 날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주변에도 다들 일정이 많아 보여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요. 10-11월의 꽃말은 지원사업 발표 정도로 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여름 축제를 마치고 세 작품의 연극에 PD로 합류했습니다. 화이트칼라 사무직처럼 하루 6시간씩 꾸준히 일하기 시작한 지 2주 만에, 또 새벽까지 잠들기 어려워졌습니다. 익숙한 일입니다. 기분이 안 좋아 화분을 샀습니다. 키울 줄을 몰라 잔뜩 말렸다가 물속에 담갔다가 한 끝에 겨우 두 화분 중 하나만 살려냈어요. 누구는 자꾸 죽여봐야 한다고 했지만 아직 익숙해지긴 쉽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창작자분께 공연 소식을 받았습니다. 저도 그날 공연이 있어 못 갔지만 안부를 나누는 시간은 소중했습니다. 잘 지내..
2023.11.07 -
[인디언밥 8월 레터] 세상이 날 쫓아내길 기다리며
서울프린지페스티벌 뉴스레터에 실으려고 쓰던 글을 차마 보내지 못하고 접었습니다. 훨씬 가볍게 다듬어 보내고는,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인디언밥 레터에 적습니다. 조금 더 내밀한 이야기가 될 지 모르겠어요. 안녕하세요, 프린지의 살롱마담으로 컴백한 엠케이입니다. 인디언밥의 레터쟁이라든지, 프린지 개근 예술가 민수민정팀의 민수라든가, 후원회원 1인이기도 합니다. 온갖 이름으로 소개하였지만, 3월까지만 해도 예술을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다녔답니다. 그 얘기로 레터를 열어볼까해요. 저에겐 마치 한국 힙합퍼들의 분노처럼 응어리진 게 있습니다. 내가 좇는 가치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아닐까 같은 불안과 불만이죠. 특히 누군가 죽어서 제가 슬퍼할 때면 누군가 꼭 옆에서 “그것이 경제적으로 좋은 일”이라든지 “누가 ..
2023.08.27